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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의반의 「도중하차」야구 아주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6면

김영조 한국대표 야구감독의 도중 하차가 한 동안 자의냐, 타의냐로 의견이 분분하더니 이제는 자의반타의반인 입원으로 굳어지고 있는 것 같다.
김 감독의 병은 물론 크게 악화된 것만은 사실 그러나 김 감독은 책임감이 누구보다 강해 병으로 물러서지 않는 성격이며, 여기에 최근 야구협회 관계자들의 일련의 움직임이 1차 「리그」의 부진에 대한 십자가를 감독에게 지도록 했다는 주장을 뒷받침 해 주고 있다.
물론 당사자인 김 감독은 타의설을 완강히 부인하고 있다.
『대 일전이 끝난 후부터 몸이 극도로 약해졌습니다. 지병인 당뇨병의 「테스트」결과 「플러스」5나 되어 그 이상 운동장에서 버틸 수가 없었읍니다.』
그래서 선수단에 먼저 입원을 요구했다는 김 감독의 말과는 달리 대표단의 모 임원은 김 감독의 입원을 발표하는 자리에서 『김 감독에게 선수단 측이 먼저 지난 14일 상오에 입원을 권고했다』고 밝혀 입원문제를 누가 먼저 꺼냈느냐 하는 선후가 완전히 엇갈리고 있다.
이 보다도 대 호전이 끝난 후 협회 관계자들의 움직임도 심상치 않은 것이었다. 한국이 자유중국과 비긴데 이어 일본과 호주에 연쇄하여 김 감독에 대한 불신론이 협회 안에서 공공연하게 일기 시작한 지난 13일 밤 최인철 단장·김정환 전무·송옥순 충무 등이 심야에 김종락 회장을 자택으로 방문, 강시간 요담한바 있으며 숙소인 세종 「호텔」에 돌아와서도 자정이 넘도록 구수회의를 했다는 사실이 김 감독의 입원과 직접적인 관련이 있다고 주장하는 야구인도 있다.
또 한가지, 협회는 김 감독의 사퇴를 발표해 놓은 후 이를 번복, 사퇴가 아니라 단순한 입원이라고 밝히는 등 김 감독의 입원에 대해 허 등 지 등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여기에 어느 관계자는 13일 협회 고위층의 요담에서 건강상태가 좋지 않은 김 감독의 입원을 원칙적으로 결정한 후 14일 상오10시 이를 본인에게 통고함으로써 순전히 타의에 의해 입원하게 되었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김 감독의 당뇨병도 「팀」을 이끌어 갈수 없을 정도로 악화된 것도 사실 김 감독의 입원은 본인의 건강과 협회 측의 요구가 「타이밍」이 맞아 결과적으로 자의반타의반인 입원이었다고 해석할 수 있겠다. 따라서 중병인 전 감독을 국가대표 「팀」의 「벤치」로 기용한 선수 선발위원회의 선발이 이런 비극을 불러온 원인이 된 것으로, 일생을 야구에 바친 노장 김영조씨의 종장은 너무나, 충격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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