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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경지 보인 아이작·스턴·트리오 연주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4면

흔히 대가라고 하는 거장적인 연주가들에 의한 실내악이 자칫 파탄을 가져오기 쉽다는 말이 있다.
그것은 앙상블의 터부처럼 되어있는 개성의 주장이 전체 조화를 깨뜨린다는 지극히 상식적인 관념에서 나온 말이지만 이는 과거 거장들의 실례에서 보아왔기 때문이다.
이번 아이작·스턴·트리오에 대해서도 그러한 선입관과 기우가 전연 없었던 것도 아니다. 왜냐하면 주재자인 아이작·스턴을 비롯해서 피아노의 유진·이스토민이나 첼로의 레너드·로즈 등 모두 쟁쟁한 현역 독주자로서 각자의 연주영역을 확고히 구축하고 있는 사람들 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번 연주를 통해 그들이 앙상블의 기능에도 능통하고 있다는 것을 입증해주었을 뿐 아니라 자신들의 독주자로서의 연마된 기교와 심미력이 전체 앙상블이란 차원에서 승화되어 보다 정교하고 정도 높은 음률을 들러준 것이다.
물론 아담하고 유화한 그리고 잔잔한 실내악 적인 기존 관념과는 약간 체질을 달리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그들은 단순한 음향조화를 지나 정신내용의 강렬한 호소와 풍요한 정서의 솔직한 구현을 위해 무서울이 만큼 영혼을 불사른다.
따라서 연주에서 얻어지는 극적인 구성력, 섬세함과 강인한 기질의 엄청난 대조, 음을 엄격히 통어 하면서도 정열에 찬 풍려한 음향 등을 울려주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우리 나라에서는 거의 소외당하고 있고 청중이 가장 적은 실내악이지만 이번 연주에서 청중들이 마력적인 음향에 압도되면서도 전율을 느낄 만큼 감동과 무한한 흥취로 열광하는 것도 그들의 시정 넘친 박진의 절규가 청중과 공감을 가져왔기 때문이 아닐까.
브람스의 『피아노 3중주곡 제1번』은 다이내믹한 표상과 정열로 중후한 음화를 조형해 주었는데 특히 제 3악장의 침잠해 가는 명상적 서정은 지극히 감동적 베토벤의 『태공 트리오』는 정돈된 형식감과, 고귀한 기품으로 웅대한 풍격을 새겨 주었고 B플랫 장조의 트리오는 피아노를 너무 앞으로 내민 느낌은 있으나 산뜻한 연주였다. [김형주<음악 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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