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입예비고사제의 공과론

문교부는 그 동안 3년째 실시해온 대학입학예비고사제도에 관하여 몇 가지 개선방안을 모색 중에 있다고 전한다. 15일 알려진 바에 의하면, 문교부는 동부가 위촉한 평가교수단의 종합평가 보고서를 토대로 이 제도가 고교교육 및 대학교육 전반의 질적 향상을 위해 이미 큰 공헌을 했다고 자체평가 하고, 다만 합격률의 증대, 고지재학시의 우수성적 참작, 고시장소의 세분화 등 몇 가지 세부적인 개선책만을 연구 중에 있다고 전한 것이다.
그러나 이 문제에 관한 우리의 견해를 결론부터 앞세우자면, 우리는 전기한 평가교수단의 종합평가가 이루어진 과정에 대해서는 물론, 또 이를 기초로 하여 내린 문교당국의 성급한 자체평가에 대해 모두 중대한 의문을 표시할 수밖에 없다. 본 난은 이미 누차에 걸쳐 이 예비고사제도를 실시하는 근본철학을 명백히 밝혀둘 필요가 있음을 지적한바 있었던 것이지만, 전기한 평가교수단의 종합평가 조차도 끝내 이에 대한 해답을 주지는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선, 평가교수단이 제출했다고 하는 종합평가 보고서는 몇 가지 사항에 관하여 대학교수·언론인·고교교사·대학생 및 고교생 등을 대상으로 실시한 일승의 여론조사결과이지, 결코 전기한 근본철학을 토대로 한 과학적인 연구조사결과라고는 할 수 없을 것이다. 그것은 무릇 질문지법에 의한 모든 사회조사가 흔히 그런 것처럼, 질문자의 예측된 의도가 은 영 중에 반영키 마련인 몇몇 문항에 대하여 응답자 측의 다분히 즉흥적인 반응이 표시되었을 뿐, 어떤 제도의 타당성 여부를 근원적으로 간단할 수 있을 만큼 충분한 데이터가 될 수 없음을 조사자인 평가교수들 자신이 더 잘 알고 있을 터이니 말이다.
주지하는 바와 같이 중학무시험진학제의 부산물 격으로 창시됐던 대학입학예비고사제의 근본 목적은 고교교육의 정상화와 대학교육의 질적 발전을 도모하는데 있다고 설명돼 왔다. 그렇다면 연 3년째 실시한 이 예비고사제의 결과로 이 두 가지 근본 목적이 어느 만큼 달성되었다고 평가할 수 있는 과학적 근거는 무엇이란 말인가. 물론 질문지에 대한 응답으로서①고교생들의 학습의욕이 높아졌다. ②고교의 전교과목을 공부하게 되었다. ③담당교사들의 연구열이 높아졌다. ④학부모들의 자녀 교육에 대한 관심도가 높아졌다는 등 통계적으로 높은 플러스 요인이 나타났다는 것은 전혀 근거 없는 것은 아닐지 모른다.
그러나 그렇다고 치고서라도 매년 실시한 ○×식 해답의 이 고시결과, 100점 만점 중 평균 42점 안팎의 성적으로써, 이른바 합격권의「커트라인」에 든 대학입학자격자가 양산되는 반면, 그중 적지 않은 학생이 대학별입시에 떨어져 2, 3년씩의 재수과정을 거치는 것이 일반화하고 있는 오늘의 현상을 두고서 고교교육의 정상화니, 대학교육의 질적 향상이니 를 판단한다는 것은 무래도「난센스」임을 면치 못할 것이다.
그나마 유효시한 1년의 예비고사 합격자들에게 또다시 실시되는 각 대학별 입시제도의 불필요한 이중적 성격을 상기한다면, 이 예비고사제도의 시행으로써 얻은 이득에 비해 학생 및 학부모들의 과중한 부담, 고교교과 과정교육의 ○×화로 인한 파행적 교육운영의 보편화, 학교 차의 심층화, 사회불안요소의 증대 등 부작용으로 인한 손실이 너무도 크다는 것을 아무도 부인치 못할 것이다.
그러므로 대학입학 예비고사제외 존폐문제나 이 개선책을 논함에 있어서는 먼저 그러한 제도를 설치하는 근본철학부터 명백히 재검토함으로써, 이를 기준으로 하는 논의를 가질 때에 야만 비로소 그것이 건설적인 것이 될 수 있는 것이다.
요컨대, 대학예비 고사 제가 진정으로 대학교육을 받을만한 자질의 유무를 국가가 검정하기 위한 것이라면 현재와 같은 출제방식이나 그 합격자 선정방법이 근본적으로 변경돼야 함은 물론, 각 대학별 입시의 번잡은 당연히 제거되어야할 것이요, 만일 그렇지 않고 이 제도가 단순히 무턱대고 대학진학을 꿈꾸는 자를 견제하기 위한 것이라면, 역시 이 기본목적에 따라 보다 현실적인 고사방법의 채택과 합격률의 확대를 단행하는 동시에 그 낙방 자들을 곧장 사회에 진출시키기 위한 직업보도제도가 아울러 마련되어야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