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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진하는 중소형 업체·지방 브랜드를 노려라

온라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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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창업 강좌를 듣는 예비창업자들. [한국창업전략연구소] 2 프랜차이즈 베이커리 업계 3위 브레댄코의 매장 모습. 3 공격적으로 매장을 늘리고 있는 이디야커피. 4 이달 초 열린 ‘2013 제30회 프랜차이즈 산업박람회’ 모습. [한국프랜차이즈협회]

창업시장의 판도가 달라지고 있다. 대형 프랜차이즈 업체의 가맹점 증가세가 주춤한 사이 중소형 업체들이 빠르게 몸집을 불리고 있다. 지방에 본사를 둔 프랜차이즈 업체의 수도권 진출도 두드러진다. 과거엔 수도권에서 실력을 쌓아 지방을 공략하는 게 일반적이었지만 이제는 그 반대의 상황이 속속 목격되고 있다.

봉구비어·고봉민김밥人·서가앤쿡….

요새 잘나가는 프랜차이즈 브랜드다. 이들에겐 공통점이 있다. 모두 프랜차이즈 본사가 수도권이 아닌 지방에 있는 업체라는 점이다. 봉구비어와 고봉민김밥人은 부산광역시, 서가앤쿡은 대구광역시에 뿌리를 두고 있다.

지방 출신 프랜차이즈 업체의 수도권 진출이 두드러지고 있다. 2011년 12월 부산에 첫 점포를 낸 봉구비어는 만 2년이 채 되지 않은 현재 전국에 210개의 매장을 거느리고 있다. 출점 계약을 한 매장까지 합하면 숫자는 250곳에 달한다. 거대 프랜차이즈 업체와 맞서는 이들의 무기는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 주력 메뉴인 맥주(450mL 한 잔 기준)는 2500원, 안주는 3000~8000원 사이다.

300여 개 매장…선전하는 지방업체들
고봉민김밥人도 빠르게 점포 수를 늘리고 있다. 2009년 2월 부산에서 문을 연 이 업체는 전국에 300여 곳의 매장을 운영 중이다. 수도권에만 60여 개의 프랜차이즈 매장이 있다. 본거지인 부산에서는 백화점(롯데백화점 광복점)에도 입점하는 등 실력을 발휘하고 있다. 집에서 만든 김밥처럼 속 재료가 알차고 고급스럽게 담아낸다는 게 장점이다. 가맹점의 하루 평균 매출은 150만원 선으로 알려져 있다.

대구에서 영업을 시작한 프렌치 레스토랑 서가앤쿡은 최근 서울 강남을 비롯해 신촌과 종로 일대까지 지점을 냈다. 전국 매장 수는 70개. 서가앤쿡의 특징은 모든 메뉴가 2인 기준이어서, 한 사람당 한 가지씩 메뉴를 시킬 필요가 없다는 점이다. 일반 레스토랑에 비해 값은 비슷하면서 양이 푸짐해 친구들과의 모임에 적당하다는 평을 받는다.

수도권으로 점포망을 넓히지 않아도 지역별 맹주 역할을 하는 브랜드도 있다. 광주광역시와 전남권에서 인기몰이 중인 커피 브랜드 예담이 대표적이다. 예담은 호남 지역에만 30여 개의 매장을 운영 중이다.

한국창업전략연구소 이경희 소장은 “수도권에 본사를 둔 대형 프랜차이즈의 경우 가맹점주에 대한 본사의 간섭이 지나칠 것이란 우려가 있는 반면 지방 소재 프랜차이즈는 그런 부담이 작을 것으로 여겨지기 때문”이라고 지방 업체 강세 현상을 설명했다. 그는 이어 “지방에서 경쟁력을 어느 정도 검증받았고, 수도권 주민들에게 신선한 이미지를 주는 것도 강점”이라고 말했다.
 
100억 매출 돌파한 중소 제과 브랜드
제과·제빵(베이커리)업계도 변화가 뚜렷하다. SPC그룹 계열의 파리바게뜨와 CJ그룹 계열인 뚜레쥬르의 매장 출점이 주춤한 사이 중소 규모 브랜드들이 빠르게 덩치를 키워가고 있어서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파리바게뜨와 뚜레쥬르의 국내 매장 수는 지난달 말 현재 3240개와 1280개다. 그러나 파리바게뜨는 지난해 말 3212개에서 올 들어 28개 늘어나는 데 그쳤고, 뚜레쥬르는 점포 수가 지난해 말 그대로다. 파리바게뜨의 경우 지난해 월평균 30~40개씩 매장을 늘렸던 점을 감안한다면 성장세가 큰 폭으로 둔화된 셈이다.

업계에선 공정거래위원회와 동반성장위원회의 대형 브랜드 출점 규제가 이 같은 추이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본다.

대기업 계열 브랜드의 빈자리는 중소업체들이 채워가고 있다. 프랜차이즈 제과업계 3위 업체인 브레댄코가 대표적이다. 브레댄코는 지난해 말 38개였던 매장 수를 지난달 말 현재 56개로 늘렸다. 올해 말까지 점포 수를 70여 곳으로 늘린다는 계획이다.

브레댄코는 신라명과에서 분리된 베이커리 브랜드로 2008년 코엑스몰에 1호점을 낸 이후 2010년 연 매출 100억원을 돌파한 강소 브랜드다. 최근엔 밀가루 숙성 과정에 전통식품인 된장 발효종을 사용한 빵들을 내놓아 화제가 됐다.

대기업 계열인 크라운베이커리의 폐업도 브레댄코에는 반사이익이 됐다. 한때 프랜차이즈 제과업계의 강자였던 크라운베이커리는 파리바게뜨 같은 대형 브랜드와의 경쟁을 견디지 못하고 올 들어 폐점 결정을 했다. 이에 기존 크라운베이커리 간판을 달고 있던 빵집들이 대거 브레댄코 브랜드로 간판을 바꿔 달았다. 올해 수도권에서만 20여 곳의 점포가 브레댄코 간판으로 바꿀 것으로 업계에선 보고 있다. 홍수현 브레댄코 대표는 “대형 브랜드들보다 가맹 조건이 까다롭지 않으면서 기존 브랜드 못지않은 경쟁력을 갖고 있다는 점이 창업자들에게 호응을 얻은 덕분이다”라고 말했다. 가격 경쟁력을 앞세운 실속형 중소 브랜드인 잇브레드도 가맹점 수를 지난해 30여 곳에서 현재 70여 곳으로 늘린 상태다. 비슷한 컨셉트의 이지바이도 점포 수가 140곳을 넘어선 것으로 알려졌다.
 
1000호점 돌파…신흥 커피 전문점 부상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해 11월 동일 브랜드의 커피 전문점이 기존 가맹점의 반경 500m 안에 신규 출점하는 것을 금지하는 모범거래기준을 만들었다. 연매출 500억원 이상, 가맹점 100개 이상 브랜드가 대상이다. 이에 따라 롯데그룹 계열의 엔제리너스, CJ그룹 계열의 투썸플레이스와 카페베네 같은 대형 브랜드들이 이 규제의 적용을 받게 됐다.

이 같은 조치로 커피 전문점 시장에서도 이디야커피와 할리스커피 같은 중소 브랜드들의 약진이 두드러지고 있다. 2조5000억원 규모로 추정되는 국내 커피 전문점 시장에서 중소 브랜드들의 약진은 매장 수 증가세에서 확인된다. 이디야커피는 최근 990호점을 개점해, 카페베네(901개)를 제치고 매장 수 기준 국내 1위 업체로 올라섰다. 올해 안으로 1000호점 돌파도 무난할 것이란 전망이다.

할리스커피도 성장세가 뚜렷하다. 최근 사모펀드 업체로부터 1000억원을 투자받은 할리스커피는 올초 매장을 410여 개에서 450여개로 늘리는 데 주력 중이다. 지난해 말 30개의 매장을 갖고 있던 망고식스도 올해 말까지 국내 가맹점 수를 150곳으로 늘린다는 계획이다. 이 회사는 미국 베벌리힐스 등에도 매장을 내면서 해외 진출에도 힘을 쏟고 있다. 올해 매출 500억원 선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인기를 끄는 중소 커피 브랜드 매장의 경우 창업비용이 상대적으로 적게 든다는 점도 창업자들의 관심을 끄는 대목이다. 이디야커피의 경우 23.1~26.4㎡(7~8평) 정도의 점포만 있어도 창업이 가능하다. 49.5㎡(15 평 기준) 기준 창업비용은 9500만원(임대료 및 권리금 제외) 수준으로 경쟁 브랜드의 40~45%의 비용이면 자신의 가게를 낼 수 있다.

기존 대형 브랜드들의 시장 지키기도 치열하다. 직영 매장 중심인 스타벅스는 공격적인 출점보다 사회공헌활동을 통해 소비자에게 다가선다는 전략이다. 롯데그룹 계열의 엔제리너스는 중소 상공인과의 마찰을 최소화하면서 점포당 매출을 늘리는 방안을 마련하는 데에 주력하기로 했다.

이수기 기자 retali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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