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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차 한일 협력위의 변조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오는 29일부터 동경에서 제3차 한일협력위원회가 개최될 예정이나, 이번 회의부터서는 일본재계의 중공접근 무드로 인해 일본 측 참가범위에 큰 변화를 가져올 것이 예상된다고 한다.
19일에 있었던 일본대표단의 결단식에 신 일본제철, 이등충 상사, 풍전자판 등 일본의 재벌급 3개 업체는 이미 불참을 정식 통고했고, 앞으로도 그 밖의 몇몇 회사들이 뒤를 따를 것으로 보인다는 현지보도가 전해지고 있다. 일본상사들의 이 같은 갑작스러운 한일협력 위 참가기피 경향은 그들이 이른바 「주4원칙」 에 따른 중공 측의 보복을 두려워한 나머지 한국과의 협력을 기피하려는 것으로 풀이되고있어 우리로서는 우선 큰 유감을 표시하지 않을 수 없다.
주지하는 바와 같이 이른바 「주4원칙」 이란 70년4월 주은래 중공수상이 일본과의 무역을 추진하기 위하여 제시한 조건으로 그 중에는 한국에 관련된 것으로 ①『한국의 북한침범을 원조하는 일본기업과는 거래하지 앓는다』 ②『한국에 다 액의 투자를 하고있는 기업과는 교섭하지 않는다』는 등2개 조건이 포함되어있다.
일본은 그 동안 각서 무역형식으로63년도부터 중공과 무역을 해왔는데 71년3월에는 일 중 각서무역협정이 발포되었다. 각서무역의 세목·금액·수량 등은 일체 공표 되지 않았으나 금년도의 무역 운은 작년도의 7천24만 「달러」 수준을 지키는 것으로 되어있다.
그러나 일본의 초년도 대 중공무역총량은 8억2천5백만「달러」로서 대 자유중국 무역 총량 약9억 달러에 미달하고 있는 것이며, 이와 마찬가지로 일본의 대 한국수출 8억9백28만 달러와 대 한국수입 2억3천4백33달러를 합친 무역총량도 10억4천3백61만 달러에 달하고 있는 것이다.
이와 같이 일본의 대 한국무역총량은 현재로서는 대 중공총량보다도 월등히 많고 주4원칙이 적용되는 각서 무역량의 10배 이상인데도 불구하고 일본상사들이 갑자기 태도를 변경하여 중공에 추파를 던지려는 것은 지나친 기회주의적인 상혼이라고 하겠다. 일본의 대 중공 접근 무드는 닉슨 대통령의 중공방문발표를 계기로 급속히 무르익어 가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이것은 김칫국부터 먼저 마시는 오류를 범하는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예를 풍전자동차판매회사로 들어보면 이 회사는 한국에 플랜트수출을 끝냈기에 이제 다시 중공에 진출할 속셈으로 한일협력위원회에 불참하려는 것이라고도 말할 수 있다.
그러나 중공이 과연 일제 승용차를 대량수입 할 것인지는 지극히 의문이다. 북 평에는 지하철이 있으나 아직까지 시민들을 수송하지 않고 있으며, 자동차 없이 걷는 운동을 벌여 공해 없는 도시를 찬미하고있는 터에 과연 일산 승용차를 그들의 기대하는 만큼 수입할 것인지는 일본상사도 잘 생각해 보아야 할 것이다.
나아가 한일협력 위 제3차 총회에 참석할 일본측대표단의 시차일부간사는 일본측이 이번 회담에서 한국과 북괴, 월남과 월맹, 서독과 동독의 유엔 동시가입을 권장할 것이라고 말했다고 하는바 한일협력 위의 산파역을 맡았던 시차씨의 이 같은 발언은 한국민을 경악케 하고도 남음이 있는 것이다.
한일협력 위는 민간 「레벨」 에서 한일간의 정치·경제·문화 교류 등을 촉진하기 위한 기구로서 이러한 상호친선과 상호이해 촉진을 위한 기구에서 한국과 북괴의 유엔 동시 가입론 같은 강한 정치적 발언이 자행되는 것은 분명히 국내정치문제 불간섭의 원칙에도 위배된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한일협력 위에 참가할 양측은 한일기본조약에 따라 한국정부의 유일 합법성을 인정하는 입장에서 협력을 논해야 할 것이고, 이 기구가 별안간 둔갑하여 제삼국의 비위를 맞추기 위한 기구로 화하는 것을 우리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우리는 종래 완전한 일체감속에 젖어 있던 한일협력 위가 이번 제3차 회의를 고비로 그 성격을 판이하게 변질시킬 조짐을 나타낼 것으로 보지 않을 수 없다. 이 회의에 참석하는 한국 측 대표의 의연한 자세와 양국대표의 장기적 안목에 선 의견귀일을 촉구해두지 않을 수 없는 소이도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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