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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신청사, 우리 건축에 어떤 숙제 남겼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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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서울시 새 청사는 디자인적으로 얼마나 성공했을까. 다큐멘터리 ‘말하는 건축 시티: 홀’은 이를 둘러싼 문제를 총체적으로 탐구한다. 건설현장 사람들에게 카메라를 들이댄다. [사진 미디어데이]

영화감독 정재은(44)의 한때 화두는 청춘이었다. ‘고양이를 부탁해’(2001), ‘태풍태양’(2005) 등에서 기존 사회 질서에 편입되지 못하는 젊음의 방황과 일탈을 다뤘다. 그런 그가 요즘 잡고 있는 건 건축이다. 극영화에서 다큐멘터리로 영역을 넓혔다.

 정 감독이 건축가 고 정기용(1945~2011)을 조명한 ‘말하는 건축가’(2012)에 이어 서울시 신청사 건립과정을 다룬 ‘말하는 건축 시티: 홀’(24일 개봉)을 내놓았다. 부동산·재산에서 문화·예술로 무게가 옮겨가고 있는 건축, 특히 논란이 많았던 서울시청사를 프리즘 삼아 한국 사회의 여러 문제를 건드리고 있다.

정재은

 - 또 다시 건축이다.

 “먼젓번 다큐가 건축가의 숭고한 정신을 다루는 데 초점을 맞췄다면 이번에는 숭고함이라곤 찾기 힘든 현실 안으로 깊이 들어간 느낌이다. 공무원·설계사·시공사 등등 현장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담았다.”

 - 왜 서울시 새 청사인가.

 “정기용 선생이 그 중요성을 강조한 대로, 공공 건축물을 만드는 과정을 담아보고 싶었다. 처음엔 단지 디자인이 왜 저럴까 하는 생각을 했다. 신청사를 디자인한 유걸 선생부터 만나봤다. 2011년 11월쯤이다.”

 - 여러 이해 당사자가 등장한다. 다들 민감했을 텐데.

 “처음에는 대부분 촬영을 꺼렸다. 결국 인터뷰를 허락한 건 영화감독인 내게 막연한 기대가 있었던 것 같다.”

 - 크게 두 가지를 문제로 지적했다. 역사적 유적이 모인 자리에 새 랜드 마크를 지으려는 서울시의 발상, 그리고 건축 전 과정을 시공업체에 맡기는 턴키 방식이다.

 “건설 과정의 한복판에 들어가보니 그런 잘못된 결정을 과연 누가 했는지 답하기 어려웠다. 총체적으로는 오세훈 전 시장이 결정을 했다는 얘기인데, 모든 걸 그의 탓으로 돌리면 문제가 다 해결될까. 누가 무엇을 어떻게 잘못한 건지 관객 스스로 돌아보기를 바랐다. 건축에 대한 문화적 인식이 확산될 거라고 본다.”

 - 왜 건축이 중요한가.

 “영화는 싫으면 안 보면 되지만 건축은 아니다. 어떤 건물이 싫다고 눈을 감고 지나갈 순 없지 않은가.”

 - 현장사람들의 문제해결 과정을 주목했다.

 “한국 사회 특유의 복잡함이 고스란히 들어 있었다. 우리는 막대한 자본이 동원되는 사업일수록 창조성이 반영되길 바라는 동시에 반대로 누구나 무난하게 받아들일 결과가 나오길 바란다. 개인의 개성과 획일적 시스템의 충돌. 그게 핵심이라 생각했다. 여느 직장인도 자주 겪는 일 아닌가. ”

 - 누구 잘못인지 뚜렷이 결론내리지 않는다.

 “난 사회적 투사가 아니다. 논란 자체를 자극적으로 다루고 싶지 않았다. 이런 착오를 다시 겪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질문하고 싶었다.”

 - 공간에 대한 관심이 크다.

 “빤하고 단순한 것보다 복잡한 것, 생각할 만한 것을 더 좋아한다. 극영화 ‘고양이를 부탁해’ ‘태풍태양’에서도 영화의 배경, 즉 공간과 도시에 대한 관심이 컸다. 그 관심이 정기용이란 건축가로, 건축을 둘러싼 우리 사회의 태도로 옮겨갔다. 다음에는 신도시, 즉 도시설계를 다뤄보고 싶다. 우리가 이렇게 비슷비슷한 형태로 사는 건 결국 신도시가 만들어낸 문화 아닌가. 과연 이 도시는 어떻게 만들어졌고, 우리는 어떻게 살고 있는지 들여다보고 싶다.”

 - 결론적으로 좋은 건축이란.

 “‘말하는 건축가’를 찍을 때 인상적인 얘기를 들었다. 건물을 세울 때 그 건물 하나만 생각하는 건 건축이 아니다. 건물과 그 주변, 건물을 쓰는 사람과 지나는 사람의 관계를 생각하는 것이 건축이다. 도시 전체와 사람들의 조화를 생각하는 데서 좋은 건축이 나오는 것 같다.”

장성란 기자

★ 5개 만점, ☆는 ★의 반 개

★★★☆(강성률 영화평론가):정재은은 함부로 주장하지 않는다. 섣불리 재단하지도 않는다. 묵묵히 뒷감당하는 사람들을 애정으로 주목한다.

★★★☆(장성란 기자):선정적 고발에서 벗어난 성숙한 시선. 몇몇 사람을 욕하고 손가락질 하는 대신 사회 전체가 얻어야 할 교훈을 살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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