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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개 안정화 정책의 허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김학렬 경제기획원 장관은 28일 남 재무·이 상공·김 한은 총재 등이 동석한 기자회견에서 이번 환율인상 조치의 자체평가와 전망을 밝히면서 재정·금융부문의 안정화 등 10개 항목에 걸친 보완대책을 발표했다.
먼저 우리는 김 기획이 이번의 환율 조정 선을 설명하면서 정부가 설정한 실세화의 기준은 「패리티」율에 의한 「달러」당 3백 64원보다 약간 높게 설정했기 때문에, 새로 정한 환율을 앞으로 당분간 고정시킬 방침임을 명백히 한데 대해 깊은 관심을 표명하지 않을 수 없다.
김 기획의 이 같은 발언은 뒤집어 말하면 12.98%라는 이번 인상폭이 「실효환율」과는 아직도 상당히 동떨어진 것이며, 때문에 앞으로 제반정세를 보아가며 가능한 한 실세화의 노력을 계속하겠다는 뜻으로도 풀이된다는 것이며, 이렇게 볼 때 최근 몇 해 동안 심화되어온 환율불안은 여전히 지속될 수도 있음을 정책당국 스스로가 인정한 것으로 보여지는 것이다.
환율을 인상함으로써 수출의욕을 자극하고, 수입을 억제하여 원화 가치하락의 근본적인 원인이 되고있는 국제수지 역조를 시정하려는 정책방향은 원칙적으로 나무랄 데가 없는 것이다. 그러나 이 같은 원칙적 타당성이 제아무리 인정된다 하더라도, 그 뒤에 여전히 남는 환율전망의 계속적인 불투명성은 수출「인센티브」의 향상에 별다른 도움을 주지 못할 뿐만 아니라, 이번 조치로써 야기될 심각한 가격구조상의 혼란이 정부가 내세운 보완대책을 처음부터 매우 의심쩍은 것으로 만들고 있음을 직시해야 되겠다는 것이다.
바꾸어 말하면, 변동환율제 본래의 기능을 잃고있는 현행 변동환율제도를 그대로 답습한 것이나 다름없는 이번 조치는 결과적으로 고정환율제도하의 대폭적인 평가절하나 다름없는 충격을 우리경제전반에 던졌기 때문에, 이 시점에서 무엇보다도 먼저 주력해야할 역점은 무역수지문제보다도 오히려 국민경제의 안정화라는 측면이라는 것이다. 왜냐하면, 과거 환율파동이 있을 때마다 가장 심각한 후유증은, 차관기업에 대한 정부의 갖가지 금융지원정책과 이에 따르는 몇 가지 보완대책에도 불구하고, 국내주요공산품 가격의 앙등으로 직결되어 국민대중의 희생만이 강요돼 왔음을 우리는 잘 알고있기 때문이다.
정부가 물가안정을 기하기 위한 시책으로서 발표한 10개 보완대책의 내용은 무엇보다도 국내여신의 긴축과 통화공급의 제한 등이 그 주요수단이라 할 것인데, 이 경우 불황 속의 물가고 경향이 더욱 심각해지지 않을까 걱정되는 것이며, 비록 금융당국이 이미 책정된 국내여신공급규모를 구태여 줄이지는 않을 방침임을 분명히 했다 하더라도, 차관기업에 대한 일반금융지원의 증대에 따라 상대적인 공급감소가 불가피하다고 보여지는 것이다.
그밖에 양곡과 기타 생필품의 적기 공급, 비축제도의 확충, 공공요금의 현 수준유지 등, 일련의 시책에 대해서는 종래의 경험에 비추어 그다지 큰 신뢰도를 줄 수 없는 것인 동시에, 또 특히 문제삼을만한 것도 아니라 하겠다. 다만 가격조작 행위의 규제와 관련하여, 정부가 또 다시 공정거래법의 제정문제를 제기한 점은 정부 당국이 특히 생필 물자 가격상승압력을 계속 행정적으로 배제하겠다는 의도로 평가되어, 정상적인 물가 「메커니즘」기능에 의하지 않는 가격정책이 과연 어느 정도 효과를 가져올 수 있을 것인지 의아스럽다 아니할 수 없다.
요컨대, 6·28조치로써 야기된 새 국면에 대처하기 위한 당면시책의 핵심은 첫째로 환율불안을 근본적으로 해소할 수 있는 논리성의 부여와 이에 부합되는 경제기조의 안정화 추구라 하겠으며, 둘째로 정상적인 물가「메커니즘」에 따라 국내가격수준의 합리적인 평준화를 기하는 보완대책을 보장해야 하겠다는 것으로 집약되지 않으면 안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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