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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LB] 잡학사전 (37) - 공격툴(Tool), '홈스틸'(1)

중앙일보

입력

야구는 흔히들 '멘탈 스포츠(Mental Sports)'라고 부른다.

기타 다른 스포츠가 생각할 시간적 여유가 없는 반면, 야구는 경기도중 심사숙고할 시간적 여유가 상대적으로 많이 주어지는 스포츠이기 때문에 정신적인(Mental) 영역에 속하는 스포츠라고 볼 수 있다.

야구 경기는 필드 위에서의 물리적인 동작에 의해 영향을 받을 뿐 아니라, 눈에는 띄지는 않지만 레이저빔처럼 실제로 발사되는 뇌파의 상호작용에 의해서도 승부는 지대한 영향을 받게 된다. 즉, 뇌파간의 치열한 전투를 우리는 흔히 '기싸움'이라는 단어로 압축시킨다.

야구 경기에서 상대의 기를 제압하는 툴(Tool)로 사용되는 기본적인 툴로는 홈런, 안타, 삼진, 병살, 삼중살(트리플 플레이) 등이 있다. 이와 반대로 파생된(주로 상대의 허를 찌를 목적으로 사용되는) 툴로는 번트 앤드 런(Bunt-And-Run), 힛 앤드 런(Hit-And-Run), 버스터(Buster)등이 주로 사용된다.

이와같은 비공식적인 툴은 상대의 심리적 공황을 유발시켜 '멘탈 에러(Mental Error)'를 일으키는 주요 원인이 된다.

특히, 홈스틸같은 공격툴의 위력은 엄청나다. 홈스틸을 한번 당하게 되면, 당한 팀의 사기는 급전직하하게 된다. 게다가 감독의 자존심 중에서 가장 민감한 영역이 여지없이 구겨지게 되고, 배터리는 완전 방전된 상태에 놓인다고 할 정도로 지대한 영향력을 주는 공격툴이 바로 홈스틸인 것.

이처럼 엄청난 파괴력을 가진 홈스틸을 자주 기록할 수 있는 선수는 순간적인 상황 판단력와 주루 스피드, 그리고 두둑한 배짱 이 세 요소가 고루 갖춰지지 않고서는 성공 확률은 극히 낮아진다. 일반적인 선수들은 자신의 선수 생활을 통틀어 한 차례 시도한다는 것 조차도 상당히 힘들게 생각하는 게 바로 홈스틸.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선수생활 동안, 무려 54번씩이나 상대방의 내야 그라운드를 완벽하게 유린한 선수가 있다. 바로 전설적인 강타자 디트로이트 타이거스의 '타이 콥(Ty Cobb)'이 그 주인공.

타이 콥은 메이저리그 역사상, 통산 최고 타율(.366)을 기록한 타격의 달인. 그는 자신이 선수로 활약한 24시즌 동안 타격왕 타이틀을 12번이나 거머쥐었으며 117홈런, 1937타점, 4189안타를 기록한 전설적 인물로 1936년 명예의 전당에 헌액되었다.

한 가지 특이한 점은 그가 24년 동안 훔친 892개의 도루 가운데 홈스틸이 무려 54회에 달한다는 점. 총 54회의 홈스틸 중에서 더블 스틸 23회, 트리플 스틸 6회, 마지막으로 단독 스틸이 가장 많은 25회를 기록했다. 단독 스틸이 많았다는 점은 콥의 저돌적인 면모를 보여주는 단적인 예.

이 기록은 앞으로도 깨어지기 어려운, 전무후무한 대기록이다. 콥의 빼어난 도루능력은 뛰어난 주루 스피드에 의한 것이라기 보다는 두둑한 배짱과 이단옆차기 동작과 유사한, 날카로운 스파이크날를 앞세운 저돌적인 베이스러닝에 힘입은 바 크다.

이 때문에 콥은 소속팀의 입장에서는 게임 전체를 리드하는, 파괴력있는 공격툴을 보유한 신임받는 선수였지만 상대팀의 내야수들에게는 지극히 공포스런 존재로 인식되었다.

타이 콥의 54회 홈스틸 기록은 디트로이트 타이거스(1905-1926) 소속으로 50회, 필라델피아 애슬레틱스(1927-1928) 소속으로 4회를 기록한 것으로 메이저리그 최고의 기록인 동시에, 아메리칸리그 최고의 기록이다.

반면, 내셔널리그이 보유한 홈스틸 부문 최고 기록은 33개. 맥스 캐리가 피츠버그 파이어리츠(1910-1926)와 브루클린 로빈스(1926-1929) 시절 기록한 것. 공교롭게도 콥과 캐리는 거의 동시대를 살면서 각자의 리그에서 최고 갯수의 홈스틸을 기록한 것으로, 이후 이 기록을 넘보는 후배들로부터 접근을 불허하는 독보적인 영역을 구축한 셈.

단일 시즌 최다 홈스틸 기록은 아메리칸 리그에서는 역시 타이 콥이 보유하고 있다. 콥은 1912년 한 시즌에만 8개의 홈스틸을 성공시켜 메이저리그 최고의 기록인 동시 리그 기록을 남겼고 내셔널 리그에서는 피터 라이저(1940-1952)가 1946년 브루클린 다저스 시절 기록한 7개가 최고의 기록으로 남아있다.

이지우 명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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