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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군사적 측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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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최근 급격히 노출되어 가고 있는 미국과 중공과의 관계개선 과정은 아세아 국제정치의 일대 전환점일 뿐만 아니라, 거시적인 각도에서 고려한다면 한국의 안전보장 문제에도 커다란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미·중공 관계의 전개가 마치 돌발적인 사태인 듯 간주하는 것은 물론 잘못이며 지난 수년동안 발전되어 온 미국과 중공 양국의 국내외 조건들을 분석하면 차라리 제요인들의 불가피한 논리적인 귀결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미국의 입장에서 본다면 첫째로 월남전쟁과 인도지나 분쟁의 종식을 위해 중공의 동의나 후원이 필요하고, 둘째로 미국과 중공 사이에 평화로운 정상적 관계가 수립되지 않고는 아세아의 긴장완화나 「닉슨·독트린」의 이행을 기대할 수 없으며, 세째로 중공의 「유엔」 참가문제, 미국의 경제불황 문제, 그리고 「닉슨」 대통령의 정치적인 「딜레머」를 해결하기 위해서도 중공과의 전반적인 타결을 필요로 하고 있다. 따라서 과거 20여년동안 미국이 중공을 외교적으로 고립시키고 군사적으로 봉쇄하려고 시도했던 시대착오적인 양면정책을 수정하고 중공에 대한 새로운 접근을 모색하게 되었다.
중공으로서도 66년에서 69년까지 계속된 문화대혁명이라는 유혈적인 일대 혼란을 겪은 다음 정치적인 안정, 국방강화 및 경제건설이라는 3대 국내정책 목표를 수행하기 위해 보다 평화스러운 대외적 환경을 필요로 하고 있다. 더우기 중공은 일본 「군국주의」가 부활되어 한국·대만 및 동남아에 진출할 가능성이 높아가고 북부에 도사리고 있는 소련 「사회제국주의」의 위협이 증대될 것으로 판단하여 인지위기도 점차적으로 재조정될 것으로 보기 때문에 「아시아」 국제정치 체제의 구조적인 변화에 적응하고 또한 「유엔」을 포함한 국제사회 생활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려는 뜻을 표시하고 있다.
이렇듯 미국과 중공이 서로의 정책을 근본적으로 재정향 하려고 노력하는 가운데서 공통분모를 찾은 것이 곧 「닉슨」 대통령의 중공방문인 것이다. 앞으로 「닉슨」 대통령이 주은래와 회담할 경우 미국과 중공간의 직접적인 현안들 이외에 어떤 문제가 어떻게 타결될 지는 예측하기 곤란하나 우리들에게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한반도를 위요한 국제정세도 검토될 것으로 보아야 옳을 듯하다.
「닉슨」 대통령은 우선 한국과 기타 아주지역에 적용하려는 「닉슨·독트린」의 방향을 설명하고 한미방위조약의 방어적 성격, 주한미군 철수의 전망, 혹은 한국정부의 평화통일 정책에 관해서도 언급할 수 있을 것이다.
중공은 또한 「닉슨」의 방중동안 또는 그후에도 주한미군의 무조건 철수, 한미방위조약의 무효화, 주월 한국군의 조기철수, 대한 미군원의 중지, 일본의 대한국 진출의 제지 등을 요구할 수도 있고, 장기적으로는 북괴가 주장해온 바 있는 남북한 상호군축을 비롯하여 미국과 중공이 한반도에 핵무기를 도입하지 않거나 군사적으로 개입하지 않는다는 일종의 비핵지대 설치안이나 상호군사 불개입안 등도 제출할 가능성이 있을지도 모른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한국은 과연 어떠한 안보정책을 지향해야 할 것인가?
첫째로, 한국은 미국과 중공의 접근에 추호도 동요되거나 방향을 잃지말고 주체적인 민족의식과 현실적인 국가이익에 입각하여 격변하는 국제정세에 신축성 있게 대응할 수 있고 타의에 의해 우리민족의 운명이 좌우되지 않도록 하는 마음의 자세가 확립되어야 할 것이다.
둘째로, 미국이 중공과 대화를 진행하는 동안 한국의 사전승인 없이는 한국의 안보에 관한 여하한 문제에도 합의나 언약을 주지 않도록 하는 명시적인 확약을 받을 필요가 있을 것이다.
만일 미국이 중공과 더불어 한반도 문제를 토의한다면 중공으로 하여금 북괴의 과격한 대외정책을 견재하고, 중공과 북괴가 맺은 군사적인 성격을 가진 조약이나 협정을 완화하며, 북한 「스파이」 선박의 중공거점 사용을 중지하는 등 일련의 제안을 해 볼 수도 있을 것이다.
세째로, 대립된 세력진영간 - 예컨대 미국과 중공간 - 의 긴장이 완화되면 동맹관계에 있는 제국가간 - 예컨대 미국과 한국간 혹은 중공과 북괴간 - 의 긴밀도는 저하할 수 있다는 일반적인 경향을 인식해야 될 것이다. 미묘해질 수도 있는 한미간의 견해차이에도 유의할 뿐 아니라 미국과 중공의 해빙과정에 대한 북괴의 반응도 예리하게 주시해야 될 것이다. 북괴는 미·중공 화해의 대세에 순응할 수도 있는 반면 그 화해절차를 저해하기 위하여 극단적인 행동도 할 수 있을 것이며 혹은 미국과 중공이 군사불개입 등의 방법을 수락할 때까지 기다리는 가능성도 있을 것이다. 어쨌든 한국은 북괴의 불안정한 정책행태를 감안하여 대책을 세워야 할 것이다.
네째로, 중공과 북괴의 이익이 반드시 합치되는 것만은 아니라는 사실에 입각하여 중공의 신경을 지나치게 자극함으로써 중공과 북괴의 관계를 더욱 밀착시킬 수 있는 정책은 차차 지양하고 보다 현실적인 대중공 정책의 방향을 찾아야 할 것이다. 예컨대 한국이 일본 및 대만과 접촉함에 있어 중공이 우려하고 있는 바와 같은 일종의 삼국 군사동맹을 목표하는 것은 아님을 명시할 수도 있고 중공이 택할 대한국 정책의 성격과 의도를 타진한다는 최소한도의 목적을 위해서라도 장기적으로는 중공과 민간「레벨」의 접촉도 고려할 수 있을 것이다.
안보 및 군사적인 측면을 고려할 때 주월 한국군의 문제도 생각지 않을 수 없는데 그 철수는 몇가지 원칙 아래서 검토돼야 할 것 같다. 그 첫째는 대월 관계나 월남사태 보다 더 큰 테두리의 우리의 대외관계와 대외정세를 감안해야 한다는 점이고 둘째는 주월군 철수에 따를 수 있는 가시적 이해 - 예컨대 장비인수 등 - 보다 정치적·외교적 득실을 보다 중시해야 할 것이라는 점이다.
①좌표설정의 기준
②희생은 없을까
③군사적 측면
④대내 태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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