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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둑] 신예 이원영, 벼랑끝 넷마블 구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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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왼쪽부터 이창호, 이세돌, 박영훈, 황진형. 넷마블의 주장 박영훈이 웃음을 터뜨리며 신민준-이춘규의 대국을 검토하는 모습을 이창호와 이세돌이 지켜보고 있다. 이창호는 넷마블의 2지명 선수. 이세돌은 신안천일염 주장이지만 이날 애제자 신민준(14)의 대국을 보기 위해 밤늦게까지 현장에 있었다. [사진 한국기원]

질긴 생명력이다. 5위 넷마블이 신예 이원영의 대활약으로 4위 한게임을 3대 2로 격파하며 포스트시즌을 향한 마지막 불꽃을 피워 올렸다. 넷마블은 한게임과의 경기에서 지면 거의 끝이었다. 경기의 흐름도 불리했다. 팀의 기둥이라 할 이창호-박영훈이 1, 2국에서 연승했으나 3국에서 기대했던 14세 영재 신민준이 이춘규에게 패하며 흐름이 한게임 쪽으로 기울었다. 4국은 이원영 대 김지석(한게임 주장), 5국은 민상연 대 목진석(한게임 2장)의 대결인데 두 판 모두 크게 불리하다는 전망이었다.

 신예 이원영이 2013바둑리그에서 가장 잘 나가는 김지석을 격파하며 팀을 위기에서 구했다. 한국랭킹 2위 김지석은 개인전적 10승1패로 박정환(정관장)과 함께 다승 공동1위에 올라있는 한게임의 필승 카드. 하지만 이날은 사활에서 대 착각을 범하며 이원영에게 승리를 헌납했다. 이 승리로 넷마블은 한게임을 3대 2로 꺾었고 팀 전적에서 한게임과 똑같이 6승6패가 됐다. 개인 승수 차이로 팀 순위에선 한게임이 4위, 넷마블이 5위지만 넷마블이 2연승의 상승세인 데다 한게임은 에러를 범한 형국이라 분위기는 크게 달라졌다.

 넷마블은 13라운드에서 꼴찌인 Kixx와, 마지막 14라운드에선 2위 정관장과 맞붙는다. 한게임은 13라운드에서 신안천일염(3위), 14라운드에선 티브로드(1위)와 대결한다. 넷마블이 약간 유리한 대진이지만 이런 건 별 의미가 없다. 바둑리그가 후반으로 갈수록 이변이 속출하고 있어 ‘4위’ 자리를 누가 차지할지는 전혀 예측 불허다.

 2013KB바둑리그는 총 14라운드 중 12라운드를 끝냈지만 포스트 시즌이 확정된 팀은 1위 티브로드(9승3패)뿐이다. ‘8승’이 커트라인인데 2위 정관장(7승1무4패)과 3위 신안천일염(7승5패)조차 아직 8승에 다다르지 못했다. 말하자면 정관장이나 신안조차 남은 두 경기를 모두 지면 4위 밖으로 밀려날 수 있다는 얘기다.

이런 안개 자욱한 혼돈 속에서 은밀하게 4위를 노리는 팀이 또 하나 있다. 바로 포스코캠텍인데 이 팀은 한때 최하위까지 밀렸다가 최근 3연승하며 5승7패를 기록 중이다. 지난주 팀의 막내 신진서(13)가 팀 전적 2대 2 상황에서 Kixx 주장 이영구에게 극적인 역전승을 거두는 바람에 실낱 같은 희망이 생겼다. 남은 두 경기를 다 이겨 7승7패가 되면 경쟁 팀들의 전황에 따라 만에 하나 4위를 기대해 볼 수 있게 된 것이다.

 이번 주 바둑리그는 1위 티브로드 대 2위 정관장(24~25일), 3위 신안천일염 대 4위 한게임(26~27일)이 정면 대결을 펼친다. 이 두 경기가 끝나면 어느 정도 포스트시즌의 윤곽이 드러날 것 같다.

박치문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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