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가사로 단절된 여성 경력, 시간선택제로 이어 가세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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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대 여성의 고용률 저하를 극복하기 위한 다각적인 노력이 시도되고 있다. 사진은 CJ 리턴십 프로그램. [사진 CJ]

초등학생과 중학생 아들 딸을 두고 메디피아산부인과에 근무하는 신원경 씨. 얼마전 시간선택제 근로자로 재취업했다. 일과 육아를 병행하기 어려워 퇴사했다가 되돌아왔다. 신 씨는 시간선택제로 재취업하면서 근로시간이 짧아진 만큼 급여는 줄었지만 일과 육아를 병행할 수 있어서 만족하고 있다.

 시간선택제는 신 씨의 경우에서 보듯 육아와 가사로 인한 여성의 경력 단절을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의 하나로 주목받고 있다.

 통계청 경제활동인구조사에 의하면 지난해 30대 여성의 고용률은 20대보다 6.9%포인트 낮았다. 이 때문에 우리나라 여성고용률은 M자형을 보이고 있다. 20대 여성 고용률은 지난 2011년부터 남성을 추월했다.

 OECD 국가 중에서 여성고용률이 M자형을 보이는 나라는 우리나라와 일본뿐이다.

 여성의 경력 단절은 본인에게나 사회적으로나 큰 손실을 초래한다. LG경제연구소에서 나온 ‘여성 경력 단절에 따른 소득 손실 크다’는 보고서에 의하면 2012년 기준 417만명의 여성이 육아나 가사 때문에 경제활동을 포기했으며, 이로 인한 잠재적 소득 손실은 60조 2000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된다.

 이같은 여성 고용 단절로 인한 손실을 줄이기 위해 시간선택제를 도입하는 일터가 늘어나고 있다. 시간선택제는 네덜란드와 북유럽에서 많이 시행되고 있다. 네덜란드에서는 일하는 여성 10명 가운데 6명이 시간선택제 근로이다.

 자율출퇴근제나 직장내 모성보호프로그램도 여성들의 경력 단절 해소를 위해 필요하다. 아모레퍼시픽의 고윤영 팀장은 자율출퇴근제도와 사내 어린이집을 이용해 다섯 살과 세 살 아이를 키우며 직장생활을 하고 있다. 육아 휴직 때 휴직급여와 별도로 3개월 동안 통상임금의 60%를 추가로 지급하는 등의 모성보호프로그램을 통해 경력 단절 없이 근무할 수 있었다. 아모레퍼시픽은 노사가 합심해 여성인재를 위해 다양한 지원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그 결과 산전 및 산후 휴가자 가운데 단 한 명도 경력 단절 없이 모두 직장에 복귀했다.

 CJ는 리턴십 프로그램을 시행해 관심을 끌고 있다. 출산과 육아로 인해 경력 단절이 생긴 여성들에게 재취업의 기회를 제공하기 위한 제도이다. 2530명이 지원해 157명이 6주 인턴십 교육을 받고 있으며, 교육 결과에 따라 11월 중에 정식 채용될 계획이다. 시간선택제와 전일제로 나눠져 있으며, 초과 근무를 시킨 상사에게 페널티를 주는 리턴십 케어 시스템을 병행해 칼퇴근을 보장하고 있다.

 연세대 경제대학원 정진호 교수는 “네덜란드는 여성고용률이 69.9%나 된다. 차별 없는 시간선택제 일자리가 보편화돼 있기 때문이다”고 설명하면서 “여성의 경제활동 참여 기회를 확대하려면 시간선택제 일자리 확대가 필요하며, 이를 위해 노사가 서로를 배려하는 문화, 시간선택제 근로자의 권리를 보장해주는 법과 제도적 뒷받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승수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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