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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 많았던 오바마케어 출발부터 말썽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1면

“지금 나보다 속 타는 사람은 없을 거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21일(현지시간) 백악관 로즈가든 연설에서 답답한 속내를 드러냈다. 공화당을 상대로 연방정부 폐쇄는 물론 국가부도 위기까지 불사하며 지켜낸 건강보험개혁법(일명 오바마케어)이 정작 인터넷 웹사이트 문제 때문에 난관에 봉착해서다. 오바마케어는 4800만 명에 달하는 건강보험 미가입자들에게 내년 3월 말까지 건강보험 가입을 의무화하고 있다. 이를 지키지 않으면 벌금을 매긴다.

 이를 위해 지난 1일부터 각 보험사의 건강보험 상품을 비교한 뒤 가입할 수 있는 인터넷 사이트를 열었다. 그런데 가입자 폭주로 인터넷 사이트가 먹통이 되거나 너무 느려져 소비자 불만이 곳곳에서 터져나왔다. 오바마 정부는 당황했다. 오바마케어가 성공하기 위해선 젊고 건강한 사람이 대거 건강보험에 가입해야 한다. 나이 들고 몸 약한 사람은 정부가 시키지 않아도 보험 가입에 혈안이 돼 있다.

 오바마 정부가 인터넷을 통한 보험 가입에 총력을 기울인 것도 젊은 세대를 끌어들이기 위한 고육책이었다. 한데 인터넷 사이트가 먹통이 되면서 젊은 세대가 건강보험을 외면하지 않을까 전전긍긍하고 있다. 오바마는 이날 연설에서 “변명하지 않겠다”며 “다만 모든 기술 인력을 총동원해 이른 시일 안에 이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진화에 나섰다. 그는 다만 “오바마케어의 본질은 웹사이트가 아니라 모든 국민에게 평등한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오바마와의 힘겨루기에서 완패한 뒤 사분오열했던 공화당은 반격에 나섰다. 존 베이너 공화당 하원의장은 “예고된 재앙”이라며 오바마케어 폐기를 주장하고 나섰다. 이번 협상 타결의 주역인 공화당 중도파 미치 매코널 상원 원내대표도 “내년 4월 1일인 오바마케어의 시행 시기를 늦추라”고 압박했다. 웹사이트 접속 장애가 이른 시일 내 풀리지 않으면 오바마의 입지는 더 어려워질 전망이다.

뉴욕=정경민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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