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면 물가문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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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6·28환율인상이후 한 달이 넘은 최근의 물가는 7월 중의 전국물가지수와 서울 소비자물가지수가 대체로 전월과 보합세를 유지했다는 당국의 발표에도 불구하고 결코 낙관할 수 없는 국면으로 보아야 할 것 같다.
7월 중의 물가통계는 일부수입품과 관련 제품값이 올랐으나 계절적인 매기감퇴로 말미암은 식료품 등 타품목의 하락현상과 상살 되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는데 이것은 지수상의 하락에 불과하다. 오히려 우리는 쉽사리 간과할 수 없는 문제점이 내재하고 있음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그것은 주요공산품의 경우, 품목에 따라 다르긴 하지만 일반적으로 공장도가격을 수입물자의 경우는 수입업자의 방출가격을 각각 도매물가통계상 기준으로 잡고 있다면 환율인상 후 한달 동안 직접·간접으로 행정적 가격규제가 작용했을 뿐 아니라 중간도매 등 유통과정에서의 동태가 반영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 같은 문제점에 입각해서 물가동태를 살핀다면 환율인상으로 인한 제반물가의 가격상승요인이 아직은 두드러지게 현재화하지 않고 있다.
바꾸어 말해 비록 파행적인 시장조건이긴 하지만, 주요수입물자와 관련제품의 원가제고 압력이 이 바탕 위에서 근원적으로 해소되지 못하고있거나 아니면, 유통면의 매점매석·투기 등 악순환 속에 파급되고 있는 것으로 그 본질을 풀이할 수 있다.
그런데 보다 중요한 문제는 이 같은 논리의 천착에 있는 것이 아니고 환율인상에 따른 충격이 어떻게 적절한 시차를 가지고 안정된 물가기조 내지는 수준 위에서 원활하게 조정이 되느냐에 있다. 그 때문에 최근 통계면에서 드러나지 않고 있는 석유류·석탄·전기료 등 기본 「에너지」공급가격, 그리고 일부 공공요금의 인상압력을 더욱 중시하면서 환율인상으로 야기된 새 국면의 기조적 동요가 장기화될 가능성을 깊이 우려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주요공산품에 대한 개별적인 가격대책을 세우고 있는 기획원당국은 환율인상에 따른 원가상승요인을 최소한으로 인정하며 시장기구에 맡기겠다는 입장을 취하고는 있으나 다른 한편으로 추석 전에는 주요공산품 가격인상을 허용하지 않겠다는 방침을 밝히고 있다.
이 같은 양면자세는 그대로 당면 물가문제의 어려움을 드러낸 「딜레머」이거나 행정적 물가규제방식의 한계를 의미하는 것으로 밖에 볼 수 없다. 석유류·석탄·수송비 등 가격변동의 가장 중요한 파생요인을 조정하는데는 허술한 대신 마땅히 시장기능에 맡김으로써 가격이 정상화될 수 있는 상품에 대해선 무리한 외형적 통제를 가해온 물가정책의 타성에서 시급히 탈피하여야 한다.
새삼 물가의 계절변동 추세를 끌어대지 않더라도 앞으로 추석을 전후해서 물가상승추세가 가속화될 공산이 크다고 할 때 물가기조의 불안이 오래 끌면 끌수록 물가문제의 근본적인 대책은 더욱 정립되기가 어려울 것이고 환율인상에 기대했던 수입억제 및 수출증진의 효과자체마저 크게 감퇴시키게 될 것임을 냉철히 성찰하여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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