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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병이 지뢰 터뜨려 5명 즉사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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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의정부=금창태·고덕환 기자】휴가를 보내주지 않는데 불만을 품은 육군 사병이 자기 소속 중대장의 하숙집을 찾아가 대인 지뢰를 터뜨려 5명이 사망하고 4명이 중상을 입은 참사가 빚어졌다.
22일 상오 0시5분쯤 경기도 의정부시 호원동 63 김련수씨 (56) 집 안마당에 육군○○사단○연대 6중대 소속 김형수 하사 (26) 가 휴가를 안보내준데 앙심을 품고 중대장을 찾아갔다가 만나지 못하자 부대에서 갖고 나온 M-7 대인 지뢰를 터뜨려 집주인 김씨, 중대부관 서정욱 중위 (28) 김현철 하사 (24) 중대장 연락병 박완식 병장 (26) 및 김 하사 자신 등 군인과 민간인 5명이 폭사, 집주인. 김씨의 3남 용일 군 (10·경의 국민교 4년) 김씨의 처남 김학수 군 (19) 김씨의 동서 이선근씨 (36) 정연문 하사 (24) 등 4명이 중경상을 입고 인근 미군 병원에 옮겨져 응급 치료를 받고 있다.
이날 밤 11시쯤 김형수 하사는 술을 마시고 부대에 돌아가 화약고 안에서 대인 지뢰를 들고 나와 내무반에 들어가서 『왜 나는 휴가를 보내주지 않느냐, 모두 죽여 버리겠다. 중대장 나오라』면서 약 20여분 동안 날뛰다가 잠자던 동료들이 만류하자 부대 정문을 뛰어나와 약 2km 떨어진 중대장 임순흥 대위 (32) 가 하숙하고 있는 김연수씨 집으로 달려갔다.
김 하사가 부대를 뛰쳐나가자 임 대위의 연락병 박완식 병장이 먼저 달려가 임 대위에게 김 하사의 난동을 알려 임 대위가 몸을 피해 목숨을 구했다.
인근 김장묵 씨 (24)가 목격한 바에 의하면 이날 밤 11시40분쯤 김 하사는 중대장이 하숙중인 김씨 집에 이르러 담을 뛰어 넘어 집안으로 들어가 김씨 집 가운데 방에 혼자 앉아 있던 임 대위의 애인 김모양 (23)에게 지뢰를 내어 흔들어 보이며 『「핀」만 뽑으면 모두 죽는다. 중대장을 만나게 해달라』고 요구, 마루에 앉아 약 5분간 버티었다.
이때 안방에서 잠자던 집주인 김씨와 옆집 이선근씨가 옥신각신하는 소리를 듣고 뛰어나오고, 부대에서 뒤따라온 서정욱 중위·정연문 하사 등 군인 4명이 마당으로 들어서면서 김 하사에게 다가서자 김 하사는 『중대장 데리고 오라는데 왜 말을 안 듣느냐 맛을 봐라』면서 가슴에 안고 있던 지뢰의 안전「핀」을 뽑아 폭발시켰다.
건평 15평의 목조기와로 된 김씨 집은 지뢰가 터지는 바람에 안방 벽과 중대장 임 대위가 세 들었던 가운데방 벽이 무너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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