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쌀값 안정에 이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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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사상 최대의 외미 도입 및 이에 따른 막대한 정부보유미확보를 배경으로 한 농림당국의 올해 쌀값 안정정책은 햅쌀 출회 기를 맞아 다시 무너지기 시작, 전국의 쌀값이 일제히 급등하고 정부미마저도 품귀현상을 빚어내고 있다.
추석을 앞둔 지난2일 현재 전국의 쌀값은 서울의 가마당(80㎏) 1만원을 비롯, 지방 도시에서도 최고9천7백50원(울산)까지 폭등했는데 이는 불과 약 1주일사이에 가마당 1천원이상이 오른 것이다.
뿐만 아니라 거의 무제한 방출되고 있다는 정부미도 쉽게 구할 수 없는 『정부미방출의 이상현상』을 나타냄으로써 농림당국의 올해 양곡정책은 미곡 년도 종료(10월말)를 불과 1개월 앞두고 혼란의 징후를 드러내고 있다.
쌀값파동은 올해 들어 이번이 두 번째다.
당초 농림당국은 올해 쌀값 안정 선을 일반미 도매 가마당(80㎏) 6천6백원으로 책정, 예년보다 수개월 앞당겨 지난2월10일자로 양곡 통제령(정부미 방출가격 가마당 6천5백원 직매장6천8백50원 등록상 소매 6천8백원)을 발동했다.
그러나 5월에 접어들면서 쌀값이 갑자기 폭등, 5월12일 현재 산지의 평균 쌀값은 가마당 도매7천1백원, 서울 등 대도시에서는 평균 7천4백원을 기록함으로써 파동의 첫 고비를 맞았다.
이것은 외미30만t의 긴급수입으로 일단 고비를 넘겼지만 모두 1백11만3천t(구상무역분 포함)에 달하는 사상최대의 외미 도입과 이를 통해 확보된 정부미(9백84만섬·군관수용80만섬 포함)를 바탕으로 엄청난 물량공세를 폈음에도 불구하고 다시 쌀값파동이 일어나고 있는 것은 주목할 현상이다.
이번 쌀값파동은 지난「5월 파동」이 ①단 경기를 앞둔 쌀의 시장 출회 격감 ②일부미곡상의 정부미 횡류 및 일반미화 ③선거기간중의 정부의 단속 소홀 등에 기인했던 것과는 달리 추석수요 새 미곡 년도를 앞둔 가수요증대 일부미곡상의 매점 그리고 이러한 일련의 요인이 예견됐음에도 불구하고 정부미의 물량만 과신한 정부의 안이한 쌀값안정책 등이 원인이 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농림부가 추계한 추석 때의 쌀 신규수요는 전국적으로 약 2만 가마.
때문에 정부는 추석을 앞둔 지난 1일과 2일 양일간에 1만 가마씩 정부미를 늘려 방출했다.
즉 하루 평균 6만5천 가마 방출됐던 것을 지난 1일에는 7만3천 가마, 2일에는 8만 가마를 풀었으며 이중 서울에는 9월30일까지 하루 3만3천 가마 내던 것을 1일에는 3만7천 가마, 2일에는 4만2천 가마를 각각 방출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볼 때 추석수요에 대비한 정부미 증량 방출이 시기적으로 늦어 쌀값 억제에는 효과가 없었다는 의견이다.
뿐만 아니라 오는 11월의 72미곡 년도부터는 쌀값이 정부의 고미가 정책에 따라 적어도 20%이상 오를 전망이기 때문에 싼 정부미(6천8백원)에 대한 가수요가 부쩍 늘어난 데다 일부 미곡상도 이에 대비, 정부미를 매점 매석하고 있다는 얘기다.
지난 1일 서울 마포구 신수동 H상회, 서울 성동구 중앙시장, 성북구 진문동 등 일부 변두리 쌀가게에서는 상오11시께부터 정부미가 동나 고객들로부터 『쌀값이 오를 기미를 알아차리고 감춰둔 게 아니냐』는 항의를 받는 소동이 벌어지기도 했는데 어떻든 미곡상의 정부미매점에 대해서는 농림당국도 솔직이 시인하고 있다. 농림부가 지난 9월15일부터 실시한 양곡부정 유통단속 실적을 보면 단속에 나선지 6일 만인 20일 현재 총26건의 미곡상을 적발했는데 이 가운데 정부미를 매점한 미곡상이 40%가 넘는 11건에 달했다. 이러한 햅쌀 출회기의 쌀값파동은 올해 들어 처음 나타나고 있는 것은 아니다. 해마다 되풀이되고 있는 현상인데도 불구하고 당국은 정부미의 물량만 믿어왔고 또한 비현실적인 「쌀값조사」로 현실을 외면해 온 것이 사실이다.
올해의 정부보유미는 군관수용을 제외한 가격조절용이 무려 9백4만 섬에 달해 사상 최고를 기록했으며 방출 량도 사상최고였다.
지난 1일 현재 7백30만5천 섬이 방출됨으로써 작년 한햇 동안의 4백98만 섬보다 이미 2백40만 섬이 더 나갔으며, 그래도 1백70만 섬(미 도입분1백6만섬 포함)의 재고를 남겨두고 있다.
이만한 재고면 10월 한달 동안의 쌀값안정은 별로 문제될 것 없다는 것이 양정 당국의 솔직한 견해였으며 이와 함께 이미 가마당 9천원 선을 돌파한 서울의 쌀값도 농림부의「전국 일반미 가격동향」에는 소매8천원으로 기록되어 쌀값에 대한 일부여론을 국지적이며 일시적인 현상으로 가볍게 받아들였다.
이렇듯 정부의 쌀값정책은 물량 면만 과신한 나머지 유통문제를 소홀히 했고 또 모든 농업통계에서 볼 수 있는 통계부실이 쌀값조사에서까지 나타남으로써 정책수립에 혼선을 가져왔는데 현재와 같은 불완전한 이동유통구조를 근본적으로 개선하지 않는 한 쌀값파동은 해마다 되풀이 될 수밖에 없다는 의견이다. 그리고 햅쌀 출회기의 이러한 쌀값파동을 막기 위한 당면한 이동유통구조 개선책으로서는 정부미방출가격을 조기현실화, 햅쌀의 시장 출회를 촉진하는 가수요 및 상인의 부당한 폭리를 제거시켜야 한다는 의견도 관계전문가들에 의해 제기되고 있다. <김두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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