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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늘진 소년들의 교도강화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29일 밤 법무부대전소년원 제5수용소의 여자원생 7명이·여 보도원을 목 졸라 죽이고 탈출한 사건이 발생하였던 바, 이중 6명은 지난 30일 밤8시쯤 청원군에서 검거되었다 한다.
소녀원생들이 살인하고 탈출한 사건은 작년 대구소년원사건이 있은 뒤 처음 있는 일이다. 소년원에 수용중인 원생들이 살인하면서까지 탈출한 뒤에는 여러 가지 원인이 있겠으나, 이번 사건에 있어서는 추석을 며칠 앞둔 소녀들의 감상이 크게 작용한 것이라고 평가되고 있는 듯 하다.
소년원 설치의 주목적은 더 말할 것도 없이 교정교육에 있다 하겠으나, 오늘날 우리의 실정은 소년원이 이러한 교정 교육을 실시하기에는 너무도 낙후돼 있다는 사실을 부인할 수 없다. 그 첫째 이유는 보도직 공무원의 나이가 너무 낮아 26세∼30세가 전체의 32%나 차지하고 있는 실정이므로, 이들이 평균연령 17세의 비행소년들을 교육하기란 사실상 부적당하다고 보지 않을 수 없다. 교도원들의 평균 연령이 이처럼 낮은 이유는 해마다 정원의 약2O%정도가 퇴직하여 부득이 신규 채용 자에 의지할 수밖에 없기 때문인 것이다. 보도직 공무원들의 노고는 이루 말할 수 없는 바, 이들에게 적어도 생활급을 주지 않고서는 도저히 보도직의 직무수행에 전념할 수 없음을 깨달아야 할 것이다.
다음으로 오늘날 우리 나라 소년원시설의 개수와 보수가 또한 시급한 문제임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대전소년원의 경우, 사건이 난 5호실은 3평밖에 되지 않는데, 여기서 12명이 기거했다고 하나, 이러한 환경에서는 비행소년의 교도는커녕, 그들의 심성을 더욱 악화시키는 결과를 가져오기 쉬울 것이다. 대구에서 소년원생들이 살인 탈출한 이전도 불기 없는 마루방에서 여러 원생들이 거처하였기에 추위에 떨다 못해 도주했다는 사실이 그 당시에도 지적됐던 것으로 알고 있다. 그 뒤 대구소년원은 새로운 곳으로 이전하여 환경이 좀 나아졌다고는 하나 대전소년원의 경우, 3평방에 12명이나 잡거 했다는 사실은 처음부터 이번 같은 사건의 발생을 예비한 것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세째, 소년원운영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이 결국 예산문제로 집약된다고 아니 할 수 없다. 이들에게 지불되는 급식비가 하루 몇10원정도인 데다가 1인당 교육비란 거의 이름뿐인 실정이다. 수용소년·소녀들은 똑같이 되풀이되는 교육과 밤농사 등 노역에 시달리다 보면, 교정은 되지 않고 불만·불평이 겹쳐 도리어 범죄를 배우게 되고 기회를 틈타 탈출에의 유혹에 끌리고야 말 것이다.
그러므로 정부와 국회는 소년원예산을 책정함에 있어서는 적어도 이들에게 적정한 기술교육을 실시할 수 있도록 충분한 고려를 베풀어야 할 것이다. 그러나 재정형편상 그것마저 도저히 실현가망성이 없는 경우에는 오히려 보호관찰에 붙이거나, 감화 원에 송치하거나 소년보호단체·사원, 또는 교회에 위탁하여 감호케 하는 방법이 차라리 나을지도 모른다.
한편, 보도에 의하면 고아원 등 후생시설의 운영도 말이 아니라고 한다. 이들 후생시설은 거의 재단 측의 수입이 없어 외국자선단체의 원조와 정부의 지원양곡 및 부식비로 운영되어 왔는데 올해부터 외국원조가 끊어진데다 정부지원 양곡마저 늦게나와 운영 난에 빠져 있다고 한다. 고아원 둥 후생시설의 운영 난 때문에 수용자가 탈출하여 절도 등 범죄를 저지르거나 악의 구렁이에 빠지게 되고 소년원에 위탁되는 경우가 허다하다고 한다.
정부는 교도소보다도 못한 소년원의 실태를 파악하고 교정교육의 실을 거두기 위하여서는 집중적인 아동보호행정을 펴야만 할 것임을 깊이 반성해야 할 것이다. 12,13세의 어린 소년·소녀들까지 노동에 종사하지 않으면 안 되는 우리 현실에서, 소년원 재소자에게 특별한 우대를 하기는 어렵다할지 모르나, 소년·소녀의 보호가 곧 국가장래를 위하여 필요불가결함을 인식하여 적극적인 소년·소녀보호정책을 강구해야만 할 것이다. 정부는 기술교육「센터」 등을 만들어 불우한 청소년과 소년원생들을 수용하고 기술교육을 하는 방안도 연구해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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