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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공화당의 문제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1면

『솔직이 말해서 우리야당은 정권인수의 태세를 갖추지 못하고 있으며 또 우리 여당도 정권인계의 태세를 갖추지 못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정치적으로 나는 여당에 대해서는 정권을 계승할 유능한 후계인물을 육성하는데 힘쓸 것이며 또 야당에 대해서는 정권인수의 태세를 갖출 수 있도록 온갖 협력과 지원을 다하겠다』-.
4·27대통령선거 막바지에서 박대통령이 한 이와 같은 말은 지난 60년대에 이어 다시 4년의 집권을 앞둔 공화당이 안고있는, 그리고 해결해야할 문제들이 무엇인지를 잘 말해주고 있다.
집권 제4기의 공화당이 해결해야할 과제는 한마디로 말해 기왕에 추진해 온 경제건설 지상주의와 국민들이 5·25총선을 통해 보여준 민주화에의 강렬한 욕구를 어떻게 조화시키느냐는 것이라고 말할 수 있다. 정치사적 관점에서 60년대가 개발의 연대며 경제건설에 우선권이 주어진 이상 그 과정에서 생긴 행정의 독주현상이라든지 의회의 상대적인 위축 등이 불가피했다고 말할 수도 있었다. 그러나 「5·25」가 그러한 경제지상주의에 「반성」을 촉구한 것이었다면 박대통령이 말한 ①정권인계태세 ②당내후계자육성 ③야당과의 관계개선 등은 민주한국의 장래를 위해 공화당이 해결치 않으면 안될 정치적인 과제가 아닐 수 없다.
박대통령이 솔직이 인정했듯이 공화당은 정권인계태세가 되어 있지 않은 정당이라고 말할 수 있다.
정권을 장악해놓고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모인 정당이 공화당이었다. 그리고 좌절을 모르는 채 10년을 집권했고 다시 4년을 맡았다.
공화당의 이와 같은 생성과 여당성이 강한 사람들이 10년 넘어 양지에만 있었으니 음지에 들것을 생각치 못하는 것은 그럴법하게 보였다.
박대통령의 「정권인계태세」 발언은 그런 점에서 중요한 의미를 지니는 것이며, 특히 5·25총선의 결과는 공화당이 야당을 거쳐 단련되어야 참다운 근대정당이 되지 않겠느냐는 생각을 갖게끔 했다.
공화당이 과연 「정권인계태세」를 갖추려 한다면 당내 민주주의를 실현, 근대정당으로 체질을 개선하는 일을 서둘러야 할 것이다.
공화당이 「정권인계태세」를 갖추지 못했다는 것은 바꾸어 말하면 「위기」를 평화적으로 해결할 절차를 준비하지 못했다는 얘기인데 「위기」(그것이 순수한 당내 문제건, 선거결과로 정권이 교체 될 경우이건)에 적절히 대처키위해서는 당내민주화가 실현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정치란 다름 아닌 『문제를 평화적으로 해결하는 기술』인 것이며, 이 기술이 발전하면 「고도의 정치발전」이라고 말하는 것이다.
공화당에 당장 필요한 것은 의견을 광범위하게 집약할 수 있는 토론과정의 대담한 도입이다.
외형으로는 볼품없는 신민당이 당내경쟁을 통해 대통령후보를 뽑고 적전내란과도 같은 진산 파동을 단시일 안에 극복할 수 있었던 것은 「위기」에 대처할 수 있는 「정당성」을 갖추고 있었기 때문이라는 점을 공화당은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할 것이다. 「프레드·리그스」(Fred Riggs)교수의 『권력을 위한 권력이 아니라 정책을 위한 권력에 집착하는 정당이 근대정당』이라고 한말을 되새겨 볼 필요가 있다.
관심의 촛점이 되어있는 후계자문제는 당의 민주화란 체질개선이 선행되기만 한다면 자연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
후계문제에서 「육성」이라는 표현은 민주적 방식이라고 할 수 없다. 민주적인 과정을 통해 유능한 사람이 부각되고 경쟁의 「룰」에 따라 후계자란 자리를 「쟁취」하도록 하면 되는 것이다.
정치자원의 다원화는 비단 여야관계에서 뿐 아니라 공화당 안의 민주화실현을 위해서도 절대 선결조건이다. 정치자원이 일원화하여 있는한 당내 민주화는 실현될 수 없다.
야당육성이란 말이 흔히 쓰이지만 「육성」이란 표현은 적당치가않다. 여당에 의한 육성이라면 특히 그렇다.
여당이 참으로 건전한 여야관계를 원한다면 정치자원의 균배가 아니더라도 최소한 그에 대한 일방적 접근을 어느 정도 완화해야 된다. 또 지방자치제를 실시한다면 참다운 야당지원책이 될 것이다.
당내후계자문제가 부각될 시기에 대해서는 박대통령의 이번 임기의 후반기, 그것도 막바지면 더욱 좋다는게 정설이 되다시피 했다.
당내실권파들의 견해이기도 한 이런 얘기는 결국 미묘한 당내사정의 반영이라고 말할 수도 있다.
후계자문제가 너무 일찍 「클로스업」되면 권력집중이 흐트러져 박대통령이 일을 하는데 지장이 크다고 보는 것이다. 그러나 후계자가 지명에 의해서가 아니라 경쟁에 의해서 부각되는 당내민주주의의 실현을 전제로 한다면 이 문제가 부각되는 시기를 굳이 임기의 후반기로 미룰 필요는 없을 것 같다.
부정부패일소는 공화당정부가 꼭 해결하고 넘어가야 할 공약사항이기 때문에 어떤 묘방이 나올지 국민적인 관심사가 아닐 수 없다.
그러나 부정부패가 지금처럼 심화되기에 앞서 정치자원의 다원화와 함께 이 문제에 대한 비판세력(언론이나 「인텔리」의 역할)이 건재할 수 있어야 한다.
정치자원의 일원화란 바로 부정부패의 온상이 될 가능성을 말해주는 것이며 여기에 비판세력이 위축되어 있다면 부정부패와의 연결이 더욱 용이할 것이다.
박대통령의 10년 통치로 누가 정권을 잡아도 4·19후와 같은 혼란은 오지 않을 만큼 정권의 안정성은 확립해 놓았다. 공화당은 정부가 적어도 세금을 거둬 들일 수 있도록 그 기틀은 마련해 놓았다. 징세를 할 수 있는한 누가 정권을 잡건 혼란없이 시책을 펴 나갈 수 있는 것이다.
정치적 「포지션」에 대한 위험부담을 각오한다는 것은 공화당이 근대정당으로 발전키위해서 무엇보다도 중요한 과제이다

<차례>
①정치사적 의미
②새로운 여야관계
③공화당의 문제
④신민당의 문제
⑤8대국회의 과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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