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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치킨게임 승자독식 … 아직 배고프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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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SK하이닉스가 나비의 양 날개를 형상화한 기업 심벌처럼 반도체 명가로의 화려한 부활을 예고하고 있다. 분기별 매출액이 처음으로 4조원을 넘어섰고, 영업이익도 사상 최대 기록을 세웠다.

 SK하이닉스는 올 3분기에 매출 4조840억원, 영업이익 1조1640억원을 기록했다고 29일 발표했다. 전 분기에 이어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사상 최대 실적을 이어갔다.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69% 늘었고 영업이익도 전 분기보다는 5% 늘어났으며 지난해 3분기 대비 흑자로 전환했다. 영업외 비용 등을 반영한 당기순이익은 9582억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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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당초 증권가에서는 중국 우시공장 화재 여파로 2분기에 못 미치는 실적을 거둘 것으로 봤다. 그러나 세계 반도체 업황의 호조가 이어진 덕에 기대치를 웃도는 성적표를 받았다. D램의 경우 우시공장 화재로 인한 생산 차질로 출하량은 전분기 대비 2% 감소했다. 그러나 D램 수요 증대로 평균판매가격이 5% 오르면서 매출과 이익 규모는 되레 늘었다. 낸드플래시는 평균 판매가격이 6% 하락했지만, 모바일 신제품 출시 등에 따른 수요에 적극적으로 대응하면서 출하량은 전 분기보다 11% 증가했다. 더 고무적인 것은 두 분기 연속으로 높은 영업이익률을 기록했다는 점이다. SK하이닉스의 3분기 영업이익률 28.3%는 해외 경쟁사인 미국 마이크론(7.3%), 대만 난야(4.8%) 등은 물론 업계 1위인 삼성전자 반도체부문(21.1%)을 뛰어넘는 수치다. 그만큼 안정적인 수익기반을 확보했다는 의미다.

 물론 메모리(D램·낸드플래시)만 있는 SK하이닉스와 시스템LSI(모바일 기기용 프로세서 등 비메모리 반도체)가 뭉쳐 있는 삼성전자를 단순 비교하기는 힘들다. 하지만 이를 감안하더라도 SK하이닉스의 영업이익률은 최고 수준이라는 게 업계의 평가다. 한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는 모바일 D램에 초점을 맞췄고, SK하이닉스는 PC용 D램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다”며 “최근 PC용 D램 가격이 오르는 등 시장 상황이 SK하이닉스에 유리하게 돌아갔다”고 분석했다.

 문제는 우시공장의 생산 차질이 본격적으로 반영되는 4분기다. 영업외 비용으로 반영해야 하는 금액이 3분기(약 2000억원)보다 늘어나는 데다 완전 정상 가동까지는 시간이 필요하다. 이에 따라 4분기에 생산하는 D램과 낸드플래시는 약 10% 정도 감소할 전망이다. 김준호 사장은 “화재로 가동이 중단된 라인의 일부 시설은 복구를 완료하고 단계적으로 가동률을 높이고 있다”며 “다음달 중 사고 이전 수준으로 회복될 것”이라고 말했다. 증권업계에서는 4분기에 매출 3조5000억원, 영업이익 7600억원 정도로 내다보고 있다.

 여기에 우시공장 정상화 이후 세계시장에서 D램의 공급과잉이 생길 수 있다는 점도 우려스럽다. 이달 중순 모건스탠리가 SK하이닉스에 대해 ‘매도’ 의견을 제시한 이유다. 이날 증시에서 SK하이닉스는 전날보다 3.47% 하락한 3만1950원을 기록했다. 이승우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가 D램 생산능력을 늘리고 있어 내년 초 공급과잉에 따른 D램 가격 하락 우려가 있다”며 “다만 생산 물량이 전량 시장에 풀리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가격이 폭락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김영찬 신한금융투자 연구원도 “세계 D램 업계가 ‘빅3’로 재편되면서 공급 조절 능력 및 가격 협상력이 강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편 SK텔레콤은 SK하이닉스 덕에 좋은 실적을 거뒀다. 이날 실적을 발표한 SK텔레콤은 3분기에 매출 4조1246억원, 영업이익 5514억원을 올렸다. 당기순이익은 5022억원으로 전 분기보다 7.4% 늘었다. 자회사인 SK하이닉스의 호실적으로 지분법 평가이익 2231억원이 발생한 영향이 컸다.

손해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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