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화의 정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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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이조 세종 때 맹사성은 지위가 정승에 이르렀다. 어느 날 병조판서가 정승 집엘 찾아갔다가 마침 내리는 비에 옷이 흠뻑 젖어 집에 돌아왔다.
『일국 정승의 집이 비가 새거늘 판서 집이 어찌 이럴 수가…』
그는 말없이 자신의 대궐을 헐어버리고 몸채 하나만을 남기게 했다.
공자시대는 덕치의 정사가 이루어져 명망이 높았다. 무사가 가로를 죽이고, 또 가로는 군주를 해치는 전국시대의 정치와는 격이 달랐다. 제자가 물었다. 『덕치란 어떤 것입니까?』 공자는 이렇게 말했다.
『정치를 하는데 덕을 행하면 천하의 인심은 자연히 귀복하여 그것은 마치 북극성이 한자리에 머무르고, 많은 별들이 그 주위를 싸고도는 것과 같다.』
계강자는 노의 세 가로 중에 으뜸가는 세력가였다. 하루는 공자에게 『정치란 무엇인가?』를 물어보았다.
『정은 정을 뜻한다. 네가 높은 자리에 올랐을 때 먼저 바르게(정) 도를 행하면 다른 사람이 정을 행하지 않을 때 맵게 다룰 수 있을 것이다.』
위정자가 바르면 명령을 내리지 않아도 교화가 저절로 이루어진다. 위정자가 바르지 않을 때는 명령을 내려도 백성은 복종하지 않는다. 공자의 생각은 모든 것이 이런 정에서 비롯한다.
서양정치의 미덕을 제도의 기교에서 찾아볼 수 있다면 동양의 정치는 인간정신의 향훈에서 그 아름다움을 엿볼 수 있을 것 같다. 매사가 스스로 옳은데서 판단의 기준이 시작된다. 이것이 바로 덕치라는 것이다. 따라서 정치는 모든 도덕의 총화를 보여주는 예술의 경지이다. 동양의 정치는 가슴으로, 서양의 정치는 머리로 하는 셈이다.
그러나 가슴에만 치우칠 때, 정치는 무슨 수도처럼 되기 쉽다. 머리의 그것도 필요하다. 영국의 명 수상 처칠은 기자들로부터 정치인의 자질에 관한 질문을 받은 적이 있었다.
『그것은 내일, 내주, 내월, 그리고 내년에 무엇이 일어날지를 예언할 수 있는 재능이다.』 이 말은 정치가의 머리를 강조해서한 이야기다. 그러나 다음 말을 기다려보자.
『…그리고, 후일에 그 예언이 맞지 않았던 이유를 설명할 수 있는 재능이 있는가 없는가에 달려있다. 역시 가슴과 머리. 조화를 그는 잊지 않고 있다.
최근 정계에는 부산하게 인걸들이 오고간다. 국민은 저마다 무엇인가 새로운 기대들을 하고 있다. 우수한 인걸들은 앞서 소개한 삽화들에 잠시나마 눈길을 멈추어 두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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