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디슨이 발명공장 세웠듯, 우리는 특허공장 될 것"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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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토머스 에디슨은 발명왕이 된 뒤 ‘발명 공장’을 만들었습니다. 그레이엄 벨이 세운 벨랩은 ‘아이디어 공장’으로 불립니다. 우린 ‘특허공장’이 될 겁니다.”

 김흥남(57·사진)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원장은 한국에 세계 제일의 특허공장이 2020년 ‘기가 코리아’를 통해 선보일 수 있을 것으로 자신했다. 지난 22일 대덕연구단지 내 집무실에서 만난 그는 자리에 앉자마자 태블릿PC를 켰다. 태블릿PC 위에서 빛을 비추자 황금색 거북선이 3D(3차원) 홀로그램을 통해 입체적으로 나타났다. 김 원장은 “지금은 이 홀로그램이 정지상태이지만 기가코리아 프로젝트가 본궤도에 오르는 2018년 평창 겨울올림픽에서는 세계 최초의 3D 홀로그램 동영상을 소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모든 것이 강력한 특허를 통해 구현된다고 덧붙였다.

 창조경제에 대한 김 원장의 해석이 눈길을 끈다. 아인슈타인의 특수상대성이론 중 에너지는 질량과 빛의 속도의 제곱이라는 공식을 응용했다. 창조경제(Economy of Creation) E=MCC라는 설명인데 내용이 그럴 듯하다. M은 돈(Money), C는 창조(Creation), 또 다른 C는 융합(Convergence)을 각각 가리킨다. 즉 인접 분야와 융합을 통해 무언가를 창조한 뒤 사업화까지 이어져야 창조경제가 완성된다는 것이다. 지금까지는 융합과 창조까지는 어느 정도 가능했는데, 이제부터는 사업화를 통해 돈을 벌어야 한다는 설명이다. 이를 위해 연구원 내 문화와 제도, 인프라를 다듬는 중이다.

 그중 하나가 창업지원 제도다. 연구원들에게 창업을 적극 권장하고 있는 김 원장은 연구원이 10년에 한 번 1년씩 ETRI 옆 스타트업(초기창업 기업) 인큐베이터에 들어갈 수 있는 제도를 만들었다.

 김 원장 자신도 젊었을 적 창업 바람이 불었다면 행정정보시스템으로 창업전선에 뛰어들었을지도 모른다고 회고했다. 서울대 공대를 졸업하고 한국과학기술원 시스템공학연구소에서 일하던 1984년 동사무소 행정정보시스템 통합 프로젝트를 맡았는데, 전국 3300여 개 동사무소의 행정정보 시스템을 하나로 묶는 작업을 성공적으로 해냈다. 그가 개발한 솔루션이 상용화해도 될 만큼 안정적이었던 것이다.

대전=심재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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