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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헨켈' 독일 본사 아시아 출신 첫 여성임원 방효정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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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7면

방효정 헨켈코리아 이사가 자신이 개발한 제품들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방 이사는 다음 달 1일부터 헨켈 본사의 첫 아시아 출신 여성임원으로서 글로벌 3개 부문을 총괄한다. [강정현 기자]

세계 최초의 세탁세제 ‘퍼실’로 유명한 글로벌 생활용품 기업 헨켈의 독일 본사에 첫 아시아 출신 여성 임원이 탄생한다. 독일어는 전혀 못하는 ‘토종’ 한국인 방효정(40) 헨켈코리아 마케팅부문 이사다. 30일 독일 뒤셀도르프로 출국하는 그는 다음 달 1일부터 헨켈 본사 수출·살충제·방향제 3개 부문의 글로벌 책임총괄(Head)을 맡게 된다.

 “헨켈의 경우 한국이 아시아·태평양 지역 수출기지 역할을 하고 있어요. 깐깐하고 빠른 반응을 보이는 한국 소비자 덕분이죠. 한국 시장이 중요해지면서 글로벌 기업이 ‘한국 출신 임원 찾기’에 계속 나서고 있습니다.”

 방 이사가 한꺼번에 맡게 된 글로벌 3개 부문도 모두 그가 한국 시장에서 뛰어난 성과를 보인 분야다.

 “현지 총판을 할 회사를 직접 찾아다니며 수출 시장을 개척했어요. 관계를 중시하는 중국 파트너의 마음을 얻기 위해 뱀탕도 먹고, 신뢰를 중시하는 일본 파트너와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2011년 쓰나미 직후에도 만류를 무릅쓰고 찾아가고요. 하도 해외 출장이 잦으니까 ‘보따리 장사’로 오인받아 공항에서 조사도 받았죠.”

 덕분에 수출 규모는 4배로 늘었다. 호주·러시아·태국 등 수출 국가도 다양해졌다. 수출 제품은 대부분 독일 본사가 아닌 한국에서 ‘한국식 제조법’으로 변형한 제품들이다. “뽀로로 캐릭터를 넣은 모기 방지 제품도 얼마나 인기가 있는데요. 뽀로로는 해외에서도 유명하거든요.”

  그는 화장품·생활용품 기업인 유니레버에 근무했던 경험을 살려서 홈키파·홈매트로 유명한 헨켈의 살충제 제품에 많은 혁신을 가져왔다. 한방(韓方)화장품·한방샴푸 유행에 맞춰 한방살충제를 개발하고, 예전에는 상상도 못하던 분홍색 패키지를 살충제에도 도입했다. “그동안 살충제 분야에서는 관심 없던 향과 디자인에 주목한 거죠. 올여름에는 동그랗고 귀여운 집 모양의 콘센트형 모기퇴치제를 만들었어요. 예쁘죠?” 방 이사가 제품을 들어 보였다. 그는 “헨켈은 동화약품의 살충제 부문을 인수한 미국 클로락스사를 다시 인수하면서 미국 샌프란시스코의 살충제 연구소를 경기도 안산의 연구개발(R&D)센터로 통합할 만큼 한국의 살충제 분야를 높이 평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헨켈이 글로벌 시장에서 판매하는 모든 살충제 제품은 한국에서 개발된다.

 글로벌기업의 3개 부문 총괄임원을 맡는다는 것이 부담스럽지 않을까.

 “베트남·일본 등에서 근무하면서 ‘어쨌거나 해낼 수 있고 결국에는 어떤 경험도 도움이 된다’는 자신감이 생겼어요. 독일에서도 업무는 영어로 하니까요. 사실 대학졸업 당시 영어 실력은 토익 900점 정도, 영어회화도 잘하는 편은 아니었어요. 하지만 내가 말하고자 하는 바가 확실하면 의사소통이 되더라고요.”

 방 이사는 “장기출장은 3개월까지만 봐주기로 한 남편과의 약속이 더 고민”이라며 활짝 웃었다.

글=구희령 기자
사진=강정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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