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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예가와 화가의 이색합작|안동오·김기창 도화전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5면

민속 도예가인 안동오씨와 동양화가 김기창씨는 공동제작으로 이채로운 도화전을 연다. 안씨가 만드는 백자에다 운보의 그림을 넣어 구운 신작도자기 전시회는 신세계백화점의 주선으로 마련돼 25일∼31일 동 백화점 화랑에서 일반에 공개한다.
이러한 공동제작의 도화전은 이조때의 청화백자에서 「힌트」가 얻어진 것. 옛 청화백자에 그려진 그림 중에는 도공의 소박하게 틀에 박힌 그림만이 아니라 아주 뛰어난 화원의 그림도 더러 있기 때문이다. 국가가 길러낸 직업적인 도화서화원이 직접 국가경영의 관요에 나가 그릇에 그림을 그린 것은 외국의 옛 도자기에서 보기 드문 한국도자기의 특례이기도 하다.
이조백자의 재현으로 각광을 받고 있는 안동오씨는 남한산성 가까운 광주군 초월면 번천리에 민속도자기 연구소를 갖고 3년째 꾸준히 제작해 내고 있다. 자영의 도자기 가마에서 연7백여점을 구워내는 것인데, 옛 백자의 「포름」과 질감을 잘 살려내어 국내외에서 주목을 받는터요, 지난 봄에는 동경의 「미쓰꼬시」백화점에서 개인전을 열어 매진됐다는 소식이다.
이번 김화백이 환친 도자기들은 둥그런 중호를 비롯하여 광구호·편호·장경병·각병 등 1백여점. 모두 이조자기의 특징이 집약돼 있는 기형들이다. 이 그릇들의 거죽에 운보화백은 꽃가지와 새·물고기 등을 그리고 혹은 인물로써 풍속화의 단편을 보였다. 그는 특히 독특한 필치로 으례 화제를 붙였다.
처음으로 도자기에 붓을 대는 김씨는 『종이와 달라서 붓이 잘 나가질 않아요. 하지만 잘만 구워지면 영구불변의 작품이 되겠지요』하고 흐뭇해 한다. 초벌구이한 그릇을 「캔버스」로 삼고 청화(코발트)나 철사 유약을 물감으로 찍어 제작하는 것인데, 구워낸 후에 그중 일부를 파짜로 깨버릴 것이 아쉬워 파편으로라도 그림만은 모두 수습하자고 제의한다.
도예가와 화가의 이같은 공동제작은 그동안 몇 몇 도자기 공장에서 벽걸이 접시로서 낱개로 실험한바 있지만, 본격적인 합작은 이본이 첫 시도라서 관계자들 사이에는 커다란 기대를 걸고 있다. 만약 이것이 성공을 거둔다면 이조적인 백자는 그 그림을 통하여 현대의 감각과 풍토성을 가미함으로써 보다 훌륭한 수출품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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