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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관 영장 파동 수습의 실마리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현직 판사들에 대한 구속 영장 신청과 전국의 여러 지방 법관 판사들의 집단 사표 제출로 말미암아 조성됐던 연 5일간의 이른바 법관 영장 신청 사건 파동은 1일 신직수 법무가 민 대법원장을 방문하고, 그 자리에서 이미 입건된 두 현직 판사들에 대한 수사 판사 소추를 일단 백지화한다고 밝힘으로써 우선 사태 수습의 실마리를 찾게 된 것으로 보인다.
일요일인 이날 신 법무는 기자 회견에서 ①검찰은 문제된 사건에서 일단 손을 떼고, 그 처리를 민 대법원장에게 일임케 했다는 점 ②재조 법관들이 결의하여 건의했다고 하는 사법권 독립을 위협하는 일곱 가지 유형은 있을 수도 없는 일이요, 또 이 문제를 대통령에게 보고하지도 않았다는 점 ③이번 사건과 관련하여 검찰 관계자의 문책에 대해서도 논의된 바 없었다는 점등을 밝히고, 자기는 이날 민 대법원장과 앞으로의 사법부 정풍운동에 관해 의견을 교환했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번 법관 영장 신청 사건의 불씨를 건드린 측이 검찰이요, 이런 점에서 사태 수습의 실마리를 풀어야 하는 측도 검찰이어야 한다는 것은 본 난이 이미 명백히 지적한바 있다. 공무원의 독직 혐의에 관련된 형사 소추라 할지라도 검찰의 그 헌법상 우위 기관인 법관에 대한 수사나 그 소환 행위는 마땅히 이를 법원 당국자에게 통고하고, 그 자체적 처리에 맡기는 것이 관례일 뿐더러, 만부득이 직접 수사를 담당해야 할만큼 중대한 사안인 경우에도 이런 경우의 검찰권 발동은 그것이 사법권 독립에 대한 침해라는 인상을 주지 않도록 극도의 신중을 기하여야함이 당연함에도 불구하고 이번 사건에 있어 검찰 측의 태도는 국민 여론의 지지를 얻기 어려웠던 것이었다.
따라서 검찰이 이번 사건에서 완전히 손을 떼고 그 처리를 법원 당국에 일임하는 한편, 관련 검사들에 대해서도 자체 규제 조처를 취한다면, 이번 사건 자체는 그로써 일응의 매듭이 지어질 것으로 보이는 것이다.
다만 이번 사건 자체의 수습과는 별개로, 이 사건을 계기로 해서 드러난 몇 가지 심각한 문제점들은 그 근본적 해결을 위해 사법부뿐만 아니라 행정부와 입법부, 그리고 우리 사회 전체의 합심된 협력이 강력하게 전개되어야 할 것임을 말해주고 있어, 우리는 오히려 더 중요하고 더 기본적인 문제에 속한다고 할 수 있는 것이 이 장기적 과제에 대해서 국민의 관심을 촉구하고자 한다.
우선, 이번 사건은 그 직접적인 동기가 비록 관행적이요, 의례적인 것이었다고는 하나 현직 판사들이 사건 담당 변호사로부터 여비 등 일부의 보조를 받고 향응을 받았다는 허물을 검찰이 들춘 데 있다. 이 명백한 위법 사실을 보고서도 세론은 오히려 법관들을 동정했던 것인데, 그 이유는 우리의 법관들이 받는 보수나 여비 등이 절대 소요액에도 미달한 현실과 또 이 사회의 기타 영역에서 만연되고 있는 더 심각한 부패 현상을 알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비단 여비뿐만 아니라, 법관들이 맡고 있는 방대한 분량의 소송 사건을 추진하기 위해서는 상당한 액수의 재판비가 소요될 것인바 이것 역시 현행 사법부의 예산은 전혀 비현실적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는 것이다.
이것은 검찰이나 사법 경찰관의 수사비 등에 있어서도 마찬가지인줄 알지만, 이 문제에 대한 현실화 조치가 없는 한, 공정하고 떳떳한 재판은 앞으로도 불가능할 것이며, 따라서 앞으로도 얼마든지 현직 법관에 대한 독직 혐의 기소의 가능성은 소멸되지 않을 것이다. 이 점 특히 국회가 사법부 예산의 독립을 위한 획기적인 입법을 해주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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