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 바루기] '데다'와 '데이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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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1면

가전제품 사용 부주의로 외상을 입는 경우가 적지 않다. 젖은 손으로 전기 콘센트를 함부로 만졌다가 감전되는 경우, 다리미에 손이 데이거나 냉온 정수기에 손이 데여서 오는 경우, 전기압력밥솥을 급하게 열다가 뜨거운 김에 데이는 경우 등 작은 부주의가 큰 화를 부르곤 한다.

 화상에 대해 이야기할 때 잘못 사용하기 쉬운 말이 있다. 불이나 뜨거운 기운으로 말미암아 살이 상하다 또는 그렇게 하다는 뜻의 동사로 ‘데이다’를 쓰는 사람이 많지만 ‘데다’가 올바른 표현이다. ‘손이 데이거나’는 ‘손이 데거나’로, ‘손이 데여서 오는’은 ‘손이 데어서 오는’으로, ‘뜨거운 김에 데이는’은 ‘뜨거운 김에 데는’으로 각각 바루어야 한다.

 ‘데다’는 몹시 놀라거나 심한 괴로움을 겪어 진저리가 나다는 의미로도 사용한다. 이때도 ‘데이다’로 표현해서는 안 된다. ‘데이다’를 기본형으로 알고 ‘데이고, 데이니, 데여서, 데였다’ 등과 같이 활용하는 건 잘못이다. ‘데다’가 기본형으로 ‘데고, 데니, 데어서, 데었다’ 등처럼 활용해야 한다. 피동사나 피동을 만들 이유가 없는 말에 쓸데없이 접미사 ‘-이-’를 붙여 쓰는 대표적인 예가 ‘데이다’이다. “천하의 이효리가 연애 시절 ‘남자한테 많이 데었다’고 고백해 모두를 놀라게 했다” “아이는 밤늦게까지 계속되는 힘든 공부에 데었는지 집에 와서는 내내 잠만 잔다”와 같이 사용해야 한다.

 예전에 ‘데이다’는 ‘데우다’ ‘덥히다’의 뜻으로 쓰이기도 했지만 지금은 사용하지 않는 말이다. “찌개만 데여 급하게 밥상을 차렸다” “춥다고 방에만 틀어박혀 있지 말고 운동으로 몸을 좀 데여라” “사람들의 마음을 데여 주는 훈훈한 미담이다”와 같이 사용하는 건 어색하다. ‘찌개만 데워’ ‘몸을 좀 덥혀라’ ‘마음을 덥혀 주는’으로 고쳐야 자연스럽다.

 주로 찬 액체나 식은 음식에 열을 가해 뜨겁게 하는 것은 ‘데우다’라는 동사를 써서 표현한다. 몸이나 사물의 온도를 높이다, 마음이나 감정 따위를 푸근하고 흐뭇하게 하다는 의미로는 ‘덥히다’라는 동사를 사용한다.

이은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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