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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육성시책의 방향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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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전자공업발전의 잠재력으로 본다면 우리가 오히려 대만보다 유리하다. 경제가 계속 급속도로 성장하고 있으며 인구가 대제의 두 배니까 전자제품에 대한 잠재수요가 그만큼 더 크다. 다만 정부의 그릇된 시책이 지금까지 그 개발을 지연시켜왔을 뿐이다.
따라서 지금 다른 어떤 조치에도 앞서서 꼭해야 할 일은 이 방대한 잠재수요의 유효 수요화, 즉 내수의 적극적인 개발, 확대시책이다.
이를 위해서는 다음 두 가지 조치가 필수적이다.
하나는 지금 유독 전자공업분야에서만 합작 투자업체에 가해지고있는 부당한 차별대우, 즉 시판 제한을 철폐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세율인하다.
시판제한의 철폐는 전자제품의 자유로운 경쟁을 가능케 함으로써 품질향상과 가격인하를 촉진할 것이다.
관계당국은 박 대통령의 특별 지시에 따라 지난 3월 『합작업체의 전자 제품 시판요령』을 마련, 청와대 수출진흥 확대회의에 보고했다. 그리고 이 조치에 따라 경제기획원은 지난번 외심 위에서 이제까지 전량 수출 조건으로 인가된 27개 합작전자업체의 시판 제한규정을 일괄 해제키로 의결했다.
정부당국은 이러한 일련의 조치로 이제 문제는 일단락 됐으며 박 대통령의 특별지시가 완전 이행됐다고 말하고있다.
그러니 사실은 전혀 다르다. 정부의 시판 요령을 잘 분석해보면 그것이 얼마나 형식적이고 모순이 많은지 누구나 알 수 있다.
첫째, 이 요령의 핵심은 역시 이 요령 C류 해당품목의 하나인 TV의 시판 문제에 있다고 하겠는데 합작업체의 참여한도는 정부가 임의 상정하는 전체 국내 수요의 20%로 제한돼있다. 바꿔 말해서 내수의 80%는 수출실적의 다모에 관계없이 계속 내국인 업체의 독점영역으로 유보해 놓고있다.
둘째, 합작업체가 얼마 안 되는 한도나마 시판자격을 얻는데는 먼저 2백만불 이상의 수출, 그것도 부품이 아닌 전자 제품 수출이 필요하다.
지난해의 전자공업부문 수출액 5천4백96만불 중 부품을 제외한 라디오·TV·녹음기 등 제품만의, 수출실적은 전체의 17%도 안 되는 9백32만 불이었다. 웬만한 업체가 아니고는 이 자격조차 얻기 어려울 것이다.
세째, 어떻게 해서든 일단 자격은 갖췄다고 하자, 그런데 이번에는 시판용 부품 수입권이 문제다.
합작업체는 수출 가득액 중 내국인 주식지분 비율 해당 액만큼만 수입권을 가지며 또 자기 수입권을 양도할 수는 있어도 남의 것을 양도받아서는 안 된다.
그러나 내국인 업체는 다르다. 가득 액이 1백% 인정될 뿐 아니라 자기 수입권은 60%로 족하고 나머지 부족 분은 남의 것으로 충당하면 된다.
요컨대 이 시판요령은 이름뿐이며 그 실질내용은 현행의 일부 내국인 업체에 의한 독점체제를 그대로 존치 하려는 정책당국의 집념을 거의 완벽하게 반영하고있다.
그것은 마치 1백m 경기서 하나(내국인 업체)는 90m 앞에서 달리게 하여 다른 하나(합작업체)에 승산 없는 경기를 강요하는 것과 같다.
정부가 왜 유독 전자제품분야에서 이런 모순을 계속 고집하고 있는지 이해하기가 어렵다.
인기 가전제품판매를 거의 독점해온 금성사는 지난해에 회사를 금성통신·금성전선, 그리고 가전 부문의 금성사로 3분, 이중 통신은 서독「지멘스」와 51대49, 전선은 최근 일본 「히다찌」전선과 52대48비율의 합작회사로 개편했다. 금성사를 그냥 둔 것은 물론 가전제품 시판에서 받고있는 특혜의 명분 때문이다. 그래서 금성사는 대신1백50만불의 물자 차관을 도입하는 길을 택했다.
합작 투자를 유치, 이익금의 일부를 배당하는 것과 차관을 도임 이자를 지불하는 것 간에는 어떤 차이가 있으며 후자가 전자보다 우대돼야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더우기 차관을 억제하고 투자를 권장하고 있는 마당에서-.
다음은 세율 인하 문제다.
고율의 세금이 시판제한조치와 더불어 내수개발의 장벽이 되고 있음은 새삼스레 설명할 필요가 없다. 정부도 이점을 시인, 세율 인하 방침을 밝힌 바 있으며 8대 국회가 열리는 대로 세법 개정안을 제출할 전망이다.
한국 정밀 기기 센터는 현행 세제에 관한 비교적 광범위한 연구결과를 토대로 최근 정부에 세율 인하 수준을 구체적으로 건의한 바 있다.
그 내용을 보면 우선 물품 세는 TV의경우 대형30%(현재65%) 소형(19「인치」포함) 20%(50%)로, 전축과 녹음기 등은 소형 TV에 준해서 20%로 낮출 것을 요구하고 있다.
전자제품수요의 가격 탄력성은 지극히 높다. 가령 정부지정가격 5만4천3백60원에 물품세50%를 가산해서 소비자 가격이 대 당 8만원이 넘는 19「인치」 TV의 물품세율을 20%로 내리면 갓이 6만5천원 선으로 인하되어 수요가 지금의 약3배로 늘어날 것으로 분석하고있다.
다음에 관세는 현재 50%인 부품 관세율을 30%수준으로, 평균37%인 원 재료 관세율을 11%수준으로 내리고 특관세는 면제토록 건의하고있다.
현재 전자제품 가격에서 관세가 차지하는 비중은 기본관세 9.56%, 특관세 16.88% 등 모두 26.44%나 된다.
내수개발·확대를 위한 이상 두 가지 조치, 즉 시판제한 철폐와 세율인하에 정부가 어느 정도 성의를 보일 것인지는 미지수다. 그러나 정부는 육성 시책의 기본방향이 내수확대로 전환되기만 하면 전자공업의 다른 당면문제들, 예컨대 영세성·기술낙후·수출부진 등은 스스로 해결되리라는 사실에 유의, 용단을 내려야 할 것이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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