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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정의 윤리|최임환<성균관대 교수·재정학>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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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사물에는 반드시 긍정적인 면과 행정적인 면이 있게 마련이다. 그러므로 우리들의 판단은 그것이 긍정적인 것이든, 부정적인 것이든, 하여간 모름지기 상대적이어야 하는 것이다. 즉 상대적인 긍정, 상대적인 부정이어야 하는 것이다. 이는 자 명의 이치라 아니할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 우리사회의 풍토에서는 이 자명지리가 통하지 않고 있는 것 같다. 긍정과 행정의 양극화 현상이라고나 할까? 이리하여 우리사회는 일반적으로 긍정은 강자의, 그리고 부정은 약자의 전유물로 각각 굳어져버리고 만 듯한 느낌이 든다.
이처럼 동일한 사실에 관한 상호간의 판단이 절대적인 긍정과 절대적인 부정가운데 이중 택일하는 것이 되어 버린다면, 그곳엔 대화도, 이해도 없는 극한적인 대립이었을 뿐인 것이다. 이러한 상황하에서는 발전이 없는 비생산적인 악순환만 되풀이할 따름이다.
하기야 긍정이든 행정이든 그것을 절대적인 입장에서 택하는 경우, 그는 모든 책임을 상대방에게 전가해버릴 수 있기 때문에 논자로서는 유리하고도 안일한 위치를 정할 수 있게 된다. 그리고 그는 최고의 현자로 자처한다.
극언이 될는지 모르지만 가장 무능한자가 가장 유능한 자연 할 수 있는 최상의 첩경은 곧 이러한 처세술을 익히는데 있다고 하겠다.
하여간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사물을 절대적인 시각에서 파악하려드는 태도만은 지양해야 하겠다.
왜냐하면 그러한 배타적이며 독선적인 태도의 지양이 없는 한 개인적으로나 사회적으로나 전진과 발전은 기할 수 없게되고, 상호 불신의 풍조만 높아져 갈 뿐이기 때문이다.
불신의 장막이 너무나 두텁게 깔려있어 상호대화를 기피하고 재간으로써 당·부 당을 가리기에 이른 학원 내에서의 사제지간, 상호행정을 위한 부정의 악순환만 되풀이 하다가 급기야는 언제나 극한적인 상태 하에서만 국사가 처리되고 있는 정계에서의 여-야간- 이러한 부조가 고질화해있는 사회에서 총화 적이며 비약적인 발전을 기대한다는 것은 거의 전매한 일이라 하겠다.
우리는 국토와 민족이 분단되어 있는 비정상적인 상황 속에서 살고 있다. 이에다 나라마저 가난하기 이를 데 없으니 순탄하고도 조화로운 발전을 바라기란 정녕 어려운 일이다. 아니 오히려 부조의 악순환을 유발할 소지를 다분히 간직하고있는 조건아래 놓여있다고 하겠다. 그러기에 온 겨레의 예지를 망라함으로써 당면한 근경의 타개에 우리 민족의 역량을 총 집중 시키고자 하는 아쉬움은 더욱 간절해지는 것이다. 이를 위 하여는 무엇보다도 우선 사물을 상대적으로 긍·부정하는 것부터 터득해야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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