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배구단 신치용감독 "우승도 죄입니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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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슬퍼요. 우승 감독이 왜 미안한 표정을 지어야 합니까. "

삼성화재의 배구 수퍼리그 7연패 자축연이 열린 2일 서울 강남의 한 음식점. 7연패를 상징하는 뜻에서 선수들의 헹가래를 일곱 번이나 받았지만 '배구판 죽이는 감독'이라는 비난을 의식한 신치용(48.사진)감독의 항변이 쏟아졌다.

#목표가 우승 아니면 배임(背任)

신감독은 "좋은 성적을 내는 것은 자신을 고용한 회사에 대한 임무"라고 단정했다. "감독에게는 우승 이외의 선택이 없다. 만약 감독이 우승을 위해 노력하지 않으면, 그것은 업무상 배임이며 처벌받아야 할 일"이라고 했다. "배구판이 몰락한 책임을 왜 우승한 감독에게 묻는가"라는 항변이다.

#드래프트 안하면 '싹쓸이'계속

신감독은 "특정팀 독주는 협회가 제도를 통해 막아야 한다"며 "그러지 않고 삼성 독주를 운운하면 도대체 져주기라도 하라는 말이냐"고 반문했다. "팀간 전력 평준화를 위한 최선책은 드래프트제다. 그래서 2년간 드래프트를 실시했다. 그런데 LG화재가 이경수를 데려가면서 없던 일이 됐다"며 "만일 드래프트가 아니고 자유계약제가 유지된다면 좋은 선수가 나오는 대로 다 뽑겠다. 그것 역시 감독이 할 일"이라고 했다.

#우승의 배경은 막강 수비진

신진식.김세진.장병철.석진욱 등 최고 공격수가 있으니 누가 감독을 해도 우승한다는 말을 들을 때 신감독은 가장 억울하다. "대학선수들이 삼성에 오면 수비훈련 때문에 죽어난다"며 "삼성이 공격력 때문에 이긴다는데 배구를 몰라서 하는 소리"라고 말했다. 신감독은 "공격이 좋은 팀은 꾸준히 이길 수 없다"며 "수비는 훈련으로만 만들 수 있다"는 배구 철학을 설파했다.

#질 만큼 졌고, 계속 이기고 싶다

신감독은 삼성을 맡기 전까지 한국전력 코치였다. 팀을 옮기기까지 많이 고민했다. 탄탄한 공기업 부장 자리를 내놓고 신생팀으로 가는 모험을 감행한 이유는 단 하나. 이기고 싶었기 때문이다. 신감독은 "한전 시절 현대자동차서비스(현 현대캐피탈).고려증권(해체)에 지겹게 져봤다"고 했다. 수퍼리그 7연패로 한이 풀릴 법한데 신감독은 "이제는 8연패"라고 말한다.

장혜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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