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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적 첫 회담…반갑습니다|「가족 찾기」 예비회담이 열리던 날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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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판문점=임시취재반】남·북 이산가족 찾기를 위한 역사적인 예비회담이 개막된 20일, 판문점에는 세계의 눈과 귀가 쏠렸다. 이날 남북 적십자예비회담은 예정대로 5명씩의 대표가 각각 참석한 가운데 서막을 열었으며, 회의장 주변은 국내 기자를 비롯한 세계 각국에서 모인 기자들이 회의진행을 지켜보았다. 민족분단 반년만에 남북 적십자대표가 마주 앉아 이산가족 찾기를 위한 대화를 나눈 이날, 온 겨레는 적십자의 인도주의에 입각하여 헤어진 가족들이 서로 만나 분단의 비극을 씻는 길목이 되어주도록 바라고 있다.

<회의장>
상오 10시58분 김연주 수석대표를 선두로 회의장에 나온 우리 대표들은 먼저 자리를 잡았다. 김 수석대표는 뒤이어 북쪽에서 나타난 김태희 북적 수석대표의 손을 잡고 『반갑습니다』고 첫인사와 함께 악수를 청했다.
김태희는 『안녕하십니까, 멀리서 오시느라고 수고가 많았읍니다. 오랫동안 헤어졌다가 만나니 반갑습니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측 수석대표가 신임장을 교환하자고 제의, 양쪽 대표들은 신임장을 주고받았다.
김태희는 『신임장 명단을 보면 알 수 있겠지만 개별적으로 소개해 달라』고 요청, 우리측 수석대표가 우리 대표단을 박선규 정홍진 정희경 정주년 순으로 소개했다.
곧이어 김태희는 오른편에 앉은 부대표 김덕현, 왼편에 앉은 조명일, 오른쪽 끝에 앉은 이종학, 왼쪽 끝에 앉은 서성철을 차례로 소개했다.
우리측 수석대표가 『남북 가족 찾기 운동에 즈음해서 인삿말을 하겠다』고 말하자 북쪽대표는 『원고가 준비되어 있어 먼저 하겠다』고 말하는 순간, 우리측 김 수석대표가 「마이크」를 통해 『북한 적십자회 여러분!』하며 재치 있게 선수로 발언을 시작, 북괴는 멋적은 듯이 듣고만 있었다.
한적 수석대표 김연주씨는 그를 뒤따라 북적 수석대표 김태희의 인사발언이 끝난 11시25분, 김에게 국화꽃다발을 주자 북적측이 박수로 받아들였다.
첫 인사말이 끝나자 북적대표 김태희가 회의진행부터 하자고 말하면서 기자들의 퇴장을 요구했다.
이날 북적 대표들은 짙은 회색「싱글」에 김일성 훈장을 달고 있었고 수석대표 김태희는 대머리에 둥글넓적한 얼굴이었으며 작은 키에 뚱뚱한 편.
한국기자들이 「포즈」를 취해 달라고 부탁하자 5명의 북적 대표들은 나란히 서서 손을 흔들어 주는 등 부드러운 「제스처」를 보여줬다. 북적 부단장인 김덕현은 2, 3년전 판문점에 나타나 기자행세를 하던 사람으로 알려졌으며, 서성철 등 3명은 앞서부터 남북적 문서교환 때의 파견원들로 나타난 사람들이었다.

<외국기자들 물려|회의장 안팎>
이날 상오 10시15분쯤 우리측 보도진과 한적 수행원들이 판문점 회의장에 도착했다. 북괴측 기자들은 먼저 도착해 있었다.
이날 회의장 주변의 경비는 평소와 같았으나 전에 나타난 일이 없던 30여명의 북괴기자가 서성거리고 있었다.
회담시작 20분전에 북괴지역에 취재차 간 「덴마크」 일본 호주 등 기자와 소련 「헝가리」 등 공산국가의 기자 19명(여자 3명 포함)이 북쪽에서 나타나 회의장 주변에서 법석거렸다.
이들 중 「덴마크」의 「인포메이션·업저버」지 소속의 한 부부기자는 『평양에는 10일전에 도착했다』 『평양에 서방기자가 들어가기 어려운 줄 알았는데 그렇지도 않았다』고 말했다. 이들 서방측 기자들은 모두 왼쪽 가슴 위에 김일성 「배지」를 달고 있었다.
호주의 여자 「프리·랜서」인 「스탠리·무어」양과 「미시즈」 「넬슨」은 2주일 전에 평양에 도착했다고 했으며 일본공동통신의 삼상기자는 19일 상오11시 평양을 떠나 20일 새벽4시 개성에 도착, 이날 상오9시 개성 국제「호텔」에서 아침을 먹고 9시35분 북괴병사가 운전하는 「버스」편으로 판문점에 도착했다고 말했다.
「탄자니아」의 「펠릭스·카이러」(26) 기자는 「스탠더드」지 편집국장이라고 자신을 소개했고, 「탄자니아」의 「조셉·무졸」은 부장급이라며 한국 기자와의 접촉을 꺼리기도-.

<「조일」 편집국장도>
또 일본의 아사히(조일)신문편집국장 「고또」(후등기부)씨가 동사소속 기자 3명과 함께 북괴측이 나누어준 보도완장을 두르고 회의장에 나타났다.
그는 지난17일 중공 북평에서 열차편으로 평양에 도착, 그 동안 관광을 했다고 말하고 『앞으로 김일성과 면담할 예정』이라면서 『한국에는 바빠서 방문하기 어려울 것 같다』고 말했다.
일본 「아사히」신문 편집국장 「고또」(후등)씨가 평양을 거쳐 북에서 회담장소에 나타나 취재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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