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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가동결은 경제방향의 상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물가와 임금을 동결시켜 인플레를 억제하려 드는 것은 항로에서 1도 정도 빗나가는 버릇이 있는 배의 방향을 바로잡기 위해서 그 배의 키(타)를 고정시키는 것과 다름없는 것이다. 현재 물가는 연간 4%좀 올라가고 있는데 이건 물가가 1%올라가는데 90일이 걸린다는 걸 뜻한다. 요정도의 물가인장은 별것 아니 잖 은 가? 그러나 문제는 있다. 왜냐하면 이 수치는 수백만 가지의 물가와 서비스 요의 평균 인장 율을 나타내고 있는데 이 중에는 10∼20%가 올라가거나 내려가는 것도 있고 그러한 변동은 다른 물가나 서비스 요에 영향을 미쳐 시장의 수요와 공급관계를 형성하기 때문이다.
미국경제의 방향을 조종하는 것은 바로 이러한 변동이기 때문에 이것을 묶어두면 경제의 방향을 잃게 하고 더군다나 평균1%의 물가 변동을 일으키는 힘을 막을 수도 없다. 이 힘은 물자와 서비슨 의 공급보다 돈의 양이 더 빨리 느는데서 온다.
물가·임금 동결이 으레 가져오는 심리현상 또한 무시할 수 없을 만큼 큰 것이다. 즉 지금까지 인플레 경향을 두려워하여 정부 지출을 억제해오던 관리들은『물가동결로 인플레 걱정을 안 해도 된다. 지출을 마음껏 하라』는 식의 정신상태에 말려 들어갈 것이다.
세율 인하를 주장해온 사람들이나 인플레의 책임을 마땅히 도맡아야 하는 연방준비제도 이사회까지도 이런 식으로 생각하게 될 것이다. 그 결과는 오히려 인플레 압력을 가중하면 했지 경감해 주지는 못할 것이다.
임금·물가 동결은 현실과 물가지수 사이를 벌려놓게 될 것이다. 즉 정부의 컴퓨터에 주입되는 공적가격은 동결된 대로겠지만 실질가격의 경우 품질의 저하, 임금의 경우 시간외 수당 등의 형태로 변하게 될 것이다. 90일의 동결이 끝난 뒤 공적 수치도 그 동안 유지되어온 실제 가격에 따라 급변하게 될 것이다.
여기에서 닉슨 대통령의 딜레마는 시작된다. 그는 호랑이의 꼬리를 잡은 것이다. 마지못해 잡은 꼬리지만 놓기는 어려울 것이며 그 결과 그는 90일이 지난 후에 두 세목별 물가·임금 동결을 계속해야 되지 않을까 생각된다.
그러면 닉슨 대통령의 동결 정책은 결국 어떻게 끝날 것인가? 지금까지의 모든 물가 동결 정책과 마찬가지로 완전한 실패로 끝나고 억제된 인플레 상태가 다시 계속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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