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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계 측의 물가관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박두병 대한상의회장과 김용완 전경련회장은 3일 공동기자회견을 통해 당면한 경제문제에 대해 주목할만한 의견을 제시했다.
이들은 국제경제환경의 급격한 변화와 국내 물가의 심상치 않은 상승경향에 직면한 한국경제는 이제 바야흐로 중대한 국면을 맞이하고 있어 비상대책을 서두르지 않고서는 난국을 타개하기 어렵게 되었음을 공공연히 표명하고 나선 것이다.
항상 낙관적인 견해만을 제시하던 정부당국도 이제 문제의 심각성을 인정하게 되었고, 4일에는 김종필 총리가 직접 당면한 물가대책 및 인플레 문제 등에 관해 정부의 소신을 공표하기까지에 이르렀다.
따라서 상의와 전경련이 이에 하루 앞선 3일 공동으로 국내경제정책의 방향을 제시한 것은 4일의 정부물가대책발표를 예상하고 이에 미리 영향을 미침으로써 재계 측 의견이 그 정책에 반영되기를 기대한다는 뜻을 내포하고 있었다 할 것이다.
이들 재계대표는 국내외 여건의 변화로 국민경제와 기업이 가장 어려운 도전과 시련에 직면해 있다고 밝히면서 ①전산업에 걸친 산업합리화정책의 퇴진 ②비생산적인 투자와 소비의 지양 ③유통자금 공급의 확대와 새로운 차원의 물가정책 집행을 주장하고 있다. 이들의 주장이 구체적으로 무엇을 뜻하는지는 여전히 명백치 않으나 그 동안 단편적으로 제시된 물가현실화정책에 대한 업계의 요망을 새로운 수준에서 다시 강조한 것이라고 일단 평가할 수 있을듯하다.
확실히 그 동안 행정력으로 묶여있던 가격을 현실화하지 않는다면 민간기업의 부실화방지와 물가의 지속적인 안정을 기하기는 힘들 것이다. 그러나 제 가격을 일시에 현실화시키면 환율인상조치의 실행성이 소멸되고 그것이 다시 환율을 인상해야 하는 압력으로 작용하게 될 것이므로 그렇게 되면 환율과 물가의 악순환을 단절시킬 방법을 찾을 수 없다는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는 것도 또한 외면해서는 안될 것이다.
더우기 업계의 주장대로 불황이 심각한 것이라면 제 가격의 현실화에 의한 물가의 상승은 대중의 구매력을 상대적으로 감퇴시켜 불황을 더욱 촉진시킬 우려도 있다는 점도 신중히 생각해야 할 사항이다. 또 반 물가상승률이 가속되는 경우, 임금인상압력이 필연적으로 파생될 것이며, 환율·물가·임금의 악순환과정을 유발시키는 문제점도 경솔히 다루어서는 안될 것이다.
물론 우리의 외환사정에 여유가 있어 제 가격의 현실화와 병행해서 수입규모를 대폭 늘리 수 있다면 모든 악순환과정을, 단절하면서 새로운 수준에서의 균형을 모색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요즘의 우리나라 국제수지상황은 그러한 방법을 허용 할수 없는 것이 실정이기 때문에 제 가격의 현실화를 터놓고 단행하기 어렵다는데 문제가 있는 것이라 하겠다.
사리가 이와 같다면 물가문제 국제수지문제를 기자정책 성장률정책과 분리해서 생각할 수 없다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이치 일 것이다.
우리의 솔직한 견해는 그동안 집행된 성장위주의 정책이 파생시킨 모순이 이제 현재화한 것이므로 당면한 문제의 해결방안도 당연히 전체경제정책기조의 재검토에서부터 찾아야한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성장과 물가, 그리고 국제수지간의 균형을 회부시킬 수 있는 차원 높은 ,비상대책을 시급히 마련해야하겠으나 이를 위해서는 물가당국·기업인 및 전문가 등으로써 구성되는 전문적인 대책위원회의 설치와 그 기능에 기대하는바 크다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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