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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균형 잃은 예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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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개발도상국가의 재정규모는 팽창하게 마련이다. 방대한 개발자금수요때문이다. 우리도 물론 예외일 수 없다. 해외저축이 있다고 하지만 결국은 대부분을 국내저축으로 조달해야하는데 낮은 소득수준과 높은 소비성향 때문에 민간저축에 크게 의존하기 어려운 형편이니까 상대적으로 정부저축, 즉 재정규모는 팽창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거기에 높은 물가상승율, 해마다 개선할 것을 목표로 벌써 5년째 실시되고있는 공무원봉급 인상 등이 또한 재정규모의 팽창을 불가피하게 하는 요인으로 지적될 수 있다.
이렇게해서 연율20% 이상, 최대 50%(일반재정부문)까지 팽창돼온 우리 나라 재정은 규모의 문제에서 파생되는, 혹은 재정운영과 관련되는 여러 가지 문제점을 내포하고 있다.
개발재정의 근간을 이루는 중앙정부의 예산이 당면한 문제점은 우선 세입면에서 첫째 조세부담의 계속적인 증대와 이에 따른 조세저항의 증가를 지적해야할 것 같다.
세입예산에서 상당한 비중을 점하던 대충자금 「소스」 가운데 지원원조와 잉농물무상원조가 사실상 단절되고 몇푼 안되는 파월지원 경비수입 마저 이미 현실문제로 논의되기에 이른 국군철수 문제와 관련해서 생각할 때 조만간 없어질 것이므로 멀지않아 재정의 완전자립을 실현해야할 때가 올 것으로 전망되고 있으며 따라서 국민의 조세부담은 더욱 무거워만 갈 것이다.
둘째 공채발행과 외국차관도입 등 적자요인의 세입규모가 늘어나고 있는 .점이다.
국민의 조세부담에 한계가 있고 동시에 조세저항이 강해지는 등의 문제점을 해결하는 임시방편으로 정부는 지난 68년부터 공채를 발행하기 시작했으며 주로 외곡도입판매대전인 재정차관 예탁금수입을 국내세입결함 「커버」의 수단으로 이용함으로써 사실상의 적자예산을 편성, 운영하고있다.
엄격한 의미의 공채는 도로사업특별회계의 도로공채뿐이지만 산업은행·한전·주택은행 등 정부가 재정자금으로 지원해야할 특수기관으로 하여금 산금채·전력채 또는 주택채권 등의 「사채」를 정부보증으로 발행케 하여 그 이자차액을 재정자금으로 보전해 주고 있기 때문에 성질상 공채나 다름없다.
이러한 공채발행규모는 68년의 도로공채 30억원을 「스타트」로 해서 69년에 도로공채 50억원, 산금채 1백50억원, 주택채권 50억원 등 2백50억원으로 늘어났으며 지난해에는 산금채가 1백억원, 도로공채가 40억원으로 축소된 대신 전력채 50억원이 새로 추가되어 역시 비슷한 규모였으며 올해에도 모두 합치면 약2백억원에 달하고있다.
한편 외곡판매대전은 식량난으로 인한 외곡도입증가와 함께 양곡관리기금으로 산입되는 것을 제외하고도 정부세입예산에 계상되는 규모가 해마다 늘어나는 추세에 있으며 금년에는 일본 원화차관도입대전 일부까지를 계상하여 재정차관예탁금수입이 3백억원에 육박하고 있다.
공채와 외곡판매대전 등 적자요인을 형성하는 세입재원의 증가경향은 결과적으로 세출운용면에서 재정의 경직도를 높여주는 문제점을 제기한다.
도로공채에 있어서는 원리금상환이, 기타 채권에서는 이차보조가 의무적으로 지출해야할 고정경비가 되는 것이며 봉급 및 연금, 지방교부금, 국방비, 투융자 등 여타 고정경비와 함께 재정구조의 경직화현상을 더욱 가속화시켜주는 요인이 되는 것이다.
일반재정부문 중 그 지출요인이 의무화돼있는 고정경비는 지난 67년에 80%선을 돌파, 현재 90%선에 육박한 것으로 추정되고있다.
지방교부금의 증가는 재정의 경직화 말고도 여러 가지 문제점을 유발하고 있다.
그것은 지방재정의 중앙재정에 대한 의존도를 높여주기 때문에 자주적인 개발계획의 수행을 어렵게 할 뿐 아니라 지방재정의 탄력성 있는 운용마저 불가능하게 하고있다.
이에 따라 정부는 기회 있을 때마다 교부금제를 폐지하거나 또는 축소해야 한다는 등의 개혁의 필요성을 강조하고있으며 최근에는 지방주민세 신설구성까지 대두되고있으나 그 실현성여부는 미지수다.
올해에는 아직 편성하지 않았지만 해마다 거의 예외 없이 추경예산을 편성하는 습성도 시정해야할 과제이며, 예산만 중요시할 뿐 결산내용을 경시하고 가볍게 처리해버리는 풍조 역시 재정의 효율적인 운용을 위해 시정해야할 일이다.
정부는 지금 내년도 예산안편성작업을 서두르고 있는데 예년과 마찬가지로 재정수요의 상당부분을 공채로 메울 전망이며 특히 철도 전기 체신 등 공공요금인상을 통한 독립채산에 의해 재정지출부담의 상대적인 경감을 꾀하지 않을 수 없는 곤경에 빠져있다. 인상율과 시기는 아직 확실치 않지만 계속할 방침으로 있는 공무원처우개선에 따른 봉급 및 연금규모의 확대는 소비성 경비의 비중을 높여줄 것이며 공공요금인상과 함께 「인플레 를 선도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다. 요컨대 임시방편으로 꾸려온 개발재정은 이제 세출인 「사이드」에서 다같이 근본적 수술이 가해져야할 고비에 직면해 있는 것이다. [변도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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