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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가쟁명:유주열] 공자와 마테오 리치

중앙일보

입력

중국에서 스승의 날은 9월28일이다. 이 날을 스승의 날로 정한 것은 우연이 아니다. 인류의 큰 스승 공자님이 태어나신 날이기 때문이다. 지금 중국에서는 공자사상의 루네상스가 일어나고 있다. 지난 30년간의 개혁 개방 정책은 경제적으로 크게 성장하였으나 배금주의의 분위기로 인간의 존엄성에 대한 의식이 점차 약해지고 있는 것에 대해 반성으로 보인다.

중국은 고대부터 공자의 가르침으로 인간의 존엄을 귀하게 생각한 인본(人本)주의의 나라였다. 휴머니즘이라고 하면 서양의 전유물로 생각하지만 사실 서양은 절대 왕조아래 보통 인간의 존엄성은 철저히 무시되어 왔다. 17세기 서양에 인본주의에 의한 계몽주의 사상이 도입된 것은 공자사상의 영향이 컸다고 알려져 있다.

중국의 공자사상을 서양에 처음으로 알린 사람은 이탈리아 출신의 예수회(Jesuit) 선교사 마테오 리치(1552-1610)였다. 그는 인도의 고아에서 신학을 공부하고 사제가 되어 선교를 위하여 마카오를 통해 광둥성(廣東省)으로 들어왔다.

당시 예수회의 선교방식은 톱다운 방식이었다. 우선 사회 지도층인 사대부(士大夫)와 지식인들을 교화하여 그들을 통해 일반 백성에게 기독교 정신을 전도하는 것이다. 그는 이름을 중국명(李瑪竇)으로 바꾸고 중국의 도포(長衣)를 입고 당시 광둥성과 광시성(廣西省)을 관활하는 양광총독의 지부(知府)가 있는 자오칭(肇慶)으로 갔다.

마테오 신부는 천문 수학 등 서양과학을 중국에 소개하면서 공자사상의 위대함을 인정하고 논어를 라틴어로 번역하여 중국의 성인 공부자(孔夫子: Confucious)를 서양의 학자들이 알도록 하였다.

그리고 “중국이 곧 천하”라는 천하관에 빠져 있는 지부의 관리들에게 세계지도를 그려 세계 속에 중국의 위치를 보여 주었다. 중국이 대국이기는 하지만 중국 외에도 더 큰 대륙과 해양이 있으며 그 사이 사이에 수많은 나라를 있음을 알게 하였다.

이 지도는 마테오 리치가 이탈리아에서 가져 온 지도를 기초로 중국어로 만든 것인데 “여지산해전도(輿地山海全圖)”라고 불렀다. 그 후 마테오 리치의 지도가 유명해지면서 당시 명(明)의 황제 만력제(萬曆帝)는 그를 베이징으로 불러 새로운 지도를 만들도록 하였다. 서양인으로 베이징에 처음 들어 간 마테오 리치가 황제를 위해 새로이 만든 지도가 “곤여만국전도(坤輿萬國全圖)”이다. 1602년도의 일이다. 마테오 리치는 이 지도를 통해 중국의 황제와 지식인으로 하여금 세계는 중국 보다 몇 배나 넓고 크며 이러한 세상을 만든 하느님에 대한 경의를 느끼게 하고 싶었는지 모른다.

유주열 전 베이징 총영사=yuzuyoul@hot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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