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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S] 곰, 끝판왕을 끝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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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삼성 마무리 투수 오승환(오른쪽)이 25일 두산과 한국시리즈 2차전 13회 초 두산 오재일에게 결승 1점 홈런을 맞은 뒤 타구를 바라보고 있다. 9회 초 1사 등판한 오승환은 4이닝 동안 역투했지만 53구째에 무너졌다. [대구=뉴시스]

‘끝판대장’ 오승환(31·삼성)도 사람이었다. 프로야구 두산이 25일 대구시민야구장에서 열린 한국시리즈(KS·7전4선승제) 2차전에서 오재일(27)의 결승 솔로홈런을 앞세워 삼성을 5-1로 꺾었다. 두산은 2연승으로 유리한 고지에 올랐다.

 1-1로 맞선 9회 초 1사 1루. 류중일 삼성 감독은 마무리 오승환을 마운드에 올렸다. 동점이지만 1패를 먼저 당했기에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두산은 정수빈의 기습번트로 1루 주자 손시헌을 2루까지 보냈다. 하지만 오승환은 임재철을 삼진으로 처리하고 위기를 넘겼다. 삼성이 9회 말 득점에 실패하면서 경기는 연장전으로 이어졌다. 오승환은 10회 두산의 중심타선인 김현수-최준석-홍성흔을 차례로 삼진으로 처리했다. 11회에도 이원석과 오재원을 삼진으로 잡아내며 KS 연속 타자 탈삼진 최다기록(6개)과 타이를 이뤘다. 최고 시속 151㎞의 돌직구와 145㎞나 되는 고속 슬라이더 앞에 두산 타자들은 추풍낙엽처럼 쓰러졌다.

 하지만 짧은 이닝을 책임지는 마무리 오승환의 체력에는 한계가 있었다. 오승환은 데뷔 첫해인 2005년 딱 한 번 4이닝을 던졌을 뿐 길어야 2이닝을 책임졌다. 연장 12회도 막은 오승환은 13회 선두타자 김현수를 2루 땅볼로 잡아내며 투혼을 발휘했다. 하지만 열세 번째 타자에게 던진 첫 번째 공이 두 팀의 운명을 갈랐다. 두산 왼손타자 오재일은 오승환의 151㎞짜리 직구를 잡아당겨 오른쪽 담장을 훌쩍 넘겼다. 한국프로야구 통산 최다인 277세이브를 올린 최고의 마무리 오승환도 어쩔 수 없었다. 두산은 오승환이 내려간 뒤 삼성 마운드를 두들겨 3점을 더 추가했다. 오재일은 “직구를 노렸다. 멍했다. 홈런보다 팀이 이기는 데 도움이 된 것 같아 기쁘다”고 했다. 두산은 KS 역대 최장시간(5시간32분) 혈투 끝에 승리한 뒤 홀가분한 마음으로 서울행 버스에 올랐다.

 삼성으로서는 ‘국민타자’ 이승엽의 부진이 뼈아팠다. 삼성은 0-1로 뒤진 8회 말 채태인의 1타점 적시타로 동점을 만들었다. 그러나 이어진 1사 1·2루에서 이승엽이 1루 땅볼로 물러났고, 김태완도 3루 땅볼을 쳐 역전에는 실패했다. 연장 10회에도 정형식의 안타와 도루, 박석민의 희생번트로 1사 3루가 된 뒤 최형우와 채태인이 고의4구를 얻어 만루 기회를 얻었다. 하지만 이승엽은 2루 땅볼을 쳤고, 홈으로 뛰어들던 3루 주자 정형식이 아웃됐다. 후속 타자 우동균도 유격수 플라이로 물러나 끝내기 찬스가 날아갔다. 3차전은 27일 오후 2시 잠실야구장에서 열린다.

대구=김효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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