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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씨는 은거·김씨는 정양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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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공화당은 당직개편도 징계만큼 서둘렀다.
개편의 촛점이자 난산은 원내총무자리.
박정희 총재로부터 개편 안을 짜도록 위임받은 백남억 당의장과 길전식 사무총장은 이병희 무임 소 장관에게 총 무직을 맡도록 권유했는데 이 장관은 『지금은 내가 정부에 남아 당의 여러 의견을 총리에게 정확히 전하는 일이 더욱 필요할 것 같다』면서 사양.
백 당의장과 길 총장은 징계가 매듭진 직후인 5일 낮 J음식점에서 이 장관· 구태회 당무위원·신동식 대변인과 점심을 함께 하면서 구 의원의 총무직 의향을 타진했는데 구 의원은 『모두들 나를 「럭키」재벌로 아는데 총무직은 곤란하다』고 했다는 것.
이래서 백 의장은 세 번째로 총무에 현오봉 의원을, 길재호 정책위의장 후임에 구태회 의원을 내정.
또 김성곤 중앙위의장 후임에 육인수 의원을 하려했으나 육 의원이 사양해서 민병권 의원을 천거.
백 당의장과 길 총장은 5일 밤 9시 넘어 이 개편 안을 갖고 청와대에 들어가 총재재가를 받았는데 박대통령은『10년이나 생사고락을 같이한 사람을 당에서 나가게 해 마음이 서글프다. 그러나 중구 대한 시기에 읍참마속의 기분으로 한 것』이라면서『앞으로는 새로운 결속으로 원내활동에 차질이 없도록 하고 자주 의원총회를 열어 자유롭게 의견개진을 하도록 하라』고 당부.
한편 6일 아침 8시엔 김 총리·백 의장·길 총장·이 무임 소 장관·김정렴 청와대비서실장이 궁정동 모처에서 만나 아침을 함께 하면서 새 체제와 숙당 후의 당내조화 등을 협의했다고.
「10·2항명」의 책임을 지고 공화당을 탈당한 길재호·김성곤씨는 외부접촉을 끊고 은거.
길씨는 4일부터 동선동 자택에서 두문불출로 아무도 만나지 않고 있는데 집에 어쩌다 누가 찾아오면 비서가『사모님과 교외로 나갔다』고 방문객을 맞이하지 않았다.
중앙당사의 정책위의장 실에선 그의 사물을 묶어 5일하오 모두 집으로 옮기고.
한편 김씨는 고혈압이 도져 5일하오 의사를 불러 주사를 맞았는데 찾아온 사람에겐 정양을 위해 시골로 떠났다고 이 면회 사절.
5일의 확대간부회의에 이어 6일 열린 신민당정무회의 분위기는 몹시 무거웠다.
야당간부들은 회의에 앞서 모여 앉아 『항명했다는 이유로 공화당의원들이 겪은 수모는 결코 공화당만의 문제가 아니다』라면서 서로 정보교환을 하기도 했는데 회의에선 김영삼 의원과 비 주류파 정무위원들이 강경론 폈다고.
이래서 7일 속개되는 국회 본 회의에서는 다른 일을 모두 제쳐놓고 위원의 원내활동에 대한 정부간섭을 따지기로 했는데 막상 누구를 표적으로 하느냐로 고민하다 김종필 총리나 신직수 법무로 낙착.
또 총리해임건의문제도 거론됐으나 해임 안의 표적이 총리가 될 수 있을지는 질문을 통해 따져보고 다시 합의키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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