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닉슨 중공방문의 여러 측면|존·페어뱅크<하버드대교수, 정치학>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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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다음은 미국의 중공 문제 전문가중에서 가히 제1인자로 꼽히는 하버드대 「존·페어뱅크」교수가 닉슨의 중공방문발표에 즈음하여 발표한 논문이다.
북평의 「닉슨」미국대통령초청과 이에 대한 닉슨의 수락은 북평·대만 뿐 아니라 월남·동경·「모스크바」에 대해서까지도 미국의 대동 「아시아」정책을 외교현실에 접근시켰다.
오랫동안 『냉전행정부』가 어림도 내지 못했던 이와 같은 현실화가 가져다 줄 보상을 「닉슨」은 이제 거두어들일 수 있게 되었다.
북평으로 보면 닉슨 방문은 정식외교관계 수립 없이도 상당히 적극적인 협상이 가능하다는 것을 뜻한다.
강대국 수반은 원래 무엇인가에 대해 동의 점을 먼저 발견하지 않고는 쉽사리 정상회담을 갖지 못하게 되었었다.
「캐나다」주재 중공대사 황화를 통해 「오타와」나 여타지역에서 비 공식접촉으로 결국 자연스럽게 중공승인을 할 수 있게될 것이다.
대 북의 입장에서 볼 때 닉슨 방문은 본토수복이라는 20년이나 계속된 꿈을 깨뜨리고 또 일천2백만 대만 인에 대한 국부의 지배를 정당화시켜온 법적 허구성의 종식을 뜻한다.
내란의 자세를 유지하면서 대만이 중화민국의 일개 「성」에 지나지 않는다고 주장하는 대신에 대만의 새 지도자들은 북평 정권하의 중국 내 자치령으로서 대만의 지위를 수정하는 현실적인 방안을 시도할 기회를 갖게 되었다.
비록 미국이 대만을 무력침략으로부터 보호할 능력과 의무가 있지만 대만의 지위를 결정 할 수는 없다.
그러나 단일 중국의 중앙집권체제가 역사적으로 보아 변방의 지방자치령을 허용한 예가 있다.
내란상태가 끝나고 대만이 군사적 위협이 되지 않게 될 때 북평의 현실주의자들은 대만의 정치 및 경제적 자립성을 용납할 수 있을 것이다.
유엔의 관점에서 볼 때 「닉슨」방문이 북평의 유엔가입을 미국이 반대하지 않을 것을 암시한다.
북평을 「UN」에 가입시키고 또 워싱턴에 대사관을 설치하도록 해 준다고 해서 황금시대가 도래한다고 할 수는 없고 이제부터 어려운 흥정의 시대가 온다고 봐야한다.
이는 혼란과 지구 최후의 날에서 벗어나는 초보이다.
이러한 장식은 그토록 오랫동안 우리를 얽어매어 온 사상적 강박관념의 우를 강조해 준다.
월남문제의 관점에서 볼 때 북평 파의 대화는 월남 혹은 동남아 전지역 중립 화안에 필요한 보장에 중공이 참가 할 수도 있다는 일말의 희망을 던져 주었다.
닉슨 개인의 입장에서 볼 때는 그의 북평 방문은 화평 파로서의 그의 이미지를 극적으로 굳혀주었는데 그는 이 이미지를 계속 보유하고 싶어 할 것이다.
따라서 그러한 욕구는 미군의 월남개입을 완전히 종식시키는 노력의 자극제가 될 것이다.
군사개입이 19세기 식으로 식민정책으로 발전하지 않을 경우 그것은 자연히 다변적 국제조약에서 해결을 모색하게 된다.
왜냐하면 그러한 해결책이 참담한 후퇴보다 구미에 맞기 때문이다.
월남문체에 관해 중공과 조약을 맺는다는 것은 수년 전 월남개입을 「딘·러스크」전 국무장관이 주장했을 때 그가 표현했던 정당한 미국의 의사의 일부를 건져낼 수 있게 해준다. 「모스크바」의 입장에서 볼 때 북평, 워싱턴간의 접촉은 자연스러운 삼각관계의 균형을 맞추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이러한 관계는 중공·소 분규가 일어난 이래 근10여 년 동안 예상되어 왔다.
중공이나, 미국은 소련이 유일한 중간 역으로 두 나라를 조작하는 것을 원치 않는다.
반면 미·중공접촉은 중공을 해치기 위해서가 아니라 미·중공간의 관계개선에 경합하기 위해서 미·소 관계 개선을 더욱 자극 할 수도 있다.
열전과 냉전으로 둔감해진 미국과 소련은 상당한 창의력을 통해서 핵 시대의 국제 관계는 우호적이어야 한다는 사실을 인식하게되었다.
핵무기를 갖게 된 중공에 대해서도 이점은 마찬가지로 적용된다.
일본의 입장에서 볼 때 미·중공 접촉은 이미 진행중인 일·중공간의 교역을 합법화 시켜줄 것이고 따라서 그러한 전망은 미국의 오랜 동지인 일본 자민당의 입장을 도와 줄 것이다.
동 「아시아」에서 「닉슨」대통령이 확장시킨 미국의 외교범위는 일본의 경제팽창을 혼란시키기보다는 건설적으로 이끌어가게 할 수 있는 국제정치질서를 서 태평양 일대에 창설하게 될 것이다.
그러면 모든 면에서 「닉슨」의 북평 방문은 희망적이고 창조적인 움직임이 될 것이다.
중공과의 외교관계는 그 자체로서 만병통치약이 될 수가 없고 단지 폭력적 해결보다 진지한 해결을 모색할 기회를 줄 따름이다.
중공의 입장에서 볼 때 「닉슨」방문의 가장 좋은 국면은 닉슨이 중공의 귀빈으로 그들을 찾아오는 것이 그들에게 영예가 된다는 점이다.
중공의 정치분위기로 봐서 그와 같은 영예는 뜻이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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