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의 칼럼] 독감·폐렴구균 백신 함께 챙기세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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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환절기마다 병원과 보건소는 독감백신을 맞는 사람들로 붐빈다. 하지만 독감 백신을 누가, 왜 맞아야 하는지 정확히 아는 사람은 드물다.

 독감은 흔히 ‘독한 감기’ 정도로 오해하기 쉽다. 그러나 독감은 인플루엔자 바이러스 때문에 발병하는 호흡기질환으로 감기와 전혀 다르다. 증상이 훨씬 심해 회복기간이 길다. 전염성이 강하고, 폐렴·중이염 같은 합병증이 잘 생긴다.

 독감은 예방이 최선이다. 확실한 치료법이 없어서다. 독감백신을 맞아야 하는 고위험군은 면역력이 약한 영유아와 노인, 아이를 키우는 보호자, 단체생활을 하는 어린이·청소년이다. 독감을 일으키는 바이러스에 대항할 항체가 형성되려면 최소 2주 이상이 걸리므로 빨리 맞는 것이 좋다.

 독감 예방접종은 매년 맞아야 효과가 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그 해 유행할 것으로 예측되는 바이러스를 발표한다. 여기에 맞춘 새로운 독감백신이 해마다 제조된다. 백신 효과는 1년 정도 지속한다.

 독감예방접종을 받을 때는 폐렴구균 백신을 함께 챙기는 것이 좋다. 폐렴구균은 코·목의 점막에 상주하는 균이다. 평소에는 괜찮지만 독감 같은 호흡기질환으로 면역력이 약해진 틈을 타 뇌와 혈관·귀로 침투한다. 이때 수막염·균혈증(패혈증)·급성중이염·폐렴처럼 생명을 위협하는 질환을 일으킨다. 독감처럼 전염성도 강하다.

 특히 5세 미만 영·유아는 폐렴구균성 질환에 걸리기 쉬우므로 백신을 꼭 접종한다. 5세 미만 소아의 사망 원인 중에서 백신으로 예방이 가능한 질환 1위가 폐렴구균성 질환이다. 폐렴구균으로 인한 뇌수막염이나 균혈증(패혈증)은 치료가 어렵고, 치료를 하더라도 장애를 남길 수 있다.

 폐렴구균 백신은 접종 주기와 회수를 지켜야 안전한 수준의 면역효과를 볼 수 있다. 영유아는 생후 2·4·6개월에 각각 한 번씩 총 3회 기본접종을 받은 다음 12~15개월에 1회 추가 접종을 받는다. 총 4회다. 예전에 7가 폐렴구균 백신으로 접종을 완료한 아이들도 만 5세가 되지 않았다면 13가 폐렴구균백신으로 1회 더 접종해야 한다.

 천식 같은 만성호흡기질환이 있는 청소년도 폐렴구균 백신을 접종하는 것이 좋다. 청소년 천식환자는 독감으로 인한 2차 감염으로 폐렴구균성 질환에 걸릴 위험이 정상인에 비해 4배 정도 높다. 만 17세까지의 청소년은 13가 폐렴구균 백신을 1회 접종하면 된다.

하정훈 소아청소년과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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