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적 차원에서의 학원 문제 해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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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학원 정상화 방안을 모색해 온 정부는 사태 수습의 기본 방향으로서 종전의 강경 태도를 지양하고 「데모」학생의 구속이나 처벌 등 응징조치 보다도 설득과 대화를 통한 교육적 방법을 쓰기로 방침을 바꾼 모양이다.
정부가 이와 같은 교육적 수습 방침을 택하기로 한 구체적 증거로서는 ①신임 민 문교 장관이 빈번히 정부 요로자와 학교측과 접촉을 가짐으로써 대화를 통한 정상화 방안을 강구하겠다고 강조했으며 ②서울대학교는 이미 처벌된 학생을 구제한다는 원칙을 세워, 학생 설득을 강력히 추진하고 있으며 ③전 총리가 신 법무에 대해서 구속 학생의 공소 취하를 비롯한 사태 수습 방안을 지시했다는 신문 보도 등을 볼 수 있다.
정부의 이러한 방향 전환의 움직임은 데모 학생의 구속이나 처벌 등 일련의 강경한 응징조치로 경화 상태에 빠진 서울대학교 분규 사태에 정치적인 돌파구를 찾아보려는 것으로서 환영할만한 일이다. 학생들의 데모→단속→처벌→휴교의 악순환은 학생 데모의 격화를 막기 위해 정부 당국으로서 불가피하게 취한 코스였을는지 모른다. 그러나 이와 같은 강경일변도 정책이 결코 사태의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음은 더 말할 것도 없는 것이다.
왜 그런고 하니, 처벌과 휴교는 학생들의 욕구 불만을 강권으로 억눌러, 한 때의 평온을 호도 하는 처사는 될망정 절대로 욕구 불만 그 자체를 해소하는 것은 못 되기 때문이다. 또 왜 그런고 하니, 정부와 대학간, 대학과 학생간의 성의 있는 설득과 대화로써 문제의 소재 점을 분명히 밝히고, 서로들 납득이 가는 선에서 공동 노력으로 사태의 수습책을 강구하는 것이야말로 교육의 대도에도 부합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학생들이 모든 욕구 불만을 걸핏하면 「데모」로써 해결하려는 데모 만능 풍조에 빠지는 것을 결코 찬성할 수 없지만, 반대로 무슨 일이든지 사태를 설득과 대화로써 해결할 생각은 아니하고, 일방적으로 처벌과 휴교 조처 등 강경 방침을 취하는 것으로 능사를 삼아 온 종래의 방침이 국가 백년 대계를 위해 매우 옹졸한 일이었다고 생각한다.
이 문제에 관련하여 몇 번이라도 강조해야 할 것은 대학은 지성의 전당이라는 것이요, 또 바로 지성의 전당이기 때문에 대학의 분규는 권력의 강제적 수단에 의해서가 아니라 이성과 이성 사이의 성실한 대화를 통해서 해결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정부가 이제 학원 정상화 방안으로서 획기적인 방향 전환을 검토하고 있다는 보도는 새로 출범한 김 내각이 학원 분규를 단순한 법적인 차원에서가 아니라, 보다 높은 정치적인 차원에서 해결해 보려는 기본 자세를 가지게 되었음을 시준 하는 것이다. 학생들의 데모는 그 슬로건이야 어떻게 변모하였건 간에 근본적으로는 현실에 대한 욕구 불만을 정치적으로 노출한 것임을 에누리없이 인정해야 할 것이다. 그렇다면 그 해결 방안 역시 정치적인 차원에서 타결점을 발견토록 해야할 것이오, 누가 「데모」를 주동했다든가, 또 어느 학생이 어떤 법령을 어겼다든가 하는 문제를 일절 부문에 붙이고, 백지 상태에서 학원 정상화를 위한 재출발을 기도함이 현명할 것이다.
김 내각이 출범하는데 있어 행정 관료가 아니라, 정객 출신인 민관식씨를 문교 장관으로 기용한 것도 문제 해결의 차원을 달리해서 학원을 정상화해 보려는 것으로 믿고 싶다. 따라서 민 장관은 이런 기대에 어긋남이 없이 데모 학생에게 관대한 처분을 취하고, 신속히 대학의 휴업을 철회하는 한편 대학의 자유를 최대한으로 존중하면서 대학 교육 정상화에 박차를 가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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