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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장 큰 싱가포르 언론파동|「싱가포르·헤럴드」지 폐간 진상과 그 파장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4면

『개발도상국에 있어 언론은 국가발전의 지지개발 역할을 벗어날 수 없다』는 이광요 수상의 언론 관과『명백히 적자를 내는 신문에 대한 외국자본의 지원이유가 불투명하다』는 그의 의구가 얽혀 소용돌이를 빚고 있는 싱가포르의 언론파동은 국제신문인협회(IPI) 연차총회를 계기로 마침 내 국제언론계와의 충돌로까지 번져 점차 복잡한 양상을 띠어가고 있다.
8년 전 이 수상의 말레이시아 연방정책을 정면으로 비관한 사이드·자하리를 재판 없이 투옥시킨 사례로부터 시작될 그의 대 언론 강경 자세는 지난 5월 3개 신문사에 차례로 철퇴를 휘두름으로써 이미 단내문제의 역을 넘어 국제 여론의 비판의 대상으로 부상했다.
군사적 약소국이면서도 미소간의 역학관계를 교묘히 이용하여 지금까지 강대국의 간섭 없는 경제발전을 성공리에 이끌어온 이 수상은 중공의 등장으로 인한 최근 국제정세의 변화가 가져올 새로운 여론의 형성을 두려워한 나머지 이제는 기성체제를 비판하는 신문엔 무조건 억압을 가하기 시작했다.
그 화살의 표적이 바로 싱가포르·헤럴드지. 2년 전 로이터통신 동남아 총 국장을 지낸 한국인 지미·한이 창간한 헤럴드 지는 대부분의 싱가포르 신문들이 해마다 발행허가를 갱신해야 하는「언론법」의 저촉이 두려워 지나칠 정도의「자체검열」에 신경을 쓰면서도 「진실보도」란 언론 본연의 임무에 충실하여 정부시책에 대한 기탄 없는 비만을 가해왔기 때문에 대부분의 싱가포르 지식인과 외국인들 사이에 두터운 신뢰를 받아왔다.
이를 못마땅하게 생각해온 이 수상은 우선 정부 공고 물 광고를 헤럴드 지에 일체 싣지 못하게 하고 일체의 공식 기자회견 석상에 동지의 기자를 참석하지 못하게 합으로써 취재원에 접할 기회를 주지 않으려 했다.
이어 체이스·맨해턴 은행에 대해 외국은행으로서 헤럴드 지에 거금을 대부해준 경위를 밝힐 것을 요구하고 60만 달러의 대부금을 대 시간 내에 회수하도록 공공연히 압력을 가했다. 나아가 동지의 사주인 오·시안 여사를 불러 동지에서 손을 뗄 것도 종용했다. 이 수상을 만난 오·시안 여사는『그는 헤럴드 지가 외국자본의 지원을 받고 정부전복음모를 획책한다는 확고한 의심을 갖고 무조건 나에게 그 점을 인정할 것』을 강권했다고 전했다.
이 수상은 IPI총회에서 미국의 CIA가 헤럴드 지의 자본에 『직접적으로는 개입되지 않았다』고 밝힘으로써 간접적으로나마 CIA가 분재되었음을 시사했다.
그러나 이 수상의 압력을 받은 체이스·맨해턴 은행도 지불기일을 연기해 주기로 하고, 전 사원이 무보수로 일할 것을 결의, 가판 원으로 나서 발행 부수 1만3천이던 헤럴드지가 하루만에 4만 부로까지 뛰어 올랐다. 이에 놀란 이 수상은 동지의 발행 허가를 즉각 취소, 헤럴드 지에 폐간이란 사형선고를 내렸다.
사태가 이렇게 되자 문제는 국외로 번져 IPI사무총장 에른스트·메이어 박사가『언론 자유수호에 역행된 도전』이라는 비난과 함께 IPI의 개입을 표명하게 되었고 이수상의 각료 중에도 라자라트남 외상과 제크·유엔·통 문화공보 상 같은 이는 국제적 비난에 대한 우려를 개인적으로 나타내기까지 했다.
그러나 그는 그의 언론 정책에 반대하는 싱가포르 언론인들과 지식인층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양보는커녕 폐간 당한 헤럴드 지를 동정하고 그 논조를 닮아 가는 싱가포르의 스트레이츠·타임스에 대해서도 헤럴드의 전철을 밟지 않으려면 조심하라』고 엄포를 계속 놓고 있어 사태는 더욱 악화 일로 로 치닫고 있다. <외지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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