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 데이터로 본 외고] 다들 가고 싶어 하는 대원외고 영어과 경쟁률이 가장 낮다는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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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입시뿐 아니라 외고 입시에서도 경쟁률은 중요한 변수다. 영어 내신 성적이 나빠도 지원한 학과 경쟁률이 1.5대 1을 넘지 않는다면 1단계는 대부분 무사통과다. 학생과 학부모가 전년도 경쟁률을 파악하고, 학교·학과별로 2~3개 서류를 준비해 눈치작전을 펴는 이유가 여기 있다.

 2013학년도 일반전형 입시에서 서울·경기도 지역 외고 14개 교를 통틀어 경쟁률이 가장 낮은 학과는 학생들이 가장 가고 싶어 한다는 대원외고 영어과였다. 69명 모집에 75명이 지원했다. 불합격한 사람은 6명뿐이다. 한영·명덕·성남외고를 제외한 다른 학교 역시 영어과 경쟁률이 가장 저조했다.

 하늘교육이 지난해 서울권 외고 6개 교(대원·한영·명덕·대일·이화·서울외고)와 경기도권 외고 8개 교(고양·과천·김포·동두천·경기·성남·수원·안양외고)에 지원한 학생 5764명의 학과별 경쟁률을 분석한 결과다.

 전통적으로 인기가 많은 영어과에 학생들이 몰리지 않은 이유는 뭘까. 교육 전문가들은 학생·학부모의 선호도가 높은 걸 가장 큰 원인으로 꼽았다. ‘우수 학생이 몰린다’는 인식이 강해 학생들이 지원하기를 꺼린다는 얘기다. 또 눈치작전도 영향을 끼쳤다. 2011학년도에 경쟁률이 가장 낮았던 대일·이화외고 영어과의 경우 바로 다음 해엔 많은 학생이 몰렸지만, 지난해 다시 최하위가 됐다. 임성호 하늘교육 대표는 “전년도 경쟁률이 낮다고 안심하고 지원했다가는 낭패를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외고 합격을 위해 다들 낮은 경쟁률 학과 찾기에 관심을 기울이지만, 전문가들은 “자기주도학습전형 도입으로 진로와 관련한 학과를 선택하는 게 유리하다”고 조언한다. 자기주도학습전형 도입 전엔 진로와 무관하게 학생을 선발했지만 이제는 지원 동기, 학습 계획, 진로 계획 등을 평가하기 때문이다. 이영근 대원외고 입학관리부장은 “축구 에이전트를 꿈꾸는 학생이 축구 강호 스페인 언어를 배워 국내 선수들의 해외 진출을 돕겠다고 밝히는 식으로, 자기계발계획서에 쓴 지원 동기와 진로 계획이 일맥상통해야 좋은 점수를 받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전민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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