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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우에 발목잡힌 「월남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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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사이공=신상갑특파원】「두옹·반·민」장군과 「구엔·카오·키」부통령이 10·3월남대통령 선거를 「보이코트」했으나 단독출마를 굽히지 않고 있는 「티우」대통령의 단호한 태도로 「민주선거」를 통해 정치안정을 이룩하려는 미국의 월남정책은 암초에 부딪쳤다. 그와 더불어 10·3정치 「플로트」를 직접 연출한 「엘즈워드·벙커」주월 미국대사의 관운도 끝장을 볼 것 같다.
미국이 4만5천명의 젊은 생명을 희생하고서도 주월 미군의 철수시한을 제시하지 않는 까닭은 「아이크」에서 「닉슨」에 이르는 역대의 대통령들이 일관되게 견지해온 『고매한 도덕적 명분』때문이었다.

<닉슨 재선에도 영향 미쳐>
즉 미국의 월남전수행은 어디까지나 월남인으로 하여금 자기들 스스로 민주주의적인 정권을 수립, 보존할 수 있도록 해주기 위한 것이라는 점이다.
「닉슨」행정부의 고심도 그 점에였다. 「닉슨」으로서는 조만간 월남의 「수렁」에서 발을 빼지 않고는 72년 선거에서 재선이 어렵게 된다.
그러나 미군이 발을 뺀 그 다음 월남이 공산화하거나 비 민주화해서는 안되겠다. 때문에 17도선 이남의 월남을 일단 평정시켜놓고 여기에 민주주의적인 정부를 세워놓은 다음 그것이 미군주둔 없이도 제대로 존속할 여건을 만들어 놓은 다음에 비로소 손을 떼어야만 미국의 체면이 서지 않겠느냐는 것이 「닉슨」행정부의 생각이었다. 그러나 정정당당한 경쟁이 이뤄지는 자유선거의 실시가 무망해짐에 따라 미국의 전략과 체면은 크게 손상을 받게 된 셈이다.
자유롭고 공정한 선거의 전망은 「티우」대통령이 선거법개정을 강압적으로 통과시킨 데다 대법원이 출마자격 판정을 싸고 정치 색이 짙게 엎치락뒤치락하는 통에 더욱 흐려졌다.
입후보 난입을 막는다는 명분이지만 「키」등 강력한 상대자의 출마를 제한하는데 목적을 둔 대통령선거법의 제정이 결국은 「티우」에게도 자승자박이 되었고 오늘날의 고경을 초래하게 된 것이다.

<잇따른 밀담도 성과 없어>
결국 대법원에 의해 출마자격을 인정받지 못한 「키」의 탈락으로 선거는 일단 「티우」와 「민」과의 대결로 압축되었었다.
「벙커」대사는 급거 「워싱턴」을 다녀온 뒤 『2명 이상의 후보가 경쟁하는 한 선거는 자유롭고 민주적인 공명선거』라는 판단기준에서 열심히 「민」후보의 선거참여를 설득했다.
그러나 「민」장군은 「티우」의 「부정선거획책」을 말릴 생각은 안하고 복수후보의 경쟁이라는 「자유선거의 겉치레」에만 열중한다는 판단에서 「벙커」대사의 설득을 일축, 「부정선거」불참을 선언했다.
선거가 「티우」독주를 면치 못하게되자 「벙커」대사는 조바심이나 연일 「티우」와 밀담, 새로운 요법이 나왔다.
즉 「키」를 다시 합법적인 후보로 인정하는 대법원의 번복 판결이었다.
그러나 「키」는 이 각본(?)대로 움직여 주지 않고 오히려 선거불참을 선언했다.

<「부정선거」시인 하는 셈>
그리곤 「키」와 「티우」가 다같이 사퇴하고 90일 안에 새로운 선거를 실시하자는 제안을 내놓았다. 민주선거의 체면을 유지하기 위한 미국의 압력, 반정부세력의 위협, 「쿠데타」의 풍문, 잇단 「데모」등에도 불구하고 월남정부는 1일, 다시 「키」의 이름을 투표지에서 삭제하고 「티우」단독출마하의 10·3선거를 예정대로 강행한다고 공식 천명했다.
결국 10·3 선거는 「티우」개인에 대한 신임투표의 성격을 띠게 되었다. 미국과 「티우」정부는 이미 돌이킬 수 없는 지점을 넘어선 것이다.
만약에 약간 태도를 누그러뜨렸다가는 「키」와 「민」을 따르는 군 일부의 동요를 초래할까 보아 어차피 내디딘 발걸음을 돌이킬 수도 없다. 또 연기와 같은 『양보』로 나오면 결국 「민」과 「키」가 주장한 『부정선거획책』을 부분적으로 시인하는 셈이 된다. 그뿐 아니다. 미국의 압력은 어디까지나 민주·자유선거라는 「이미지」를 살리고 후환이 없도록 하기 위해 「티우」에게 압력을 가하고있는 것이지 결코 「티우」를 밀어내려는데 진의가 있는 것이 아니라고 「티우」는 마음속으로 생각하고 있다.

<반「티우」운동 격화할 듯>
누구보다도 미국은 『믿을 수 없는』 「민」이나 「키」보다 그래도 『말을 잘 듣는』자기를 원하고 있다는 것을 「티우」는 잘 알고 있다.
이 반국에 골탕먹는 것은 전시하의 선거에 민주주의의 기틀을 잡아놓고 떠나려던 「벙커」대사요, 미국의 체면이다.
불교도학생의 피살사건을 계기로 월남의 학생, 불교도, 야당, 상이군인들은 반「티우」, 부정선거규탄 운동을 일으킬 기세다.
성장·경찰·군·대법원을 동원하여 오늘의 진퇴양난을 가져온 「티우」대통령이 10·3선거를 예정대로 강행할때 미국의 도덕적인 명분과 협상 「테이블」에서 입장이 난처해질 것은 뻔하다.
때문에 65년 「도미니카」사태를 수습한 정치연출의 명수 「벙커」로서도 이번만은 불명예 퇴진을 면하지 못하리라는 관측이다. 그렇고 보면 「사이공」에 귀임한지 불과 10일 사이에 뻔질나게 독립궁 의 「티우」를 일곱 차례나 찾아다니는 처지도 이해가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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