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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한 바오로 2세 1920~2005] 부시 "교황 만난 건 무서운 경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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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 파키스탄에서 기독교 학생들과 교사들이 4일 촛불을 밝혀들고 교황의 추모 미사를 올리고 있다. [물탄 AP=연합]

▶ 4일 말레이시아 수도 쿠알라룸푸르의 성당에서 한 이슬람 신자가 교황의 선종을 추모하고 있다. [쿠알라룸푸르 AP=연합]

교황에 대한 애도는 갈등과 차이를 넘어섰다. 교황 서거를 계기로 한순간이나마 전 세계는 하나가 됐다. 어려웠던 시절 교황을 만난 사람들은 교황에게서 큰 힘을 얻었다고 입을 모았다.

○…교황의 유해는 교황청사에서 하룻밤을 보낸 뒤 4일 성 베드로 대성당으로 옮겨져 일반인의 조문을 받았다. 3일 성 베드로 광장에서 봉헌된 추모 미사에서 안젤로 소다노 교황청 국무장관은 "경애하는 요한 바오로 2세가 베드로의 후계자로서 생명과 역사의 구세주인 그리스도 곁에 오른 것을 굳게 믿는다"고 말했다.

○…차기 교황을 점치는 '말라키아 예언서'가 화제다. 이 예언은 1143년에 제165대 교황에 오른 첼레스티노 2세 이후 등장할 112명의 교황이 누구인지를 암시하고 있다. 예컨대 요한 23세(1958~1963년)는 '목자이며 사공'이다. 그는 물의 도시인 베네치아의 총대주교였다.

요한 바오로 2세는 '태양의 산고'였다. 이는 태양이 생겨나는 곳, 즉 유럽의 동쪽인 폴란드를 의미한다는 것이다. 차기 교황은 '올리브의 영광'이다. 일각에서는 이를 근거로 "제3세계 출신이 교황이 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은 교황과 '가장 곤혹스러운 만남'을 한 미국 대통령이라고 미국 언론들이 전했다. 그는 지난해 6월 바티칸에서 교황에게 '자유의 메달'을 수여하며 '신의 충실한 종'이라는 찬사를 보냈다. 그러나 교황이 이라크 사태에 대한 '깊은 우려'를 표시하는 긴 성명을 발표하자 어려운 모습으로 앉아 있어야 했다. 부시는 그 후 가톨릭 인사들과 만난 자리에서 "그(교황)를 만난 것은 무서운 경험이었다"고 털어놨다. 그런데도 부시 대통령이 미국 대통령으로서는 처음 교황 장례식에 참석할 것이라고 미 NBC-TV가 보도했다. 이탈리아 현지 언론들은 "장례식에 200만 명의 순례자와 200여 명의 각국 지도자가 참석할 것"이라며 "이번 장례식은 바티칸 사상 최대 규모가 될 것"이라고 전했다.

○…영국 찰스 왕세자와 카밀라 파커 볼스는 자신들의 결혼식이 교황의 장례식 날짜와 겹치게 되자 이를 9일로 연기키로 했다. 찰스 왕세자는 8일 교황의 장례식에 참석할 예정이다. 앞서 찰스 왕세자는 4일 오후 웨스트민스터 사원에서 열리는 교황 추모 예배에 참석하기 위해 스위스에서 스키 휴가를 취소하고 런던으로 급거 귀국했다.

○…티베트 지도자 달라이 라마는 3일 성명을 통해 "교황은 '폴란드에서 공산주의를 경험했기 때문에 티베트 문제를 명확히 이해하고 있다'고 내게 말했다"고 밝혔다. 또 "단호하면서도 심오한 정신의 소유자인 교황을 존경했고 숭배했다"고 말했다.

○…레흐 바웬사 전 폴란드 대통령은 3일 "교황은 1979년 조국을 방문해 자유노조와 폴란드 민주화에 영감을 줬다"고 말했다. "당시 교황은 '두려워 말라. 지구의 운명을 바꿔라. 신념을 가져라'라고 말했다"고 술회했다.

○…아프가니스탄의 탈레반 지도부는 3일 은신처에서 "새 교황이 이슬람 교도에 대한 박해를 중단하도록 영향력을 행사해 달라"고 주문했다. 탈레반은 성명을 통해 "우리는 교황 서거에 대해 슬픔과 기쁨을 표현하지 않겠다. 다만 그가 평화.화합을 놓고 한 말 중 일부는 생각해 볼 가치가 있다"고 밝혔다.

○…중남미 최대의 가톨릭 성지인 브라질의 아파레시다 성전에는 교황 서거 후 수만 명의 순례자와 신자가 모여들고 있다. 상파울루 북동쪽 167km 지점에 위치한 이 성전은 3일 새벽부터 추모 미사를 올렸으며, 이날 하루 동안에만 3만여 명이 다녀갔다.

[외신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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