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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82) 약품 공해|백낙환 <백병원 원장>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7면

자고로 동양에서는 병은 약으로만 고친다는 생각이 뿌리 깊이 박혀 있다. 그러나 알고 보면 병이란 일부는 자연히 낫게 마련이고 일부는 약으로도 속수무책이고, 약으로 고칠 수 있는 병이란 극히 드물다는게 사실이다.
대부분의 약은 병을 고칠 수 있는 것이 아니고 다만 병의 증세를 일시적으로 완화하는데만 도움이 될 뿐이다.
약의 부작용이란 정도의 차이는 있어도 반드시 나타나는 것인데, 이 부작용을 최소한도로 막는데 의사나 약사의 규제가 필요한 것이다. 따라서 약은 자칫 잘못 쓰면 백해무익한 것이다.
이상과 같이 특히 우리 나라에서는 약에 대한 지나친 의존도와 그릇된 관념, 약 작용에 대한 무지 등 갖가지 여건이 약품 공해 강조의 필요성을 말해준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때늦게 나마 요즘 매스컴에서 이 문제가 거론되어 사회의 관심을 끌게된 것은 다행한 일이며 이와 곁들여 우리 나라 일부 제약 회사의 무책임하고 몰지각한 허위 내지 과장 선전은 대중의 인식을 그르치게 하며 약품 공해의 심각성을 더 해주고 있다.
각종 항생제·「호르몬」제는 형편없이 남용되고 있으며 이로 인한 피해는 실로 가공할 바가 있음을 우리 의사들은 늘 경험하는 것이다.
보사부가 실시키로 했다는 무약 촌에 약사 아닌 자에 의한 일정한 약에 한한 의약품 특매제는 앞으로 악용될 전망이 크며 특히 일정한 약 즉 대상 약 종목의 한도는 지켜질 가능성이 거의 없다.
이렇게 될 경우 의약에 대해 무지한 벽지 주민에 대해 이익보다는 해가 훨씬 많을 우려가 짙다.
병은 약으로만 고친다는 일반적인 그릇된 관념과 우리 나라 폐습인 약에 대한 지나친 의존도에서 탈피하도록 민중을 계몽함이 약품 공해 퇴치에 있어 급선무가 아닌가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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