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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녕왕릉발굴의 성사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사적13호 공주읍 송산리 고분군 경내에서 이미 노출돼있는 것보다 더 규모가 크고 내용유물도 알찬 백제왕릉이 새로 발견되어, 9일 이를 모두 조사 정리, 공주박물관에 이관하였다고 한다.
이 유물 가운데는 삼국시대 고분 중에서도 전례가 없는 지석이 나온 것을 비롯하여, 금관·귀걸이·팔찌·구슬 등 귀금속 세공품과 청동기·도자기·석수에 걸치는 50여종 수천점의 유물을 수습함으로써 온 국민에게 기쁨과 화제를 안겨주었다.
지석에는 특히 「삼국사기」와 일치하는 이름과 연대가 적혀 있어서, 그 능이 백제25대 무령왕의 것임을 의심할 여지가 없게 하였고, 이로써 무령왕릉은 백제사에서 처음 확인되는 왕릉이 되었음은 물론, 삼국을 통틀어봐도 분명한 왕릉으로서의 유일한 본보기가 되었다.
그래서 관계전문가들 사이에는 우리의 손으로 처음 발굴 조사된 이왕릉에 대하여 그것이 해방 후 최대의 성과라고 말하고 있고, 이들 유물만 가지고 「무령왕박물관」을 따로 차렸으면 어떨까하는 의견까지 나오고 있는 모양이다.
우리 나라에서 발굴되고, 그 내력이 알려진 현존 왕릉은 고려이전 것으로서 그나마 극소수뿐이다. 경주·부여·공주·개성·평양에 산재하는 대총 가운데 일부가 왕릉이라고 사적으로 지정돼있으나, 그 주인공이 확실한 능은 거의 전무한 형편이며, 그중 수기가 일인들에 의해 발굴된 경우를 제외하면 대다수는 도굴로 말미암아 내용물이 종적없이 일산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번 무령왕릉은 봉토를 분간할 수 없는 채 두 보호고분사이에 바싹 끼어있어서 그동안 어떠한 피해도 면할 수 있었음은 지극히 다행스런 일이 아닐 수 없다.
이것이 얼마나 귀중한 민족의 재산이요, 자랑인가를 안다면 감히 누구도 이를 사사로이 파괴하지 못할터인데 근자에 이르기까지 경주나 기타 지역에서 종종 불미스런 사건이 자행됨은 여간 창피스럽고 유감스런 일이 아니다. 그러므로 거의 완벽에 가까운 형태로 보존된 이번 무령왕릉 발굴을 계기로 온 국민은 우리의 소중한 문화재를 아끼는 마음을 다시 한번 다짐해야 할 줄 안다. 이번 무령왕릉의 발견과 발굴에서 생각되는 다른 하나의 문제는 그 과정과 처리에 관한 것이다. 보도된 바에 의하면 막중한 가치를 지닌 왕릉 내부의 실측과 유물수습에 불과 12시간도 미처 소요하지 않았고, 전격적인 철야작업을 했다고 한다. 또 조사반구성에도 허술한데가 없지 않았던 것으로 전해지는데 이러한 발굴은 성급하게 진행할 성질의 것이 아니요, 아주 신중한 처리가 요청된다고 생각한다.
끝으로 이번에 발굴된 무령왕릉의 소장품들이 그것만으로도 한 조촐한 박물관을 차릴 수 있다는 소식은 국민들로 하여금 우리 선대역사의 광휘에 더욱「리얼」한 친밀감을 가지고 접근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만들어준 것임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우리문화의 영고성쇠를 무엇보다도 역력하게 웅변해주는 온갖 문화재나 사적들의 가치도 그것을 현존하는 국민의 생활 속에서 어떤 의미연관을 갖게하지 않는다면 한낱 진열장 안의 골동품밖에는 되지 못할 것이다. 우리는 이번 무령왕릉의 발굴이 갖는 역사적 의미를 모든 국민이 자신의 현실생활문화와의 연관 속에서 이해할 수 있도록 풀이해주는 관계학자들의 기여를 기대하면서 이를 위한 정부당국의 적극적인 배려와 지원이 있기를 촉구해마지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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