닉슨 대 중공 「제스처」는 「센세이셔널리즘」이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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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이번의 「닉슨」방 중공 선언이 역사적으로 큰 의의를 가진 것만은 틀림없다. 그러나 발표전의 과점에서 보여준 극비와 그 행동의 「스타일」이 갖고있는 「센세이셔널」이 한 성격은 불행한 사태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말하자면 행동의 본질과 「스타일」사이에 중대한 차이가 엿보였다는 얘기이다. 「센세이셔널리즘」을 강조한 특별발표형식의 「닉슨·스타일」은 다음과 같은 손실을 입힌 것이기 때문이다.
우선 「닉슨」은 이러한 형식의 발표를 함으로써 중공에 정치적 우위를 부여했다. 즉 「닉슨」은 중공방문을 실현시키기 위해 많은 양보를 해야할 것이라는 점이다. 「센세이셔널」하게 발표했던 방문선언이 유산되면 「닉슨」에게는 치명적 타격이 될 것이고 중공은 이러한 점을 충분히 이용할 것이기 때문이다.
만약 「닉슨」이 미·중공접근의 「본질」에 충실했더라면 「아시아」의 모든 우방국과 충분한 토의를 거쳤을 것이고 지난번과 같은 충격적 발표는 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리고 당연한 결과로 중공은 위에서 말한 정치적 우위를 차지할 수 없었을 것이다.
본질을 도외시한 이러한 「스타일」덕분에 이익을 본 측도 많다. 첫째, 「닉슨」자신이다. 대통령선거전에도 도움을 줄 것이고 국제적으로도 대담한 지도자라는 인상을 심은 때문이다.
두 번째의 수익자는 중공이다. 외교관계도 없는 미국에서 대통령 자신이 날아온다는 것은 많은 중공인들에게 의미심장한 일이다. 그리고 정권수립 이래의 숙원이던 「유엔」가입도 바로 눈앞에 다가왔기 때문이다.
세 번째의 수익자는 대소외교 면에서 발생한다. 소련이 불안해지고 반대로 중공의 입장이 강화될 이번 발표는 북괴나 월맹으로서는 극히 불행한 일이 될 것이다. 그리고 미국은 대소지위가 강화되었다는 점에서 얼마간의 이익을 봤다하겠다. 그밖에 월남전의 조기 종결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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