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설대신 폭소 판문점군사정전위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7면

【판문점=이창성기자】1일 북괴측 요청으로 열린 군사정전위 3백21차 본회의는 시종 조용한 목소리로 진행됐고 때론 폭소가 터지는 등 전과 같은 긴강 감과 북괴 측의 부릅뜬 눈과 앙칼진·욕지거리는 찾아볼 수 없었다.
이날 첫 발언에 나선 북괴측 수석대표 한형옥은 지난달 25일 3백20차 본회의 때보다 더 부드러운 목소리였고 「제스처」도 퍽 완화된 느낌.
「유엔」측 수석대표 「폴리」제독이 북괴가 지난27일 파주지역에 대한 중화기무차별난사사건직후 공동일직장교를 통해 「유엔」군 측에 통고한 사실을 들어 『휴전협정 29조에 따른 정당한 조처』라고 칭찬, 처음으로 「욕설대신 칭찬」을 했다.
북괴대표 한은 이날회의가 끝날 무렵 『무장도발을 즉각 거둬치우라는 우리측 요청을 수락하겠는지 말해보시오』라고 같은 질문을 세 번째나 반복하자 「폴리」제독이 『더해보시오』하는 바람에 한이 답변이 궁해져 어물어물하자 「유엔」측 석에서 먼저 웃음이 터지고 잇달아 북괴 측에서도 웃음이 터져 살얼음판 같았던 판문점에 오랜만에 웃음이 깃들었었다.
한의 크게 벌린 입 가식없는 웃음 때문에 판문점에도 얼음을 녹이는 봄바람이 불어 올 것 같았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