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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자금운용과 경영전략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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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지방은행이 전국은행을 상대로 경쟁하는데는 향토색을 풍겨 주민들에 어필하는 점과 순수한 민간자본으로 출발하여 자율경영이 가능하다는 점등이 유리한 측면으로 지적되고 있다.
또한 전국은행의 경우는 영업지역이 전국적이기 때문에 지방에서 모은 예금이 중앙의 거액대출에 충당되어 서울과 지방의 예대비율에 큰 차이를 보이고 있으나 지방은행은 영업지역이 제한돼 있어 그 지방에서 모은 돈을 그 지방에 다시 환원대출하고 있다.
이 같은 업 태의 차이는 기존 전국은행 지방지점장들이 예금을 중앙에 뺏겨 대출활동을 제대로 할 수 없는데서 오는 지방민들의 불만을 지방은행들은 어느 정도 해소시켜 줌으로써 결과적으로는 지방에서의 경쟁은 유리한 편에 설 수 있게 된 것이다.
다시 말해서 은행고객은 돈을 맡기거나 돈을 꾸러 가는 경우뿐인데 전국은행은 돈을 맡기는 고객위주이나 지방은행은 맡기는 고객과 빌리는 고객을 고루 맞아들일 수 있어 고객을 끌어들이기 손쉬운 것이다.
이러한 현상은 전국은행들의 지점운영에서 가장 큰애로가 되고있는 점이며 결국은 지방 예대비율을 높이는 방향으로 갈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렇게 되면 전국을 상대로 한 시중은행들은 그렇지 않아도 대출의 초과수요와 고정화 경향 때문에 지준 부족을 번번이 빚고 있는데 더하여 지방은행에 예금을 뺏기고 그 뺏기는 율을 줄이기 위해 지방대출 비율을 늘리자면 자금운용이 더 큰 궁지에 몰릴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는 것이다.
이는 지방은행의 대 시은「콜·론」이 70년 상반기(69년 10월∼70년 3월) 결산 때의 8억7천9백 만원에서 70년 하반기(70년 10월∼71년 3월) 결산 때는 18억5천4백 만원으로 늘어난 점으로도 입증된다.
지방은행들이 지방색을 뚜렷이 하면서 전국은행들이 할 수 없는 방법으로 주민에 어필하는 예는 흔하다.
그 지방의 특징에 맞추어 충청은행이「충무적금」, 광주은행이「무등 적금」, 전북은행이 「향토적금」등을 만들어 모집하는 경우라든지, 대구은행이 전국은행에서 볼 수 없는 대출권유로「대구은행 가족운동」을 전개하는 것 등은 이색적이라 할 수 있다.
이 같은 새 이미지 심기작전에다 그 지방 사정에 밝은 현지 채용으로 가정·학교에까지 연고를 찾아 파고들기 때문에 전국은행들에는 큰 위협이 아닐 수 없다.
자금운용에 있어서도 유리한 점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우선 전국은행들은 정책자금의 수요를 담당해야하고 대출운용에 자율성이 적기 때문에 은행경영이 어느 정도 경직화하여 있으나 지방은행은 정책자금의 수요가 적고 자율경영이 가능하여 상당한 신축성을 갖고 있다.
물론 자금운용에 완전한 자율성이 보장된 것은 아니고 시 금고를 취급하는 관계로 시 재정 보전에 싼 금리(연 20%)로 자금이 투입되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지배 성 위주로 자금을 운용하는 측면이라든지, 대출이 신속히 처리되는 등의 자율성 및 책임경영체제는 갖추어져 있다.
그렇다고 해서 지방은행운영에 애로나 문제점이 없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더 큰 장벽이 가로놓여 있다.
첫째, 영업지역이 도나 시로 제한돼 있고 통화의분포로 보아 서울이 약 70%를 차지하고 있기 때문에 성장에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지금까지는 창업 초기여서 업무신장 율이 높으나 재원의 한계 때문에 점차 둔화될 가능성이 많다.
둘째, 대기업 거래가 서울에서 전국은행들과 직접연결 되어 지방지점까지 파급되기 때문에 지방을 중심으로 한 거래에 한정될 수밖에 없다. 기업주의 지연이나 사업을 연고로 대기업이 자본구성에 참여했지만 지방사업장의 현지운영비 이외의 거래는 거의 찾아 볼 수 없고 현재까지는 전국은행을 거래하면서 거래선을 하나 더 늘린 것에 불과하다.
셋째, 대부분의 실물 또는 금융거래가 서울중심으로 이루어지나 지방은행은 서울에 지점을 차릴 수 없어 직접 환 결제가 안되고 전국은행을 거쳐야 한다. 이러한 불편 때문에 대기업 거래에 침투하려해도 기회를 잃는 경우가 많다.
넷째, 인사문제에 있어 미니은행이기 때문에 우수한 직원을 채용하기 어렵고 능률면에서 시은에 뒤지며 업무 신장이 군소 도시로 갈 수밖에 없어 경비의 증대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다섯째, 자본금 규모가 작기 때문에 점포에 대한 고정투자가 어려워 점포행정에 난관을 겪고있다.
이밖에 지방은행별로는 인천은행이 인천시내로 영업지역이 제한된 후 아직도 은행으로도 승격되지 못했고, 충북은행은 먼저 설립된 충청은행이 충북지주와 충주에 지점을 갖고 있어 지방은행끼리의 경합이 불가피하며, 경남은행은 인접 부산직할시를 부산은행에 뺏겨 고전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제주·충북·강원은 근본적으로 경제력이 미약해 성장의 영역은 더욱 좁을 수밖에 없는데 제주도의 경우 도내 총 예금고가 3월말 현재 54억 원에 불과하여 서울의 웬만한 시은지점 예금 고에도 못 미치고 있다.
끝으로 수익 면에서 볼 때 지난 70년 하반기 결산에서 부산은행과 대구은행이 연율 14%를 배당, 시은의 민간 주 10%보다 훨씬 높은 수준으로 신장했으나 앞으로 지방은행이 그 지방의 은행으로서의 이미지를 잃는다든지, 자율·책임 경영체제를 최대한 활용하는 등의 이점을 살리지 못한다면 제한된 여건 밑에서 오히려 더 많은 난관에 봉착할 가능성은 언제나 남는 것이다. <이종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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