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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칼럼] 코리안 리더십의 세계화 전략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11면

그래픽=이말따

한국인들은 이제 당당하면서도 주체적인 일류국가의 시민으로서 세계인들을 선도하기 위한 코리안 리더십을 발휘할 때가 되었다. 설사 국내의 여건이 그 분야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는 외국의 대학이나 기업보다 조금은 여건이 좋지 못한 경우에도 우리 스스로의 창조적인 역량을 결집시켜 외국의 선진기술이나 경영기법을 능가하는 새로운 해법을 모색해야 한다.

유럽의 대도시들을 여행해 보면 가슴이 먹먹해짐을 느낀다. 파리의 세느강변이나 로마 콜로세움의 가로수길이나 런던의 템즈강변을 거닐어보면 저절로 그런 느낌이 든다. 기독교문명의 영향 하에서 발전한 유럽의 도시들은 각자 나름대로 독창적인 도시문명을 창조해냈다. 황하문명을 비롯한 세계의 주요 문명들은 강변에서 꽃을 피웠고 자연스럽게 각기 독창적인 문명을 발전시키면서 도시문명을 탄생시켰다. 중세시대에도 세계의 주요 도시들은 동서양을 막론하고 각기 나름대로의 문화적인 독창성으로 아름답고 멋진 도시문명을 계승 발전시켰다. 하지만 이러한 경향은 20세기 접어들면서 깨져버리고 말았다. 서양의 도시들은 여전히 그들만의 독창적인 문명을 발전시켜나갔지만 동양의 대도시들은 전통문화의 혼을 저버린 채 기능성을 중시하는 콘크리트와 철로 만들어진 건축물들로 대체되어버렸다.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다.

현재 우리 땅에서 전통건축을 보려면 민속촌이나 민속마을, 고궁이나 사찰을 방문해야만 볼 수 있는 지경에 이르렀다. 대도시의 건축물들은 한국적인 건축미학을 상실한지 오래다. 심지어 우리 건축의 품격을 대변해야 할 공공건축물들도 대부분 국적불명의 하이테크 건축물들로 대체됐다.

한국인들이 한국적인 건축에서 생활하지 않고 있다는 것은 우리의 전통문화가 송두리째 뽑혀나갔다는 반증일 수도 있다. 우리 건축은 아름답지만 기능적인 면에서 다소 불편한 점들이 있었다.

하지만 기능적인 불편함 때문에 우리 건축의 아름다움과 예술적 가치마저 포기해버린 행위들은 참으로 부끄러운 우리의 자화상일 뿐이다. 현재 한국인들이 추구하고 있는 리더십도 과연 한국적인가 라고 반문해보지 않을 수 없다. 한국사회에 범람하고 있는 리더십 관련 서적들은 한국적인 리더십을 계승 발전시키고 있다고 말하기 힘든 상황에 처해 있다.

우리는 가장 한국적이면서도 세계적인 리더십으로 세계인들을 감동시켜야 한다. 서양적인 리더십으로 세계인들을 리드할 수는 없는 노릇이기 때문이다. 한국사회가 20세기 후반기에 이룩한 고속성장의 신화를 뒷받침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서구적인 리더십에서 벗어나 코리안 리더십으로 세계인들과 경쟁해야 한다는 당위성을 우리 스스로 인식하고 그 대안을 모색해야 한다.

외국에서 도입된 경영기법의 장점을 존중하면서도 반만년 우리 민족의 유구한 역사 속에 감추어진 리더십의 심오한 가치들을 현대적 관점에서 재해석해 세계시장을 주도해나갈 수 있는 코리안 리더십의 핵심적 가치들을 담아내야 한다.

이영관 순천향대학교 글로벌경영대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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