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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파탄 직면한 파키스탄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지난 3월25일 6만명의 병력을 투입, 10여만의 동「파키스탄」인을 살육했던 「파키스탄」의 「야햐·칸」정부가 이제는 거의 기진 맥진한 상태에 이르렀다. 벵글라데쉬(동「파키스탄」독립 임시정부)의 집요한 저항과 국제적 고립에다가 전면적인 경제적 파탄까지 겹쳤기 때문이다.
우선 벵글라데쉬의 「게릴라」활동을 보면 월남전의 축소판 같은 느낌마저 든다. 인도로 피난한 8백만명의 인적자원이 있으므로 지망자들은 무궁무진한 셈.
현재 동「파키스탄」안에서 게릴라 활동을 벌이는 사람이 5∼6만명, 인·「파」국경지대에서 훈련중인 병력이 약 6만명에 이른다.
벵글라데쉬의 한 간부는 인도에서 훈련 중인 6만명은 오는 10월초에 우기가 끝나는 즉시 동「파」쪽으로 진군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이렇게 되면 적어도 숫적인 면에서는 「야햐·칸」군보다 우세해진다는 얘기이다.
이들의 가장 큰 후원자는 역시 인도정부. 그밖에 해외「벵골」인들의 성금이 큰 목을 차지하는데 주로 동구쪽에서 무기를 사들이는데 쓰고 있다.
「야햐·칸」정부가 국제 여론의 지지를 못 받는 것은 소위 「3·25대학살사건」때문. 다행히 지공학적인 중요성 덕분에 중공과 미국의 후원을 받고 있지만, 소련 인도의 전폭적 지지에다가 세계여론의 동정을 모으고 있는 벵글라데쉬에 비하면 상대가 안된다. 게다가 미국은 인도적으로 『명분 없는 원조』를 하는 셈이므로 이 눈치 저 눈치 살피느라고 행동에 제약이 많은 것이다.
하지만 「야햐·칸」의 입장을 가장 난처하게 만든 것은 국내의 경제적 파탄. 「3·25사건」이후 파키스탄의 목숨 줄』이었던 동「파」지역의 쌀과 황마생산이 급격히 줄어든 것이다. 소식통이 전하는바에 의하면 황마는 거의 전멸상태, 쌀은 30% 이상이 감산되었다고 한다. 「야햐·칸」정부는 이와 같은 감산이 8백만명의 피난민과 상쇄되므로 『걱정 없다』고 주장해왔다. 그러나 동「파」지역을 여행한 외신기자들은 곳곳에서 아사자가 나고 있으며 이것은 수백만의 아사자를 되었던 43년 대흉작 때와 비슷한 상황이라고 보도했다.
한데 문제는 이와 같은 경제적 파탄이 동「파」뿐만 아니라 서「파키스탄」에서도 급속히 번져가고 있다는 점이다. 원료공급지이던 동「파」지역이 파탄을 맞자 공장들이 문을 닫게되고 실업자는 날이 갈수록 늘어간다는 얘기이다.
원료를 동「파」쪽에 의존하지 않던 공장들도 7천5백만의 시장이 일시에 날아갔으므로 타격은 매한가지였다.
서「파키스탄」의 최대 공업도시인 「카라치」시의 경우 공장 노동자의 절반이 이미 실직했으며 월 4만5천명씩 계속 불어간다는 것이다. 이와 같은 상황 때문인지 반「야햐·칸」을 내세우는 인민당의 「부토」가 『이대로 가면 서「파키스탄」안에서도 내전이 일어날 것』이라고 경고할 정도이다. 「야햐·칸」이 경제적 파탄에 허덕이게 된 또 하나의 요인은 서방국가들의 외화중단. 『외국 빚으로 먹고산다』던 「파키스탄」에 『정상화될 때까지』일체의 원조를 중단한다는 것은 사형선고나 다름없는 것이다. 지난 3월말까지만 해도, 3억「달러」에 달했던 외화보유고가 원조중단 3개월만에 바닥나 버린 것은 「파키스탄」의 외채의존도를 잘 설명해 준다.
「야햐·칸」은 이와 같은 난국을 타개하기 위해 상당한 제스처를 써 왔다. 지난 1일에는 3·25대학살사건의 지휘자였던 계엄사령관 「티카·칸」을 해임하고 그 후임으로 민간인지사 말리크를 임명했으며, 2일에는 보도 검열을 해제했고, 이어 3, 4일에는 사면령을 내려 「벵골」독립주의자들을 대량 석방했다. 뿐만 아니라 「벵골」분리주의를 내세웠던 아와미 당에 대해서 오는 12월의 선거 참여를 허락하겠다는 뜻까지 비쳤던 것이다.
「야햐·칸」의 이러한 양보는 사면초가를 헤어나기 위한 일시적 방편일 수도 있으나 몇 가지 점에서 성공할 가능성도 갖고 있다. 예컨대 동「파」에 재정·무역의 자치권을 부여하고 「파키스탄」을 연방정부로 만들자는 「안」은 미·소·중공 등에도 상당히 먹혀 들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동「파」분규가 대략 이러한 선에서 타결되리라는 추측은 벵글라데쉬 족의 반응에서도 읽을 수 있다. 즉 이러한 「안」이 논의된 이래 인도의 후원이 몹시 줄어들었으며 벵글라데쉬 지도자들이 몹시 초조해한다는 점이다.
미·소·중공·인도 등 「파키스탄」사태에 개입하고 있는 강대국들이 「야햐·칸」의 「자치를 존중하는 연방제안」에 기울 경우 벵글라데쉬에는 별다른 수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 <홍사덕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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