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가계 쇼크…공공요금 인상|늘어가는 적자대책은 없나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5면

바삐 돌아가는 국내외의 커다란 문제들 속에서도 주부들이 가장 관심 있는 문제-「하룻밤 지내면 달라지는 것」이 요즘의 물가다. 그렇지 않아도 빠듯한 가계에 예측할 수 없이 오르기만 하는 물가는 아침저녁 서늘한 바람이 불가시작하자 하나의 두려움으로 느껴지기까지 한다. 선거와 환율인상 등 오를만한 이유를 전부터 갖고있었고 심지어 당국에서까지도 예고를 하면서도 물가고에 대한 대책은 전혀 방향이 보이지 않고 있다. 극소수 층을 제외하고 일반 봉급 자를 포함한 모든 가정의 수입은 비례적으로 오를 수 없는 형편이기 때문에 현재의 생활은 물론 앞으로의 가계가 극히 어두운 상황이다.
보통 5인 가족의 중류봉급생활로 꼽을 수 있는 월수 3만원∼5만원의 가정에서도『저축은 이미 생각할 수 없고 올 가을 겨울에 대비할 예산이 막막하다』고 주부들은 당국의 물가에 대한 속시원한 진단과 대책을 아쉬워한다.
결혼생활 6년 동안 비교적 규모 있는 살림을 꾸려왔었다고 자부하는 주부 조영자씨(서울 서대문구 남가좌동)는『요즘의 시장물가는 신문에 발표되는 퍼센터 지보다 훨씬 많게 또 진폭이 넓게 변하기 때문에 물가에 대한 예상을 할 수 없어 더 큰 적자가계의 원인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오름세가 급하기 때문에 규모 있는 지출배분을 미리 할 수가 없다는 것이다.
그러면 8월 현재의 가계는 어느 정도 올라 있는가.
회사원 K씨(31)댁의 가계부를 예로 들어 알아본다.
K씨 댁은 K씨의 봉급 3만8천2백원과 집세 5천 원을 합해 현재 월수 4만3천2백원으로 부부와 아기 둘(4세, 2세) 노모, 시동생 등 여섯 식구가 살고있는데 옆의 도표에서 보듯이 7월25일∼8월25일의 한달 동안 6천 원 정도의 적자다. 이것은 친척으로부터 꾸고 저금통을 깨서 메운 것이라고 K여사는 설명했다.
지난 1월과 비교해 볼 때 K씨의 봉급이 6월에 인상되어 3만2천 원에서 3만8천2백원으로 된 것 외에는 수입에 변화가 없었으나 지출은 1만원 넘게 27%가 늘어났다.
K여사는『다른 집보다 식모를 안 두고 교육비가 없고 잡비를 극히 줄이고 있는데도 이렇게 적자가 난다』고 말하면서 특히 부식비의 부담은 가족의 영양을 크게 위협하고 있다고 걱정했다.
쇠고기 값을 비롯, 모든 부식비가 20%∼30%씩 뛰었고 석유는 1되 35원(1월)에서 56원으로, 연탄 18원→20원, 설탕(15㎏)이 1천5백50원→1천9백50원, 밀가루(1부대) 8백50원→1천50원, 목장우유 20원→23원 등 전반적으로 20%내외로 올랐다.
이중 연탄 값은 가을이 깊기 전 더 오를 기세를 보이고 있다.
쌀값은 정부미 값으로 변함이 없으나 밀가루·잡곡 값의 인상으로 주식비마저도 K씨 댁의 경우 14%나 올랐다.
그러나 경제전문가들은 문제는 앞으로 연말까지 불가피하게 연달아 오를 사태에 있다고 내다본다.
우선 9월부터 중-고교 수업료가 20%나 인상 결정되었고 철도화물운임이 오를 예정이므로 이것에서 파급되는 모든 물건값이 가만있지 않을 것이다.
전기·수도요금·전화 가설 요도 내년 1월부터 인상이 확실해졌지만 어쩌면 연말로 다가설 기미도 없지 않다.
이것도 단순히 한 가정의 전기 값·수도 물 값만 오르는 것이 아니오, 모든 상품의 원가에 인상요인으로 작용하는 것들이다. 밀가루가 오르면 라면 값이, 빵 값이, 음식값이 연쇄적으로 오를 것이요, 기름 값이 오르면 택시 버스 값도 움직일 것이다. 오를 것이 예상되는 판유리·시멘트 값도 마찬가지. 하옇든 전문가들은 올 가을의 물가가 대개 10%∼20%선으로 오를 것이라고 더욱 어두운 전망을 하고 있다.
이렇게 기초 에너지 값과 공공요금의 인상은 물가전반의 오름을 확실하게 하고 있음엔 틀림없다. 따라서 제자리걸음의 대부분 봉급 자들의 가계로는 이미 감당하기 어렵게 끔 된 것 같다.
올 가을 가계를 위협할 주요물품의 가격추세를 살펴본다.
▲밀가루=이미 올 들어 두 번 인상되었으나 여기에 따른 라면과 각종 빵 값, 국수 값이 10%내외로 일제히 오를 것이 예상된다. 식생활 개선, 분식장려가 무색하게 당국의 고시가가 오른 이상 가계의 주식비를 늘게 하는 큰 요인이다.
▲설탕=9월부터 인상이 확실하나 아직 얼마로 될지는 결정되지 않고 대개 10%내외로 어림잡고있다.
▲의류=면사 값이 한차례 올랐었지만 9월부터 다시 10%오를 것으로 보인다. 메리야스 종류와 광목·포플린 류도 덩달아 오를 것이고 특히 추석을 앞두고 수요 급증으로 10∼20%정도로 오를 기미.
▲육류=선거전에 20%나 올라 쇠고기가 한 근(6백g)에 6백원, 돼지고기 3백20원이지만 아직도 업자들은 50원정도 더 올리기를 주장하고 더 우기 농번기와 추석대목 등을 틈타 안심할 수 없게 됐다.
▲생선=몇몇 군데 직매장이 서울에 설치되었지만 여전히 교통비·인건비 등이 붙는 시기상품이라 값의 진폭이 클 것으로 예상된다. 다른 물가의 인상에 영향을 받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야채=제철이라 점점 가격이 내릴 것 같으나 예년에 비하면 엄청나게 비싸다. 김장철을 앞두고 양념 값은 예년처럼 띌 것이고 특히 고추 값은 요즘도 계속 오름세를 보여 전망이 흐리다.
▲연탄=19공 탄 1개에 20원에 묶어두려고 하지만 벌써부터 가수요에 의해 23원씩 하는 곳도 있고 올 겨울까지 한차례 더 오를 것으로 내다본다. <윤호미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