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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계비 이미 120억 배정했는데 … GTX 사업 무산 위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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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가 설계에도 들어가기 전에 무산될 위기에 처했다. 서울 삼성동과 경기도 화성 동탄2신도시를 잇는 구간 사업비의 절반 이상을 부담할 예정이었던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LH 부담을 대폭 줄여야 한다”고 주장하고 나선 것. 삼성~동탄 구간은 정부가 GTX 노선 중에 가장 먼저 건설하겠다는 방침을 정하고 내년에 설계 예산 120억원까지 배정했다. 이런 ‘첫 삽’ 노선부터 사업비 분담 갈등 때문에 건설이 불투명해진 것이다.

 21일 국토교통부와 경기도·LH에 따르면 LH는 “GTX 삼성~동탄 사업 분담금 8800억원 중 6035억원을 삭감하겠다”는 내용의 ‘화성 동탄2신도시 광역교통개선대책 변경안’을 최근 국토부에 제출했다. LH의 분담금 8800억원은 전체 삼성~동탄 GTX 건설 사업비 1조6965억원의 절반을 넘는 금액이다. 만일 LH가 이 중 6000여억원을 내지 않으면 이 구간 건설 자체가 좌초될 수밖에 없다.

 LH가 “사업비를 대지 못하겠다”고 나선 앞뒤 사정은 이렇다. 정부는 지난달 LH가 삼성~동탄 구간 사업비 8800억원을 부담하고 정부 6124억원, 경기도 1080억원, 서울시가 961억원을 내는 방안을 마련했다. 동탄2신도시 사업자로서 LH가 주민들 교통 대책을 마련하는 데 이만큼 기여해야 한다는 취지였다. LH가 내는 돈은 동탄·신갈·판교·수서·삼성역 구조물을 만드는 데 쓰기로 했다.

 처음에는 이를 받아들이는 듯하던 LH가 올 들어 반발하기 시작했다. 분담 비율이 잘못 산정됐다는 것이다. 근거는 동탄~삼성 간 GTX 노선 이용객 중에 동탄2신도시 주민이 차지하는 비중이 10% 남짓으로 전망된다는 조사 결과다. 따라서 분담액도 이 비중에 따라야 한다는 논리였다. 다만 동탄역은 거의 대부분 동탄 주민들이 사용한다는 특수성을 인정해 10%보다 LH 부담 비중을 높이기로 했다.

 LH는 “이런 점을 고려해 다시 계산하면 부담액은 2700억여원”이라 주장하고 있다. 또 “기존 분담 방식은 잠정안일 뿐이므로 현실에 맞게 고쳐야 한다”고도 하고 있다. LH 부담액을 2700억여원으로 줄인 것을 최종안으로 해야 한다는 얘기다.

 LH가 사업비 부담을 줄이려는 것은 140조원에 이르는 부채를 더 이상 늘리지 않으려는 노력이기도 하다. LH는 보금자리 주택처럼 돈을 벌기 힘든 추진 사업을 도맡아 하면서 엄청난 빚을 졌다. 이런 상황에서 언제 운영 수익을 낼지 모르는 GTX사업에 또다시 거액을 투자하기는 곤란하다는 게 LH의 속내다.

 LH의 이 같은 입장에 대해 경기도는 난색을 표하고 있다. LH의 주장이 받아들여지면 돈이 없어 GTX사업이 무산될 게 불 보듯 뻔해서다. LH 부담금이 줄면 이 부분은 정부 아니면 경기도와 서울시가 메워야 한다. 그러나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모두 복지 확대 등으로 인해 곳간에 여유가 없다. 경기도는 당장 “예산이 부족해 내년 무상급식 예산을 전액 삭감하겠다”고 나서는 상황이다.

 LH와 지자체 간의 이견을 조절하고 최종 결론을 내리는 것은 국토부의 몫이다. 하지만 국토부도 난감해하는 모습이다. LH와 관련 있는 신도시택지개발과와 GTX를 주관하는 철도투자개발과의 견해가 엇갈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철도투자개발과는 “LH 주장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고, 신도시택지개발과는 “앞으로도 국책사업을 추진해야 하는 LH의 재무건정성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고 하고 있다. 국토부는 이르면 다음 달 초 광역교통정책실무위원회를 열고 사업비 부담에 관한 이견을 조율할 예정이다.

수원=윤호진 기자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서울 외곽에 신도시가 늘어나면서 주민들 통근 편의를 위해 2008년 구축이 논의되기 시작했다. 화성 동탄~일산 킨텍스, 인천 송도~청량리, 의정부~군포 금정 3개 노선을 만든다는 게 경기도의 계획이다. 모두 완공되면 최고 시속 200km로 달리는 급행열차가 동탄에서 삼성까지를 19분, 일산에서 삼성까지는 22분 만에 잇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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